주식·통화·국채 ‘트리플 약세’로 2022 러·우 전쟁 당시 급락장 재현되나…앞으로 일주일이 고비

김경민·김상범 기자 2026. 3. 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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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이틀간 18% 폭락
4년 전 러·우 전쟁과 비슷한 양상
호르무즈 통행 재개 여부가 관건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코스피 지수가 급락 마감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 전일대비 698.37포인트(12.06%) 떨어진 5093.54에 장을 마감했다. 성동훈 기자

4일 국내 금융시장이 파랗게 질리면서 유가·물가 상승으로 급락장이 진행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인 미국·이란 전쟁의 장기화 우려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특히 국내 증시는 그동안 가파르게 오른 후유증까지 겹치며 아시아 증시보다도 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시장에선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재개 여부가 큰 변수로, 향후 일주일이 전쟁의 장기화 여부를 가를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말만 해도 6200선을 웃돌았던 코스피는 이틀만에 1150.59포인트(18.43%)나 폭락했다. 환율은 이틀간 달러당 36.5원이나 뛰며 장중 1484원, 야간거래에선 1500원도 넘겼다. 국내 주식·통화·국채가 모두 약세를 보이며 시장의 불안심리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유가도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4달러로 전장보다 3.66달러(4.71%)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33달러(4.67%) 상승한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와 WTI는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이후 각각 13.2%, 12.6% 올랐다.

시장이 공포에 질린 것은 이번 사태가 지난 2022년 러·우 전쟁처럼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시장에선 전쟁이 중·장기전으로 흐를 경우 유가 상승→인플레이션 상승→통화긴축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우 전쟁 당시 유가(WTI 기준)는 3개월간 30% 가량 급등했다. 당시 배럴당 90달러에서 119달러까지 올랐다. 소비자물가가 빠르게 뛰자 세계 각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달러가 크게 뛰었고, 강달러와 통화긴축 영향에 코스피와 원화는 크게 추락했다.

당시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침공 이전 96선에서 9월말까지 114선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도 당시 약 7개월간 240원(약 20%) 넘게 뛰었고 코스피는 20% 가량 급락했다. 안전자산인 금과 국채 가격도 추락했다.

최근 금융시장도 유가와 달러 강세, 환율·증시·국채·금 약세가 진행되는 등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특히, 국내 증시는 그동안 상승률이 가팔랐고 이번 전쟁으로 실물경제가 입을 타격도 크다는 우려가 반영되며 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시장에선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 여부 등 향후 일주일이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향후 일주일 내에 이란 저항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화시키지 못할 경우 이번 사태가 장기화 수순을 밟을 여지가 커 보인다”며 “이 경우 에너지 가격 불안 장기화 가능성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금융시장을 뒤덮고 사모시장발 신용위험을 확산시킬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정희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불안과 유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원화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고, 환율이 상단인 1480원을 상회할 경우 1500원까지 염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봉쇄) 1일당 유가는 4달러 정도 증가할 것”이라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최대 120달러에 도달할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는 거시여건이 2022년과 다른 만큼 시장에 안정세를 곧 찾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2년 당시엔 인플레가 가속화되는 국면이었고 지금은 물가가 완전히 잡혔다고 보기 어렵지만 고점을 치고 비교적 안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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