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이틀간 1150P 빠져… 버티던 개미들 “무서워 팔겠다”
‘검은 화요일’ 이어 ‘공포의 수요일’
반도체-車 등 급락, 상승 17종목뿐… “이젠 5000선 지키는 것 장담 못해”
하락 베팅 공매도 거래 첫 3조 넘어… ‘빚투’ 32조 개인 강제 매매 공포
정부, 100조+α 증안기금 등 채비

한 20대 이용자는 “지난주엔 주식 자산이 3억5000만 원이었는데 앱을 열어 보니 평가액 1억 원이 사라졌다”며 “사고 싶은 것을 참으며 돈을 모아 투자했는데…”라며 허탈해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박모 씨(37)는 “3일 코스피가 떨어지길래 저가 매수 기회라고 생각해 주식을 샀는데 더 하락해 1000만 원이 증발했다. 이런 상황을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온다”고 말했다.

최근에 주식을 시작한 투자자들은 이런 폭락이 처음이라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강원 지역의 한 대형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주식 투자 경험이 상대적으로 짧은 투자자들에게 하루 종일 전화가 이어졌다. 기다리자고 설득해도 ‘무서우니 일단 팔겠다’는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 WM고객그룹(자산 컨설팅 조직)은 이날 점심시간 무렵 코스피가 10% 넘게 하락하자 고객들에게 “당분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나, 과도한 우려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메시지를 발송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의 가파른 하락으로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이는 이들은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투자자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의 경우, 주가 하락 시 보유 주식 담보 가치가 부족해져 증권사에 증거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다음 거래일까지 돈을 내지 못하면 갖고 있는 주식을 강제로 처분당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 빚투 지표 중 하나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총 32조8041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강제 처분으로 투자자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주요 증권사는 신용거래융자를 통한 신규 주식 매수를 일시 중지했다.
● ‘하락에 베팅’ 공매도 거래대금 급증
공포 심리가 강해지면서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은 4일 3조446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에서 하루 공매도 거래대금이 3조 원을 넘은 것은 역대 처음이다. 전날(2조4574억 원)보다도 5872억 원 늘었다.
공매도는 시장에서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가격에 주식을 사서 갚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활용하는 전략이다. 공매도가 늘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주식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는다.
국내 증시가 중동 사태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간 가파르게 오른 데 따른 고점 부담과 함께 높은 원유 의존도, 수출 중심 산업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압도적인 상승률을 기록해 온 한국 증시는 중동 사태 여파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당장 개별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도 ‘일단 팔자’는 심리가 강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가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기점으로 빨라지고 공매도 거래대금까지 늘어나면서 현재로서는 코스피 5,000을 지키는 것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급락한 증시 및 환율 안정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더 큰 시장 변동성이 발생하면 증권시장 안전펀드(증안펀드)를 포함한 ‘100조 원+α’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동안 코스피 상승세가 워낙 가팔랐고, 아직 5,000 선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당장 증안펀드 자금을 시장에 풀진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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