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 신혼도, 피해자도... 전세 숨통 트일까

정용진 2026. 3. 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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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LH, 올해 전세임대 3만7580가구 공급…상반기 조기 시행
청년·신혼·고령층 맞춤형 지원 확대…전세난 완화 기대
수도권 집중 공급으로 실수요 대응…보증금 한도도 상향
전세사기 피해·재정 부담 등 과제…공공임대 지속성 시험대

[지데일리] 전세난이 살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전세 매물은 줄고, 보증금은 꾸준히 오르는 상황 속에서 서민층과 청년층의 주거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전세임대주택 3만758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부 주거 지원 정책의 ‘숨통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LH의 전세임대사업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거 취약계층을 넘어 중산층까지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려는 공공의 대응 전략으로 읽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전세임대주택 3만7580가구를 공급한다. 지난해보다 5000가구 늘린 규모로, 청년·신혼부부·고령자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상반기 조기 모집을 진행한다. 수도권에 2만여 가구가 집중되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도 강화된다. ⓒ픽사베이

3만7580가구 공급…전국적 확대

LH는 4일 2026년 한 해 동안 전국에 3만7580가구의 전세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공급한 3만3000가구보다 약 5000가구 증가한 규모다. 특히 상반기 공급 일정을 예년보다 앞당겼다는 점이 핵심이다.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해 신속히 수요층에 주거 대안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공급 대상별 구성은 일반·고령자 1만3000가구(35%), 청년 1만가구(27%), 신혼부부 7600가구(18%), 비아파트 2800가구(8%), 전세사기 피해자 2500가구(7%), 다자녀 가구 2200가구(6%)로 나뉜다.

지역별로는 주거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에 2만1836가구(58.1%), 광역시 8707가구(23.3%), 비수도권 도시 7037가구(18.7%)를 배정했다. 수도권 집중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KB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올해 2월 수도권 전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23% 상승해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물 부족과 금리 정책의 불확실성이 주된 배경이다.

상반기 조기 시행…시장 대응 조율

LH는 올해 공급 시기를 예년 대비 1~2개월 앞당겼다. 첫 시작은 청년층이다. 지난달부터 ‘청년 1순위’ 모집이 시작됐고, 4월에는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구 수시모집이 예정되어 있다. 5월부터는 기존주택 일반·고령자 정기모집으로 이어진다.

하반기에는 공급 실적과 수요 추이를 종합 분석한 뒤, 특히 청년층 중심으로 추가 공급 물량을 조정할 계획이다. 최근 전월세 가격 상승 기조와 매물 감소, 대출 규제 강화 등 시장 여건을 감안해 공급 일정을 앞당딘 것으로, 더 많은 국민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 정보 제공과 접근성을 강화하겠다는 LH의 설명이다

지원 한도 상향…수도권 최대 1억3000만원

전세금 지원 한도액도 지역별, 유형별로 차등 확대됐다. 일반형 기준으로 수도권은 최대 1억3000만 원, 광역시는 9000만 원, 그 외 지역은 7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청년 유형의 경우 단독 1인 기준으로 수도권 1억2000만 원, 광역시 9500만 원, 기타 지역 8500만 원까지 가능하다.

이 한도는 최근 수도권 전세보증금 상승률을 반영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5년 수도권 전세 중위보증금은 약 2억7000만 원으로, 3년 전보다 12% 상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 전세임대의 보증금 완충 효과는 정책적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세사기·청년주거난 대응 어떻게

이번 공급 계획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전세사기 피해자 및 청년층에 대한 지원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물량만 2500가구로, 2025년 대비 약 40%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전국 전세사기 피해 인정 건수는 1만건에 육박했다. 특히 수도권 청년층의 피해가 심각해 정부는 긴급 주거지원과 법률 구제를 병행하고 있다. LH 전세임대 지원 확대는 피해자 구호의 실질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청년 주거 확보 정책은 이미 ‘전세임대형 든든주택’을 통해 중산층 청년까지 확대됐다. LH는 이 모델을 기반으로 청년 1인가구가 서울·수도권 내에서 월세 20만 원대 이하로 거주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공 전세’가 가진 구조적 한계는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시장 반응의 속도다. 공급 일정은 앞당겨졌지만, 실제 계약과 입주는 최대 4~6개월이 소요된다. 수요자는 여전히 당장 비싼 전셋값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기준 보증금의 현실성 문제도 지적된다. 수도권 주요 지역(서울·성남·용인 등)의 평균 전세 보증금은 4억~6억 원 수준인데, 지원 한도 1억3000만 원으로는 적정 매물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공공임대 행정 절차의 복잡성이 제기된다. LH청약플러스 사이트를 통한 접수 시스템은 통합 관리의 장점이 있지만, 서류 제출과 보증 절차 등으로 인해 청년층의 접근성은 여전히 낮다는 평가가 많다.

공공임대의 양적 확대만으로는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어려우며, 민간과 협력한 전세형 매입임대, 청년 맞춤형 금융 연계 등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공공임대 패러다임 전환 필요

전세임대사업은 ‘임대차 3법’ 이후 왜곡된 전세시장 구조를 완충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작년 기준으로 공공임대 전체 공급량(6만4000가구) 중 절반 이상이 전세임대(3만3000가구)였다. 이는 단기간 내 주거취약층에게 ‘즉시 거주 가능한 집’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단순히 ‘집을 빌려주는’ 형태에서 벗어나 지역 맞춤형·생애주기형 주거 솔루션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고령층에게는 커뮤니티 돌봄형 임대주택, 청년층에게는 직주근접형 공유형 전세임대, 신혼부부에게는 민간협력형 분양 전환 모델을 적용하는 식이다. 이러한 다층적 모델은 ‘공공성 유지’와 ‘시장 참여’의 균형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LH의 이번 계획은 단기적으로 전세시장 안정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몇 가지 과제가 뒤따른다. 먼저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이다. LH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81%다. 전세임대 확대는 사회적 필요이지만, 재정 부담 역시 누적된다.

민간 임대시장과의 관계 조율도 요구된다. 공공 전세 공급이 민간시장 전세수요를 잠식할 경우 장기적으로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주거취약층 선별의 정교화가 제기된다. 실제 지원이 필요한 계층(저소득·청년·피해자)에게 배정이 정확히 이루어지는 관리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공공임대의 새로운 실험대

LH의 2026년 전세임대 3만7580가구 공급은 공공주거 정책의 구조적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국가가 ‘집 없는 국민’의 최소한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작동할 때 주거의 의미는 복지에서 ‘기회’로 확장된다.

하지만 그 길은 여전히 쉽지 않다. 공공의 노력만으로 복잡한 시장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핵심은 ‘공공의 신속성’과 ‘민간의 유연성’을 결합해 실효성 있는 주거 지원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것이란 시각이 보편적이다. LH의 이번 조기공급이 실제 국민의 체감도를 끌어올리는 주거 안정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