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러다 제2 밀양 사태 난다" 용인 반도체 산단·송전선로 백지화 한목소리

‘용인 반도체 국가 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전국행동)’이 3월 4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용인 산단·송전선로 전면 재검토와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촉구를 위한 전국행동 3.4 궐기 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는 주최 측 추산 5000여 명이 참석했다. △전국행동 집행위원회, 지역주민, 정치인 발언 △시민사회 공동선언 △상여 및 송전탑 철거 퍼포먼스와 삭발식 △청와대 행진 등이 이어졌다.

집회에서 전국행동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송전선로 건설 전면 재검토 △재검토를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 △송전선로 최소화를 위한 분산에너지 정책 마련 △전력망 불평등 해소를 위한 거버넌스와 제도 개편 등을 요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인 김희상 전국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국민주권정부에서 농민 주권은 없는 것이냐”며 “농촌을 희생해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방식을 멈추고 송전탑 계획을 철회하라”고 발언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양대 축으로 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일 입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 기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집적화 전략은 규모에 걸맞은 전례 없는 전력 수급 문제를 불러왔다.

특히 2030년부터 진행 예정인 국가 산단 2단계 전력 공급 계획에서는 호남권(재생에너지) 및 동해안(원전·화력)에서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및 초고압 직류송전선로(HVDC)를 통해 대규모 전력을 끌어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송전망 건설은 기술적 한계와 사회적 저항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시민사회와 지역 주민은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이 에너지 지산지소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지방은 전력을 생산하고자 석탄발전소, 핵발전소, 초고압 송전탑이라는 위험 시설을 떠안아야 하는 반면, 경제적 이익과 일자리는 수도권과 대기업이 독점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구조는 지방을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로 전락시켜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고 국토 균형 발전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주민은 송전선로 건설의 일방적 추진으로 인해 제2의 밀양 송전탑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한다. 충남 공주시 주민들은 ‘공주시 송전선로 백지화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한전의 일방적인 입지 선정 방식에 저항하고 있다. 이들은 입지선정위원회가 송전 선로의 필요성 자체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결정된 사업의 노선을 정하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집회에 참가한 공주시 주민 임경령 씨는 “절박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오늘 궐기 대회에 참석했다”며 “전기가 눈물을 타고 흐른다던 밀양 사례가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goldmino@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