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군 투입 부담에…트럼프, 다시 꺼낸 ‘쿠르드족 활용법’

정유진 기자 2026. 3. 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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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도자·정치인들과 접촉…민병대 관계자 “며칠 내 지상전 참여 예상”
‘무장세력에 무기 제공’ 봉기 유도 전략에 일부선 연쇄 사태 촉발 우려
1기 행정부, ‘IS와의 전쟁’ 중 민병대 ‘팽’한 전력…지원 철회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라크 내 쿠르드 무장세력과 접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 대신 쿠르드 무장세력에 무기를 지원해 이란 정권 전복을 위한 봉기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이란 쿠르드민주당의 무스타파 히즈리 대표와 통화하는 등 이란 안팎의 무장세력을 지원해 민중 봉기를 촉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미 중앙정보국(CIA)이 현지에서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군사 지원 방안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액시오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이라크 내 쿠르드족 지도자와 통화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은 오스만제국 해체 이후 이란·이라크·튀르키예·시리아 등지에 걸쳐 살고 있다. 이란 정부에 오랫동안 박해를 받아온 이란 내 쿠르드족은 반정부 진영의 핵심 세력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미·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후 쿠르드족의 봉기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이란·이라크 국경지대에 있는 쿠르디스탄 지역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란 쿠르드족 민병대 관계자는 “향후 며칠 안에 이란 서부에서 진행될 지상작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는 지금을 큰 기회로 보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그러면서 “미·이스라엘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 가 이란 공격 목표로 내건 ‘체제 전복’은 지상군 없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군 인명 피해를 초래할 지상군 투입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쿠르드족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 관계자는 쿠르드 무장세력이 이란 정권의 군사 자원을 여러 곳으로 분산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이란 북부를 점령해 이스라엘을 위한 완충지대를 만들 수 있는지도 논의되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쿠르드족의 통화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수개월 동안 물밑 로비를 벌인 끝에 성사된 것이라고 전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무장세력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 가져올 후과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바이든 정권 때 국무부에서 중동 담당 차관보를 지낸 젠 가비토는 “이미 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서 무장 민병대를 강화하는 것이 어떤 연쇄적인 사태를 촉발할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란 정권의 온건파 인사와 거래가 성사된 이후 쿠르드족 지원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 미국과 함께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싸운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팽’한 전력이 있다. YPG는 미국이 쿠르드 독립국 건설을 지지해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최전선에서 IS와 싸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통화한 후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자치 지역에서 철수했다. 이후 쿠르드족 독립에 반대하는 튀르키예는 쿠르드족 소탕 작전에 나섰다.

튀르키예 내 쿠르드족 정당인 인민평등민주당은 “이란 정권의 변화는 외부 개입이 아닌 이란 국민의 집단적인 의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제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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