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효진 소설집 『개장수』, 인간을 향한 냉소와 연민의 서사

[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현주 기자]
교단과 학원 강단에서 34년을 보낸 한 국어 교사가 붓을 들었다. 화려한 수사도, 거창한 철학도 없다. 그가 쓴 것은 다만 자신이 보고 겪은 '인간'의 이야기다. 위선, 허세, 분노, 거짓말, 그리고 그 모든 것 뒤에 숨어 있는 작고 지독한 상처들. 소설집 『개장수』는 그 기록이다.
▮ 열 편의 단편, 열 개의 인간 풍경
『개장수』는 오효진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표제작 「개장수」를 포함해 「진짜 사나이」, 「파산자」, 「나까무라의 추억」, 「대부(代父)」, 「조금은 양심적인」, 「상처」, 「안녕, 영아」 등 총 열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이지만, 하나의 일관된 감각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결국 자신의 상처만큼 산다는 것.
작가가 직접 밝히듯, 이 소설집은 거대 담론을 좇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선생, 학생, 학원 강사, 재수생처럼 교육 현장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교육 소설이 아니다. 작가는 그 공간을 빌려 인간의 욕망과 위선, 그리고 그 이면의 연민을 들여다본다.
표제작 「개장수」에서 주인공은 제자들의 돈을 등쳐먹는 어른들을 향해 속으로 외친다. '사기 치는 인간들보다는 개들이 더 순수한 거야.' 이 한 문장 안에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가 담겨 있다. 냉소와 분노, 그러나 그 안에 끝끝내 놓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기대.
▮ '조금은 양심적인' 글쓰기의 탄생
작가 오효진은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고등학교와 입시 학원을 오가며 34년간 국어를 가르쳤다. 현재는 충북 옥천 장령산 기슭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그의 첫 소설집은 은퇴 이후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던 문학적 갈망이 한꺼번에 터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소설집 속 단편 「조금은 양심적인」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나는 조금은 양심적인 글을 쓸 거다.' 이 문장은 단순한 등장인물의 독백이 아니다. 오효진이라는 작가 자신의 문학적 선언처럼 읽힌다. 거창한 진실이 아니라, '조금은 양심적인'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겠다는 다짐.
추천사를 쓴 만화가 강병호는 이 소설집에 대해 '자기 안에 웅숭거리던 말을 곰국 끓이듯 오래 우리다가 풍자로 잘 엮어냈다'고 평했다. 오랜 시간 교육 현장에서 쌓인 공력이 문학적 형식을 만났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를 이 소설집은 보여준다.
▮ 독서교육의 맥락에서 읽는 『개장수』
교사와 학생, 학원 강사와 재수생이 등장하는 이 소설집은 독서교육 현장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나까무라의 추억」에서는 시험 성적을 빌미로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교사의 모습이 날카롭게 그려진다. 체벌을 '타작'이라는 은어로 부르는 교사들만의 문화가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작가는 냉정하게 포착한다.
이 소설집이 독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국민독서문화진흥회 김을호 회장은 추천사에서 '이 책을 덮고 나면 타인을 평가하기보다, 나 자신의 선택을 먼저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함께 읽으며 '나는 어떤 어른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되묻는 독서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텍스트다.
특히 어둡고 불편한 감정과 결핍의 이야기들이 오히려 인간을 솔직하고 겸허하게 만든다는 작가의 믿음은, 독서교육이 지향하는 공감과 성찰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교육 현장에서 인간관계의 본질을 탐색하는 독서 수업의 텍스트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 슬픔 속에서 아름다움을
작가의 시선은 냉소적인 듯하지만, 그 깊은 곳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흐른다. 못나고 부족하고 비겁한 등장인물들은 결국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 소설집이 독자에게 전하려는 것도 그것이다. 삶이 추하게 보이는 순간에도 '슬픔'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줄 아는 눈.
작가는 말한다. 지나간 사건들 중에서 슬프고 고뇌로 가득했던 것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그리고 그 불편했던 일들과 어두운 감정이 인간을 더욱 성장시킨다고. 심각했던 상황들을 다시금 성찰하며 정화하는 '여과기' 역할을 이 소설들이 한다고. 삶은 순간순간이 축복이고, 있는 그대로의 오늘이 곧 기적이라는 믿음과 함께.
교직에 몸담았던 독자들에게는 뼈아픈 공감이, 일반 독자들에게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될 소설집이다. 『개장수』는 3월 4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하며, 3월 18일 전국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