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그만두고 귀농한 MZ농부…딸기농사 ‘초고속 안정화’ 비법 [디지털농업 I 新귀농귀촌인]

이소형 기자 2026. 3.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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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서 딸기 농사짓는 김광훈씨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 3월호 기사입니다.

김광훈 씨가 서울의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귀농한 건 농업의 비전을 봤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비를 최대한 줄이고 자가 육묘 등 생산비를 절약함으로써 빠른 시간 안에 안정된 경영에 성공했다.

도시 생활을 접고 귀농을 선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은퇴 후 평화로운 농촌 생활을 꿈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전 없는 직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삼는 이가 있다. 충북 충주에서 딸기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김광훈 씨(36·일품딸기농원 대표)는 후자의 경우였다.

김광훈 씨는 임대농장에서 농사를 시작해 2022년 2640㎡(800평) 규모인 4연동 스마트팜을 지어 이전했다.

“함께 일하던 국내 최고 명문대 출신의 부장님이 임원 승진에 실패한 후 퇴직하는 모습을 보며 거대한 회사의 톱니바퀴처럼 살아가는 삶에 깊은 회의감을 느꼈어요. 미래의 제 모습이기도 했고요. 그때 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하고 싶은 것,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죠.”

2020년 김씨는 회사를 다니며 온라인 강의로 귀농을 준비했다. 이후 2021년엔 충주시 소유의 임대농장에서 딸기 농사를 시작했고 청년 후계농으로 선정됐다.

서울 대기업 포기하고 딸기 농사에 도전
김씨는 첫 직장인 KCC중앙연구소에서 자동차 내외장에 쓰이는 페인트 색상을 개발하는 일을 했다. 총 6년간 1억 원의 종잣돈을 모았지만,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을 결심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따랐다.

“사실 퇴사를 준비하며 새로운 직업으로 여러 선택지를 고려했어요. 자영업부터 장어양식업, 특용 작물과 과수 농사 등 광범위한 분야가 물망에 올랐죠. 하지만 부족한 돈으로 땅도 농사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최종적으로 딸기와 방울토마토 스마트팜이 남더라고요.”

귀농을 결심한 김씨에겐 품목 선택 조건이 몇 가지 있었다. ‘청년 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에 선정돼 3년간 매월 최대 110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고 해도 생활 및 운영자금으로는 턱없이 모자랐기에 수익을 빨리 낼 수 있어야 했다. 또한 농사 경험이 없는 초보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고 농작업이 적성에 맞아야 했던 것.

“최종적으로 딸기를 선택한 건 3.3㎡(1평)당 수익이 높은 데다 현금 순환이 빨랐기 때문이에요. 고설재배로 농작업이 쉽고 방울토마토처럼 끊임없이 유인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이점이었어요. 딸기는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과채류로 체험농장 등 6차 산업으로 확장할 여지도 많았어요.”

직접 육묘한 모종을 아주심기해 고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김씨가 충주에 정착한 것은 당시 결혼을 약속한 아내의 고향이기도 했지만 지리적 이점도 커서였다. 서울과 가까우면서 인구가 20만 명 이상인 데다 딸기 농가가 42곳으로 적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꼼꼼하게 귀농을 준비한 김씨지만 처음부터 농장을 차리기보단 임대농장에서 1년간 워밍업의 시간을 가졌다. 2021년 귀농 후 충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6개월간 딸기 농사 관련 교육을 받은 뒤 그해 9월 1490㎡(450평) 규모의 임대농장에 <설향>과 흰색 딸기인 <신데렐라> 등 일본 품종을 심었다.

임대농장에서 워밍업…이듬해 농장 조성해 이전
하지만 1년 차 농사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품종 다양화로 차별화를 꾀했던 것이 초보 농부에겐 무리였다.

“임대농장 앞에 있던 종묘상 대표가 국내에서 재배되지 않는 일본 품종을 함께 재배할 것을 권했어요. 제대로 재배하면 백화점 등 본인 판로에서 팔 수 있다는 조건이었죠. 하지만 설향과 달리 일본 신품종은 재배가 까다로운 데다 흰가룻병에 취약해 생산량도 적었어요.”

첫 농사로 혹독한 연습을 한 김씨는 2022년 2640㎡(800평) 규모인 현재의 4연동 스마트팜을 지어 이전한다. 재배 품종 역시 병해충에 강하고 수량성이 좋은 설향으로 통일해 안정적인 농사를 시작했다. 기본 작기는 9월 딸기 모종을 아주심기해 11월 중순~이듬해 6월까지 수확하는 것이다.

“새로 이사한 농장은 연동 하우스로 이전과 시설 환경이 달랐어요. 하지만 첫해 농사를 통해 터득한 노하우에 주말마다 논산딸기연구소를 찾아가 교육받은 내용을 더해 고품질 딸기를 생산할 수 있었죠. 양액도 처방전대로 배양액을 조제해 매뉴얼대로 공급하는 게 최선이었어요.”

김씨는 생육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온습도라고 강조한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 기본 생육 데이터를 토대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요령이다.

온습도 등 생육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2024년부터는 더욱 품질 좋은 모종을 확보하기 위해 자가 육묘하고 있다. 딸기 농사에서 90%를 차지한다고 할 만큼 육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종의 상태가 아주심기 후 생육과 수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좋은 모종 생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모종값을 아낄 수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일품딸기농원에서 생산한 딸기는 고객들에게 당도 높은 고품질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100% 직거래로 수익 늘려…체험농장으로 전환 중
현재 생산한 딸기는 직거래를 통해 100% 판매한다. 초창기엔 지역농협 공판장에 출하했지만 좀 더 높은 수익을 위해 조금씩 직거래를 늘렸다.

“지역 공판장에서 아무리 높은 경매가격을 받아도 직거래에는 못 미치더라고요. 평균 1.5~2배 차이가 나니 직거래 위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어요. 2024년 상권 좋은 충주 시내에 무인 매장을 연 것도 주효했어요. 당도 높은 완숙 딸기를 당일 수확해 진열해놓으니 반응이 좋았어요.”

일품딸기농원이 생산한 딸기는 50%를 무인 매장, 40%를 지역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판매하고 나머지 10%를 카페·베이커리·유치원 등에 납품한다. 직거래를 위한 홍보도 열심인데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 농사짓는 모습은 물론이고 수확 후 포장, 배송 상황, 농장에서의 일상 등을 공유하며 고객들과 친밀감·신뢰감을 높이고 있다.

한편 김씨는 2025년 농장 앞에 3300㎡(1000평)의 부지를 마련해 단동 하우스 3동(총 1490㎡)과 육묘장(660㎡)을 조성했다. 나머지에는 주차장과 체험장을 지을 계획이다.

겨울 재배가 이뤄지는 딸기는 다겹보온커튼 등으로 보온을 철저히 한다.

“앞으로 체험농장으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아내가 유치원 교사 출신이라 인근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현장 판매도 할 계획이에요. 이미 인근 유치원을 대상으로 딸기 수확 체험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요. 개방감 있고 규모도 큰 스마트팜인 데다 충주시와도 30분 거리라 기대가 커요.”

김씨는 “스마트팜이라고 농사를 대신 지어주진 않으므로 작물에 대한 지식과 스마트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농법을 찾아야 좋은 결실을 볼 수 있다”며 “무리한 시설 투자보다는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시작해 늘려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소형 | 사진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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