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48] 밤낮없이 울던 단종의 아내

단종(1441~1457)이 영월로 유배 간 시기를 다룬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봤다. 영화엔 등장하지 않지만 슬픈 사람이 내내 어른거렸다. 단종의 부인 정순왕후 송씨(1440~1521)다. 전북 정읍 출생으로 알려진 송씨는 열다섯 살에 왕비로 책봉됐다. 이듬해 단종이 세조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상왕이 되면서 의덕대왕비가 됐다. 그녀가 왕비였던 시기는 고작 1년 6개월이었다.
그러다 단종 복위 운동에 아버지 송현수와 단종의 누나 경혜공주 부부가 연루되면서 그녀의 삶은 극한으로 몰렸다. 결국 1457년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돼 영월로 유배되고 열일곱 나이에 죽임을 당했다. 3년 6개월을 함께하다 홀로된 그녀의 삶은 어떠했을까. ‘밤낮 없이 우는 사람’이라 자신을 표현한 그녀는 죽을 때까지 노산군 부인 신분이었다. 자식이 없던지라 시누이인 경혜공주의 아들 정미수를 시양자로 삼았다. 정순왕후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피눈물을 흘렸지만 단종보다 64년을, 세조보다 53년을, 한명회보다는 34년을 더 살며 82세에 세상을 떠났다.

정순왕후는 경혜공주의 시가 해주 정씨의 묘역이 있는 남양주에 모셔졌다. 매년 전주 이씨, 여산 송씨, 해주 정씨의 세 문중이 모여 제를 지낸다. 1698년 숙종은 단종을 복위하며 그녀도 정순왕후로 복위시켰다. 평생 단종을 생각하며 그리워했다는 의미로 정순왕후의 묘에 사릉(思陵)이라는 능호를 올렸다.

영화가 건넨 먹먹한 마음을 안고 단종과 정순왕후의 신위가 함께 모셔진 종묘 영녕전을 먼저 찾았다. 그리고는 그녀가 궁에서 나와 지내며 영월 쪽인 동편을 바라보며 통곡하던 곳이라 이름 붙은 동망봉과 정업원의 흔적을 살폈다. 마지막으로 남양주에 있는 그녀의 묘 사릉에 갔다. 때마침 흐렸던 하늘이 걷히며 햇살이 나고 둥실 구름이 보기 좋다 싶은데 노루 한 쌍이 휙 지나간다. 봄의 전령 복수초꽃도 사릉에 피기 시작했다. 두 분은 이제 덜 외로우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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