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내성암호, 연구 넘어 실전으로… 클라우드·네트워크·엣지까지 확산
양자내성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PQC)가 연구·시범 적용 단계를 넘어 정보기술(IT)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PQC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알고리즘 개발과 표준화 작업이 진행됐고, 일부 공공 시범사업을 통해 제한적으로 검증되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해 PQC 시범 전환 사업을 추진해 에너지·의료·행정 분야 정보시스템에 PQC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 전송 구간 암호화, 데이터베이스(DB) 암호화, 전자서명 등 다양한 보안 기능에 PQC가 활용되며 실제 운영 환경에서의 기술 검증이 이뤄졌다.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자인 클라우드플레어는 지난달 자사 SASE(보안 액세스 서비스 에지) 플랫폼 '클라우드플레어 원(Cloudflare One)' 전반에 양자내성 암호화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제로 트러스트 접근제어와 광역통신망(WAN), 인터넷 프로토콜 보안(IPsec) 구간을 포함해 플랫폼 전 구간을 하이브리드 PQC 기반으로 보호하는 구조다. 회사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 단계에 도달할 경우 현재 암호화된 데이터를 사전에 수집한 뒤 해독하는 '선수집 후해독(Harvest Now, Decrypt Later·HNDL)'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며 장기적 데이터 보호를 위한 선제적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IPsec 영역까지 양자내성 암호화를 확장해 기업 트래픽을 보호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온프레미스 네트워크 장비 영역에서도 PQC 적용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네트워크 보안 기업 엑스게이트는 PQC를 적용한 VPN 장비를 개발·공급하고 있다. 기존 IPsec 기반 VPN 구조에 PQC 알고리즘을 결합해 향후 양자 환경에서도 통신 구간의 기밀성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공격자가 현재 암호화된 통신 데이터를 수집해 뒀다가 미래에 양자컴퓨터로 해독하는 HNDL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에지(edge)·임베디드 환경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도 있다. 시큐리티플랫폼은 최근 MCU 환경에 최적화한 경량 PQC 기술 '마이크로PQC(MicroPQC)' 프로젝트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기존 PQC 기술은 복잡한 연산 구조로 고성능 CPU 환경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기술은 연산 자원이 제한적인 MCU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하도록 경량화한 것이 특징이다.
NIST PQC 표준 알고리즘과 한국형 양자내성암호(KpqC) 알고리즘을 포함한 총 8종의 알고리즘을 지원하며, 드론·로봇·자율주행차·스마트가전 등 에지 디바이스 환경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황수익 시큐리티플랫폼 대표는 "양자 컴퓨팅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실제 현장에서 PQC를 즉시 도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엣지 디바이스 응용 사례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클라우드 네트워크와 보안 장비, IoT 기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PQC 적용 사례가 나타나면서 연구와 시범사업 중심이던 PQC 도입이 실제 인프라로 확산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삼성전자도 갤럭시 S26·S26+에 탑재된 '엑시노스 2600' 칩셋에 PQC 기반 '시큐어 부트(Secure Boot)' 구조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시범 전환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산업 전반에서 암호 체계 전환 논의가 점차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종길 기자
jk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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