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미, 주한미군 무기 중동으로 차출 협의

신규진 기자 2026. 3. 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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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 조짐에
정부 “한미, 美 탄약 수요 논의중”
靑 “연합방위태세 손상 없게 검토”
핵심전력 ‘에이태큼스’ 차출 거론
미국의 육군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화이트샌드=AP 뉴시스
미국과 이란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가 주한미군 전력 차출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미군 탄약 부족분 등을 메우기 위해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지대지 미사일 등 주한미군 주요 전력이 중동에 차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정부 고위 소식통 등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한미 간 미군의 탄약 수요와 관련한 협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탄약 수요가 커지자 이란 군사작전을 진행 중인 미 중부사령부(CENTCOM) 외 다른 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 전력의 이동이 검토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군사 작전이 4∼5주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일 중동 상황과 관련해 “주한미군의 전력 운용에 대한 한미 간 협의를 상세하게 설명하긴 어렵다”며 “협의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연합방위태세에 손상이 없도록 상의하면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고 했다. 중동으로 차출될 수 있는 주한미군 운용 전력으로는 다연장로켓(MLRS) 발사 무기 등이 우선 거론된다. 주한미군이 보유 중인 M270 MLRS에선 300km 사거리의 에이태큼스 미사일과 수십 km 사거리 로켓탄 등의 발사가 가능하다.

패트리엇,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 등 방공전력 차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지난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앞서 중동으로 순환 배치된 주한미군 패트리엇 2개 포대 중 일부는 여전히 중동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란의 공격을 받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는 국산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천궁-2’ 요격 미사일 추가 납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미국의 군사작전에 참여한 이스라엘을 비롯해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미군기지를 겨냥한 미사일, 드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UAE는 한국과 2022년 천궁-2 10개 포대 도입 계약을 체결한 뒤 2개 포대를 운용하고 있다.

美, 주한미군 에이태큼스 차출 가능성… 패트리엇-사드도 거론

[美-이란 전쟁]
한미, 주한미군 무기 차출 협의
전쟁 길어지면 미사일 재고 부담… WP “고위 지도부 사이에 불안감”
중동행 패트리엇 일부 안돌아와… 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 가능성
靑, 안보와 직결 사안 신중 입장

에이태큼스(ATACMS)가 발사되는 모습.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미국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전쟁 여파로 한미가 주한미군 전력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주한미군 주요 전력의 중동 차출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중동으로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대북 방공 시스템인 패트리엇 포대가 순환 배치된 데 이어 중동 전쟁 장기화로 주한미군 미사일이나 탄약 등이 차출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주한미군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 확대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전쟁 장기화 시 주한미군 전력 차출 불가피할 듯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따른 이란의 반격으로 전선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주한미군 전력의 중동 차출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한미군 전력 운용의 변화와 관련해 한미 간 협의는 진행되지만 미국의 자국 전력 이동을 제한하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이란을 겨냥한 공습 등 원거리 타격에 집중하고 있지만 추가 병력을 중동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필요시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미군의 탄약 수요와 관련된 한미 간 소통은 전쟁이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트럼프 행정부 내 제기되는 탄약 비축량 우려 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미국의 방공 요격 미사일, 해상 발사형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 탄약 비축량이 줄어들고 있어 분쟁 장기화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전쟁이 몇 주 동안 지속되면 한정된 방공 미사일 재고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위 지도부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루스소셜에서 이란 군사작전 수행을 위한 미국의 탄약 비축량이 사상 최고라며 전쟁을 영원히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군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다연장로켓(MLRS) 발사 무기들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확전 양상으로 로켓탄이나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 등 타격 무기에 대한 수요가 늘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패트리엇 등 방공 미사일 차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지난해 중동으로 주한미군 패트리엇 2개 포대가 순환배치된 바 있다. 이 포대들은 지난해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따른 이란의 카타르 미군기지 반격에 동원됐다. 패트리엇 전력 일부는 한국에 복귀했지만 일부는 여전히 중동에 잔류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주한미군 전력 차출이 한미 연합방위태세 유지와 직결된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일 “주한미군의 전력 운용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항상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연합방위태세에 손상이 없도록 상의하면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이 개시된 지 사흘 뒤인 2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전쟁부) 정책차관의 요청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중동 전황을 논의한 바 있다.

● UAE 등 한국산 무기 수요 늘어

중동 지역 미군기지를 겨냥한 이란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한국산 무기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실전 배치된 국산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천궁-2’는 다수의 이란 미사일을 요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요격 미사일 보유 수량이 소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UAE는 계약 물량의 빠른 인도를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는 한국과 천궁-2 10개 포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는데, 현재 2개 포대가 실전 운용되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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