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500조에도 존재감 ‘미미’…노후자금 위험해진다[힘 못쓰는 TDF]①

김효숙 기자 2026. 3.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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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늘었지만…ETF 10분의 1 규모
ETF 급성장에 연금계좌 내 입지 축소
디폴트옵션 도입에도 확산 속도 더뎌
여의도 증권가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원에 육박했지만, 연금 전용 상품으로 출시된 타깃데이트펀드(TDF)는 힘을 못 쓰고 있다. 퇴직연금을 확정급여(DB)형에서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전환한 투자자들이 주로 상장지수펀드(ETF) 위주로 투자를 늘리면서 TDF가 연금 투자 대상에서 소외됐다. 개인 노후 자금까지 안정성이 높은 TDF 대신 ETF로 쏠리면서 개인 운용 자산의 위험 자산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일 기준 TDF 순자산총액은 29조90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초 10조9167억원과 비교하면 약 19조원 증가하며 4년새 두 배 이상 성장했다. 투자자들이 맡긴 원금 규모를 의미하는 설정액도 증가 추세다. TDF 설정액은 같은 기간 7조7405억원에서 두 배 이상인 16조8729억원으로 늘었다. 정부의 제도 도입과 금융투자 업계의 노력으로 TDF는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퇴직연금 확대 속도에 비하면 TDF의 성과는 여전히 초라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96조8021억원에 달한다. 올해 5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TDF 순자산은 퇴직연금 적립금의 5~6%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유사 분산투자 상품인 ETF와 비교해 성장 경로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3일 기준 ETF 순자산은 376조6509억원으로 4년간 약 410% 증가했다. 지난해 2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300조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는 추세다.

TDF와 ETF는 모두 분산투자를 기반으로 하지만 운용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TDF는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연금 특화 상품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산 배분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반면 ETF는 투자자가 직접 지수를 추종하거나 특정 섹터·테마 상품을 선택해 매매하는 구조다. 투자자가 자산배분과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직접 결정해야 한다.

TDF는 출시 당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의 대표 수혜 상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디폴트옵션은 2023년 7월 도입된 제도로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TDF 등 사전에 지정된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TDF는 장기 자산배분에 적합한 상품이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여전히 직접 투자 선호가 강하다”며 “연금 계좌에서도 ETF를 활용한 직접 운용이 늘면서 TDF 확산 속도가 기대보다 느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개인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연금계좌 안에서도 안정성이 높은 TDF 대신 ETF 투자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 등 퇴직연금 적립액 상위 증권사 기준으로 연금계좌 내 ETF 비중은 2021년 14.4%에서 지난해 말 42.4%로 확대됐다. 상대적으로 TDF 비중은 미미하다. 업계 관계자는 "증시 호황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개인들의 자산이 리스크가 높은 주식과 주식 ETF 위주로 재편됐다"면서 "연금 자산만큼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TDF를 중심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