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의 만남…대전의 봄, 예술로 물들다
청년 작가 스텔라 수진 작업세계 조명
‘DMZ 소장품 하이라이트’ 18점 선봬
7일 국악원 첫 무대 ‘명품국악 컬렉션’
서도소리 이수자 김무빈 국악 공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무대 ‘주목’

[충청투데이 정현태 기자] 대전의 문화예술계가 '기록'과 '현대적 계승'이라는 두 가지 화두로 봄의 서막을 연다.
작품을 어떻게 남기고, 어떻게 다시 살릴 것인가를 둘러싼 고민이 전시와 공연이라는 서로 다른 형식으로 동시에 제기된다.
겉으로는 전시장과 공연장이 각기 다른 길을 걷는 듯 보이지만, 결국 한 도시의 문화 자산을 현재형으로 유지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열린수장고'에서 기획전과 상설전을 나란히 배치해, 소장품을 단순히 감상 대상으로만 두지 않는다.
작품이 수집된 이후 어떤 방식으로 보존되고, 어떤 기준으로 관리되며,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선택이 이뤄지는지까지 관객의 시야 안으로 끌어들인다. 전시의 초점은 '새로운 작품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한 도시가 소장품을 통해 기억을 축적하고 공공성을 확장하는 방식에 맞춰진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서도소리를 무대 전면에 올려 '전통은 박제된 유산이 아니라 현재의 언어로 다시 호출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공연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전통 성악을 관객이 따라갈 수 있는 구조로 풀어내며, 쉽게 접하기 어려운 레퍼토리를 한자리에서 듣는 경험을 제공한다. 기록과 보존의 언어가 미술관에서 구체화된다면, 계승과 확장의 언어는 국악원 무대에서 살아 움직이는 셈이다.
◆수장고의 문을 열어 예술의 생명력을 논하다
대전시립미술관은 3일부터 열린수장고에서 기획전 '깊고 깊은 숲으로: 도로시의 원더링'과 상설전 'DM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6'을 함께 선보인다.
열린수장고는 국내 공립미술관 최초 개방형 수장고로, 소장품을 중심에 두고 작품 감상과 보관·관리의 접점을 확장해 온 공간이다. 전시를 '완성된 결과물'로만 보지 않고, 작품이 시간과 기술 변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어서 관람 동선 자체가 흥미롭다.
기획전의 주인공은 대전 지역 청년 작가 스텔라 수진이다. 미술관이 2022년 수집한 소장품 '생명의 나무 1&2(2021)'를 중심축으로, 도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회화의 서사 가능성을 밀어붙여 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조명한다.
출발점도 독특하다.
17세기 말 세일럼 마녀재판으로 어머니를 잃은 소녀 '도로시 굿'의 이후 삶을 상상하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숲속에서 다양한 존재와 조우하는 도로시의 여정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전시 제목의 '원더링'은 길을 잃는 방황이 아니라, 상실 이후 세계를 다시 인식하고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과정에 가깝다.
작가가 화면에 차곡차곡 쌓아온 사유의 흐름을 관객이 따라가게 만든다.
같은 공간에서 열리는 상설전 'DM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6'은 설치·뉴미디어 소장품 18점을 통해 미술관의 보존 관리 현장을 전면에 내놓는다.
거대한 설치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압축돼 특수 보관함(크레이트)에 담기는지, 형태가 없는 뉴미디어 데이터는 어떤 기준으로 관리되는지 구체적인 과정을 보여준다.
수장고가 단순 보관 창고가 아니라 작품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전문적 노동이 축적되는 '실무 현장'임을 시각적으로 설득하는 구성이 눈길을 끈다.

◆서도소리의 정수, 동시대 감성으로 피어나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2026 시즌 '전통의 숨결' 시리즈 '명품 국악 컬렉션' 첫 무대를 7일 오후 5시, 국악원 작은마당에서 연다.
이번 무대의 주인공은 국가무형유산 서도소리 이수자 김무빈이다.
전통에 뿌리를 둔 창작 활동으로 서도소리의 멋을 동시대 감각으로 확장해 왔고, 2021년 KBS 국악대상 수상 이력도 있다. 서도소리는 평안도·황해도 지역에서 불리던 전통 성악으로 좌창, 독경, 시창 등 갈래가 다양하지만, 요즘 공연장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장르다. 그만큼 '듣는 쾌감'이 진하게 남는 소리다.
프로그램은 축원경(祝願經)으로 문을 연다.
신을 불러 공양하고 복을 비는 내용을 담은, 서도소리의 정체성을 또렷이 보여주는 레퍼토리다.
이어 인생의 무상함을 읊는 서도잡가 제천(祭奠), 불가(佛家)의 소리인 산염불(山念佛), 관서지방 서도소리의 정수로 꼽히는 산타령(山打令)이 이어진다.
서도소리의 예술성을 드러내는 관산융마(關山戎馬)는 대금 반주로 들려주고, 마지막에는 '술타령'과 '명타령' 등을 재구성한 황해도 굿으로 흥을 끌어올린다.
반주는 변상엽(대금), 조봉국(장구), 이찬우(피리), 이강산(해금)이 맡고, 사회는 국악협회 대전지회 홍보대사이자 '우·아·한' 진행자인 정영미 아나운서가 맡아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오병준 대전시립연정국악원장은 "국악의 핵심 양식인 산조·판소리·경서도 소리 등을 기반으로, 감각적인 해석과 치밀한 구성으로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무대를 준비했다"며 "국악의 깊은 멋과 다양한 매력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매는 국악원 홈페이지와 놀티켓을 통해 가능하며, 문의는 국악원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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