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도 넘은 ‘밥그릇 지키기’···이주노동자 돕던 활동가 ‘무허가 노무사’ 고발 당해
“보수 한 푼도 안 받았는데”…직역 갈등 재점화

열악한 노동환경과 임금체불에 내몰린 이주노동자를 돕던 활동가가 ‘무허가 노무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공익 목적의 비영리 활동까지 형사 책임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한국공인노무사회는 지난해 10월27일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소장을 공인노무사법·변호사법·행정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자격 없이 경기 안산 일대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진정 등을 대리했다는 이유다. 고발장에서 공인노무사회는 “회원들로부터 노무사 업무 침탈이 의심되는 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아 고발한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17년째 이주민 노동인권단체 지구인의정류장을 운영하며 이주노동자 권리구제 활동을 해왔다. 사업주에게 임금을 받지 못하고 쫓기듯 숙소를 떠난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그의 쉼터다. 한국어가 서툴러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지 못하는 이들을 대신해 위임을 받아 진정서를 작성하고 체불임금 사건 접수를 돕는다. 소송이 필요한 경우에는 변호사와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공익 활동을 인정받아 2016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시민인권상을 받았다.
김 소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가 한국어로 진정서를 쓸 수 없어 위임을 받아 작성해줬는데, 그 부분을 문제 삼는 건 아닌지 추측할 뿐”이라며 “우리 단체는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금으로 운영될 뿐 사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무사들의 과도한 ‘밥그릇 지키기’로 언어와 비용의 장벽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의 권리구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소장 측 최정규 변호사는 “김 소장은 당사자들에게 단 한 푼의 보수도 받지 않는 비영리 활동가”라며 “변호사법과 공인노무사법은 금품이나 이익을 받고 법률 사무를 ‘업’으로 하는 경우를 처벌하는데, 이번 사안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을 둘러싼 직역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공인노무사회는 2024년에도 이주노동 활동가 오세용씨를 변호사법과 공인노무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혐의없음’으로 종결됐지만 공인노무사법 위반 혐의는 인정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수수료를 받지는 않았지만 노동단체에서 급여를 받으며 반복적으로 진정을 대리한 행위가 ‘업’에 해당한다고 판단됐다.
최 변호사는 “공인노무사회가 취약계층 지원에 적극 나서기는커녕 무급 활동가를 고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집단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2021년에도 농민으로부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으나 경찰이 무혐의로 불송치했다.
공인노무사회 측은 “노무사 업역 보호를 위해 고발했다”며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밝혔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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