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로 만든 기사 사진, '피해자' 없으니 괜찮을까?
김수아 서울대 교수·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 젠더·성소수자 보도 모니터링 결과 발표
AI 이미지, 피해자 나타나지 않으니 괜찮을까…"성차별 재현, 저널리즘 차원 고민 필요"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언론보도에 적절한 이미지를 넣는 일은 중요하다. 글로 다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을 사진 등 적절한 이미지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수적인 이유도 있다.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시선을 끌 수도 있고, 기사 섬네일(대표 이미지)은 제목 못지 않게 기사 조회수를 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여러 이유로 언론사에서 AI(인공지능)를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 기사에 첨부하고 있는데 해당 이미지가 오히려 젠더 차별을 재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로 만든 이미지가 성차별을 재현한다면
문화일보는 지난해 10월27일자 <지하철서 6년간 여성 1295회 몰래 촬영 40대, 조사받던 중에도 범행 지속 '경악'>이란 기사에서 AI로 만든 이미지를 사용했다. 6년간 지하철에서 불법 촬영을 한 40대 남성에 대한 기사인데 남성이 스마트폰으로 누군가를 찍고 있는 듯한 모습이 나오고 옆에는 피해자로 보이는 여성들이 함께 있는 그림이다.

김수아 서울대 교수는 4일 “촬영하는 남성을 저렇게 묘사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며 “성범죄와 관련해 '피해자를 나약하게 그리지 말라'는 등 여러 지적을 하다보니 실제 쓸 수 있는 이미지가 없을 텐데 AI로는 실존 인물이 아니니 아무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은 이미지가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 의뢰로 성평등위가 만든 2023년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과 2025년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지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총 18개의 방송사·신문사 기사를 대상으로 했고 성평등보도는 지난해 8월13일부터 9월30일까지 520건의 기사, 젠더기반폭력 보도는 몇몇 사례를 중심으로 하고 스포츠보도는 2024년 파리올림픽 보도를 대상으로 했고, 성소수자 보도는 지난해 1년간 보도를 대상으로 했다. 기존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에서 생성형 AI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모니터링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부분에서 성차별을 재현하는 대목이 발견된 것이다.
김 교수는 또 다른 AI 이미지를 예시로 들었다. 아시아경제의 지난해 12월22일자 <[2025 무연고사 리포트①]한 해 동안 무연고 사망자 6000여명…9년새 5배 폭증>이란 기사 끝에 보면 이미지 가운데 한 남성이 혼자 밥을 먹고 있고 주변 집에는 3~5명의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화목한 모습이 있다.

김 교수는 “무연고 죽음에 대한 심층 취재 기사로 좋은 기사라고 생각하는데 숨 막히는 '정상가족'들에 둘러싸인 고독한 남성 노인의 모습 이미지는 AI 재현에 대한 윤리적 문제”라며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고 누구의 인권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볼 텐데, 과연 그런가 저널리즘 차원에서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한 피해자가 나타난 건 아니지만 성범죄 혹은 가족주의 등 성차별적 인식과 이미지가 반복·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어떤 특정한 피해자 개인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가 (이러한 사안을) 어떻게 의미화 해왔는가, 여기서 피해는 어떤 것인가”라며 “생성형 AI 사용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적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사실 AI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 자체가 물과 전기의 낭비로 AI를 쓸 때 불필요한 환경비용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수많은 생성형 AI 이미지 관련 논문에서 한목소리로 (AI로 만든 이미지가) 성차별을 재현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냥 장면 묘사가 필요해 고민 없이 생산되는 이미지들이 범죄를 야기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AI 기사 요약의 성차별 재현, 공론장 논의 필요성
중앙일보는 최근 기사 끝에 “1분 만에 더 쉽게 이해하기”라는 코너를 만들어 해당 기사를 AI로 요약해 기사의 핵심을 독자에게 묻는 형식의 질문 몇가지를 제공하고 있다. 중앙일보 지난해 8월22일자 <[단독] 군대서도 날아온 '그놈의 폭탄'…“헤어져” 그후 지옥의 4년>을 보면 AI가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한 여성이 4년 동안 어떤 끔찍한 일을 겪었나요?”라는 질문으로 이 기사를 요약했다.

이에 김 교수는 “이러한 질문은 생성형 AI 자체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기사에서 피해 정황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으로 생성되는 요약형 질문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기사의 구성과 내용에 대한 검토와 생성형 AI의 질문구성이나 요약에서 윤리적인 맥락화가 같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의 지난해 9월13일자 <“우린 지지 않아” “그만해라” 대구퀴어축제 올해도 갈등 고조>란 기사 말미에 AI는 “축제 반대 측이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낸 이유는 무엇인가요?”란 질문으로 기사를 요약했다. 김 교수는 “해당 사안이 시민불편 프레임을 사용하면서 혐오 표현을 확산한다는 문제의식을 전혀 반영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모니터링한 결과 성소수자 관련 보도의 경우, 일단 대다수 매체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아 보도량 자체가 매우 적었다. 또한 퀴어문화축제 등에 대해 보도할 때 찬성세력과 반대세력의 갈등으로 보도하거나 성소수자들의 활동으로 사회 불안이 야기된다는 서사구조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해당 기사도 퀴어축제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는 관점이 많이 반영돼 있어서 AI가 축제 반대 측이 오죽하면 집회금지 가처분까지 냈겠냐는 질문을 만들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성차별 보도, 여성취재원 부족 문제 여전해
한편 이번 모니터링 결과, 분석대상 520건의 기사 중 젠더 관련 주제를 다룬 기사는 7.7%(40건)에 불과했고 경제 분야에선 젠더 이슈를 다룬 기사가 없었다.
취재원의 성별 비율에서도 불균형이 나타났는데 취재원 중 여성 비율은 27.2%로 나타나 남성 취재원 비율은 62.5%로 여성 비율의 두배가 넘었다. 언론사 별로 보면, 한겨레가 남성과 여성이 둘다 43.5%로 여성 취재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여성 인물 인용 비중이 낮은 언론사는 동아일보(17.8%), 국민일보(18.5%), 연합뉴스TV(19.5%) 등이었다.
스포츠 보도의 고질적인 패턴이 이번 모니터링에서도 발견됐다. 2024년 파리 올림픽 관련 보도에서는 여성 선수를 '여신', '여제', '공주' 등에 비유하는 보도가 발견됐고 분석된 올림픽 관련 기사 73건 가운데 10건에서 여성 선수의 외모를 강조하는 표현이 사용됐다. 일부 기사에선 경기력보다 외모를 강조하거나 가족 내 역할('엄마' 등)로 설명하는 방식의 보도도 나타났다.
관련해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이날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과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이 실제 취재와 편집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언론인 교육과 모니터링을 확대하고 젠더폭력 보도와 혐오 표현 인용 관행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젠더데스크 도입 등 성평등 보도를 위한 구조적인 변화 방안을 모색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 환경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저널리즘 윤리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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