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석달 만에 반등해도 불안…러·우 전쟁 때 500억弗 감소

김벼리 2026. 3.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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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월말 외환보유액’ 발표
4276.2억달러, 전월比 17억달러↑
중동사태로 환율· 유가 동반 상승세
환율방어 불가피…보유액 급감 촉각
2022년 당시에도 500억 달러 빠져
원/달러 환율이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의 장기화 조짐으로 인해 급등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세달 만에 17억2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 증가했다. 시장 안정화 조치로 외환을 투입했지만 그 이상으로 자금을 확보한 결과다. 앞으로 관건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군사 분쟁 향방이 될 전망이다. 장기화할 경우 고환율을 막기 위해 자금을 대거 투입하면서 외환보유액이 급속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월 외환보유액 17.2억↑…유가증권 24.4억 증가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월말 외환보유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276억2000만달러로 전월(4259억1000만달러)보다 17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2월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바뀐 뒤 두달 연속 줄었는데, 이번에 세달 만에 다시 증가 전환했다.

한은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등 시장안정화 조치,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외화 외평채 신규 발행 및 운용수익에 주로 기인하여 증가했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구성별로 보면 현금성 자산인 예치금이 233억2000만달러에서 224억9000만달러로 8억3000만달러 줄었다. 다만 지난달(-85억5000만달러)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10분의 1 수준으로 작아졌다. 국채나 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같은 기간 3775억2000만달러에서 3799억6000만달러로 24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그 밖에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인 SDR은 158억9000만달러에서 157억7000만달러로 1억1000만달러 줄었고, IMF 관련 청구권인 IMF포지션은 43억8000만달러에서 46억1000만달러로 2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를 유지했다.

한편, 지난 1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4356억달러로 5개월 만에 홍콩에 세계 9위를 다시 빼앗기며 10위로 떨어졌다.

중동發 고환율·유가에 외환 투입 늘듯…‘러·우전쟁’ 2022년 500억달러↓

시장에서는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장기화하면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현재와 같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면 시장 안정화 조치에 외환이 대거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원유도 동반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도 상방 압력을 더 크게 받는다.

외환당국이 환율에 개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한은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고 원화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매도 개입(스무딩 오퍼레이션), 국민연금과 외환스왑 등이 있다. 외환스왑이란 국민연금이 한은으로부터 직접 달러를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외환시장에 참여하지 않고도 달러를 구할 수 있어 환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다만 외환보유액은 그만큼 줄어든다.

현재 국민연금은 환율이 높은 수준으로 오를 경우 수시로 외환스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도 과도한 쏠림 현상이 있다고 판단할 때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새벽 야간 거래에서 1506.5원으로 장중 고점을 찍으며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에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했다. 직후 주간 거래는 전 거래일 주간 종가보다 12.9원 오른 1479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소폭 떨어진 1476.2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4달러로 전장보다 3.66달러(4.71%)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33달러(4.67%) 상승한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100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환율과 유가가 동반 상승했던 지난 2022년에도 외환보유액은 계속 줄었다. 2022년 초 1200원(주간 종가 기준)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9월 29일에 연고점인 1439.9원까지 치솟았다. 두바이유 가격 또한 배럴당 70달러 후반대에서 127.9달러까지 급등했다.

같은 해 환율 방어에 외환을 투입하면서 외환보유액은 연초 4600억달러 초반에서 10월 4140억달러까지 빠졌다. 특히, 9월에는 외환보유액이 197억달러 줄었는데,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274억달러)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었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고환율 국면이 지속될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위해 외환을 투입하되, 심리적 마지노선인 4000억달러를 무너뜨리진 않을 선에서 운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 한 관계자는 “이란 사태로 환율을 안정화하기 위해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 개입을 많이 하게 되면 외환보유액이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입을 어느 정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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