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씻어도 안 지워져”…40대부터 피어오르는 ‘식은 종이 냄새’의 정체
40세 기점 급증하는 지질 산화물 ‘2-노네날’, 일반 비누 세정만으론 제거 한계
온수 세탁·알칼리성 비누 등 실질적 해법 필수…세대 간 거리 좁히는 노년 에티켓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젊은이가 슬그머니 자리를 옮길 때, 김모(76) 씨는 자신의 소매 끝부터 살핀다. “내 몸에서 나는 세월의 냄새가 누군가에게는 불쾌함일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서글프다”는 그의 고백은 1000만명에 육박한 고령 인구가 마주한 공통된 비애다.

위축된 노년의 삶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전체의 19.4%로 올라섰다.
국가데이터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1인 가구 비중은 고령 가구의 37.8%에 달한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될수록 위생 관리는 소홀해지기 쉽고, 이는 다시 타인과의 만남을 꺼리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체취 고민 역시 개인사를 넘어 세대 간 단절을 부추기는 사회적 변수로 떠올랐음을 뜻한다.

이 냄새의 원인은 결코 게으름이 아니다. 철저한 생화학적 노화의 결과물이다. 2001년 일본 시세이도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는 이 냄새의 주범으로 ‘2-노네날(2-nonenal)’을 지목한다.
피부 속 불포화지방산이 산화하며 생성되는 알데하이드 계열 부산물로, 40세 이상부터 체내 검출 농도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단순히 자주 씻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2-노네날은 물에 잘 녹지 않는 지질(기름) 성분이다. 일반적인 바디워시나 약산성 비누로는 모공 속에 끈적하게 들러붙은 산화물을 벗겨내기 어렵다. 씻고 나서 몇 시간만 지나도 다시 특유의 체취가 피어오르는 이유다.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연구에서도 냄새 자체보다 ‘노인의 냄새’라는 인식이 거부감을 더 키우는 경향이 관찰됐다. 실제 현장의 요양보호사들은 “단순 환기만으로는 벽지나 침구에 깊게 밴 냄새를 빼기 어렵다”며 물리적인 세정과 분해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밥상과 세탁기 온도부터 바꿔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당장 일상에서 이 냄새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냄새를 감추려 비싼 향수를 뿌리는 시도는 최악의 선택이다. 향수 입자가 2-노네날과 엉겨 붙어 오히려 불쾌한 냄새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질 산화물을 걷어내려면 피지 제거력이 강한 ‘알칼리성 비누’를 귀 뒤, 목덜미, 겨드랑이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세탁 습관의 재조정도 필수다. 찬물 세탁으로는 섬유에 엉겨 붙은 지질 찌꺼기를 녹이기 어렵다.
40~60℃ 사이의 온수로 세탁하고 알칼리성인 베이킹소다를 한 스푼 곁들이면 세정력과 냄새 흡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깻잎, 시금치 등에 풍부한 비타민 C·E와 폴리페놀 성분은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지질 산화 부산물 생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개인 노력 넘어선 공적 배려, 소외의 극복
물론 노쇠한 몸으로 꼼꼼한 관리를 감당하기 어려운 노년층도 적지 않다. 서울 성북구, 인천시 등 각 지자체는 취약계층 어르신을 위한 ‘찾아가는 공감 세탁’ 서비스를 운영하며 생활 위생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대형 이불 등을 직접 수거해 온수 세탁 후 배송하는 방식이다. 현장을 누비는 한 사회복지사는 “깨끗해진 옷을 돌려받은 어르신들이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은 ‘이제 사람이 반갑다’는 것”이라며, 체취 관리가 노년의 자존감 회복에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낡은 옷장에 밴 세월의 흔적을 과학과 배려로 닦아내는 것. 현관문을 나설 때 마주한 부모님의 펴진 어깨와 주저 없이 손주를 꽉 안아주는 뭉클한 포옹의 순간이 바로 그 실천적 처방전의 결과일 것이다.
△세탁의 기술: ‘온수’와 ‘베이킹소다’
섬유 속 2-노네날은 찬물에 잘 녹지 않는다. 의류와 침구는 40~60℃ 온수로 세탁하고, 베이킹소다를 한 스푼 추가하면 세정력과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세정의 부위: ‘귀 뒤’와 ‘겨드랑이’
전신을 씻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지선이 밀집된 귀 뒤, 목덜미, 회음부, 겨드랑이를 알칼리성 비누로 집중 세정하는 것이 지질 산화물 제거에 효과적이다.
△밥상의 항산화: ‘햇볕’과 ‘채소’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야 냄새의 원인이 줄어든다. 비타민 C·E가 풍부한 녹황색 채소를 섭취하고, 매일 20분 이상 햇볕을 쬐며 산책하는 습관이 체내 대사를 돕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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