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1주년 특별기획-보험업 전망] ② 장기요양보호 증가, 시니어 돌봄 인프라 확충나서

이지영 기자 2026. 3. 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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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간병 급여화 가속…민간보험 역할 재정의 시험대
연 10조원 간병 부담 현실화…보험산업, 위기와 기회 교차
(오른쪽부터 시계방향)  'KB 골든라이프케어 평창 카운티' ,   신한라이프케어  프리미엄 요양원 '쏠라체홈 미사', 신한라이프 부산 해운대구 시니어 복합시설 조감도, 삼성생명 '삼성 노블 카운티' 외관. 사진/각사

| 서울=한스경제 이지영 기자 |  보험사들이 고령화로 인한 장기요양 및 간병 수요 증가를 고려해 보험 상품을 단순 보장에서 돌봄 기반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간병비 급여화가 논의되면서, 공·사보험 간의 역할 정립과 민간보험 성장 모멘텀을 찾는 일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장기요양 보험 등급 인정자는 2021년 95만4000명에서 2023년에는 109만8000명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 3분기에는 121만7000명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치매 환자의 비중은 38.2%로 늘었다. 이는 고령 인구 확대와 맞물려 치매·장기요양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공적인 것은 물론 민간 보장 체계의 전반적인 정비가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민간 보장시장 역시 구조적 변화에 발맞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보험사들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과 간병인 호출 등을 보완하는 간병 및 요양 실손 특약을 선보이며 보장의 공백을 메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재가급여 등 다회성 비용 보장 중심의 상품 구조에서 벗어나, 요양등급 악화나 치매 발병과 같은 장기 리스크 전반을 포괄하는 통합 담보형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검사·진단·치료·재활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보장 체계로 묶어 보장의 연속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 효율성과 보험료 경쟁력을 함께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업계는 이를 단순한 보장 범위 확대 차원이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위험의 장기·복합화에 대응하기 위한 상품 구조의 전략적 전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주요 생명보험사들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요양시설과 실버주택 등 시니어 돌봄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2016년 KB손해보험이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하면서 본격화됐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도심형 요양 빌리지 5곳과 실버타운 1곳을 운영 중이다. 하나생명도 지난해 6월 자회사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를 설립하고 경기 고양시 지축동에 첫 도심형 요양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다.

신한라이프는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통해 올해 1월 경기도 하남 미사지구에 프리미엄 도심형 요양시설 '쏠라체 홈 미사'를 개소했다. 앞서 2024년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첫 주간보호시설 분당데이케어센터를 열었고, 2027년에는 서울 은평구에 첫 실버타운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내년 준공을 목표로 해운대에 요양원을 설립을 추진 중이다. 

삼성생명은 2001년 개소한 삼성노블카운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를 출범시키며 시니어 사업을 신성장 축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2027년 이후 도심형 요양원 추가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요양시설 사업은 구조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부지 매입과 건축, 인허가 등 초기 단계에 수백억원대 자금이 선투입되는 데다, 운영 수익이 안정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자본력이 충분한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제한적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낮은 실버타운 분야에 민간 자본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가계의 간병 부담이 구조적으로 급증하며 한계를 넘어섰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연간 사적 간병비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요양병원 등에서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하루 평균 11만~15만원가량이 소요된다. 이를 한 달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00만원에서 최대 450만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통상적인 근로소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라는 평가다.

부모의 갑작스러운 중증질환이나 치매 발병이 자녀 세대의 경제적 부담으로 전이되면서 이른바 '간병 파산' 우려까지 확산되는 현실은 관련 보험상품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도권 밖 거래 관행 역시 부담을 가중시킨다. 상당수 사설 간병인이 세금 문제 등을 이유로 현금 결제를 요구하면서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을 받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명절 등 연휴 기간에는 추가 비용을 제시해도 간병인을 구하기 힘든 현상까지 반복되고 있다. 간병 부담과 생활고가 맞물리며 '간병 살인', '간병 파산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잇따르는 있다.

▲ 공적 간병 급여화 본격화…보험산업 구조 재편 '분수령''

이에 정부는 의료 중심 요양병원 영역부터 간병을 공적 보험 체계에 단계적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5일  제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약제 급여 확대, 재활의료기관 수가 시범사업, 의료행위 재평가 추진계획 등 건강보험 주요 안건을 심의했다. 특히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에 따른 2026년 시행계획(안) 논의가 핵심을 이뤘다.

가장 주목되는 과제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검토다. 현재 전액 본인 부담 구조인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포함해 본인 부담률을 약 3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개선과 병행해 간병 부담 완화를 제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요양병원 간병비는 고령 환자와 가족에게 가장 큰 의료비 부담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장기 입원 환자의 경우 간병비가 진료비보다 더 크게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사실상 '비급여 돌봄비'로 작용해 왔다. 건강보험 급여화가 현실화될 경우 고령층 의료·돌봄 비용 구조 전반에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간병 서비스 질 관리와 지역사회 돌봄 연계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요양병원 의료기능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연계를 확대해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환자는 일정 비율의 본인부담금만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분담하는 구조로 전환된다. 특히 취약계층에 대해 본인부담금을 전부 또는 일부 면제할 수 있는 특례 조항을 신설하고, 재정 부담을 고려해 시행 후 3년 이내 단계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유예 장치도 담겼다.

문제는 제도 변화가 민간보험 시장에 미칠 파장이다. 업계는 요양병원을 축으로 한 간병비 급여화가 현실화될 경우 보험산업 전반의 사업 구조에 적지 않은 변곡점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생명·손해보험사들은 간병보험을 제3보험 부문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경쟁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며 특약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간병비가 공적 보장 체계에 편입되면 민간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와 청구 구조 전반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간병비 급여화로 실손보험 청구가 증가할 경우 보험사 손해율이 악화되고,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급여화로 실손 처리 범위가 넓어지면 단기적으로는 의료비 부담이 완화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손해율 상승이 보험료 조정 압력으로 작용해 가계의 보험료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간병 인력 수급 대책이 충분히 병행되지 않을 경우 정책 취지와 현장 여건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사보험 간 보장 범위가 중첩될 경우 보험금 청구 및 지급 절차가 복잡해지고 행정 비용과 소비자 혼란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데이터 공유 체계 구축과 보장 범위의 합리적 조정, 명확한 정책 가이드라인 마련이 제도 안착의 핵심 전제로 거론된다.

상품 구조 개편 필요성도 거론된다. 현재 다수의 간병·치매보험이 진단 시점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형 구조인 만큼, 간병 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실질적 보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금이 간병 기간과 등급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급되는 지속형·연동형 모델로의 전환과 보험료 갱신 체계 개선을 통해 장기 유지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해외 사례 역시 참고 대상으로 언급된다. 일본은 공적 장기요양 등급인 요개호(要介護) 수준에 따라 민간보험 월 지급액이 자동 조정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도 Pflegegrad(간병등급) 기준으로 공·사보험이 연동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도 장기요양등급 데이터를 민간보험과 연계하고 지급 기준을 표준화할 경우 중복 심사와 행정 비효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는 간병이 요양시설·요양병원 영역에서 공적 보장 체계로 편입될 경우, 그동안 비급여 간병비 보장을 축으로 성장해 온 민간 간병보험과 치매보험의 역할 재정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적 급여화가 본격화되면 기존 상품 구조와 시장 포지셔닝 전반에 대한 전략 수정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만 간병보험은 공적 제도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적 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데 평가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의 구조적 한계와 고령화 심화를 감안하면 시니어 수요는 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보험의 역할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공적 보장 확대 국면에서도 본인부담금과 일부 비급여 영역이 존치되는 만큼, 이를 보완하는 특화 상품과 고급 간병 서비스 연계 전략이 산업 재편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단기적으로는 민간 간병보험 수요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보장 범위의 세분화·확대와 '프리미엄 간병' 등 차별화된 모델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급여화가 이뤄지더라도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영역은 남는 만큼 이를 정교하게 보장하는 상품으로 재편될 것이다"라며 "제도 변화는 단기적으로 부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보험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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