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설비 '중동산' 맞춰 설계… 단기간 '탈중동' 어렵다 [美·이란 전쟁]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 70%
탈중동 땐 정제 효율·비용 부담
미국산 수입 확대 현실적 대안
LNG는 물량 확보 큰 문제 없어

이란 사태로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서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에너지 수입구조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와 업계는 미국과 남미 등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 도입처를 모색하고 있지만 글로벌 수요 경쟁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데다 국내 정유설비가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져 있어 단기간에 '탈중동' 구조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대체지로 미국·남미 등 거론
4일 산업통상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원유 수입 중 약 70%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다. 특히 이 가운데 95%가량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운송되는 구조다.
정부도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공급망 점검에 나섰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이날 관계기관 합동 점검회의를 열고 에너지와 화학제품, 소재·장비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경제안보 품목의 수입 동향과 대체 가능성을 점검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국내 에너지 수급에는 특이 동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약 208일분의 전략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대응 여력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는 북미·중남미 등 중동 외 지역으로부터의 원유 구매자금 지원한도를 90%에서 100%로 확대를 추진하는 등 대체지 모색 지원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급망 불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국내 에너지 수입구조가 여전히 중동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중동을 대체할 원유 공급처로 미국과 남미, 북해 지역 등이 거론된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에는 원유 도입처 다변화가 진행돼 사우디 비중이 약 30%이고, 미국이 약 17%를 차지하고 있다"며 "호르무즈해협 운항에 문제가 생길 경우 미국산 원유 도입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간에 중동 의존 구조를 크게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유 거래는 상당 부분이 장기계약으로 이뤄지는 구조여서 단기간에 도입처를 크게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정유설비 구조도 변수로 꼽힌다. 국내 정유공정이 중동산 중질유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다른 지역 원유로 대체할 경우 정제 효율과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면 전 세계 주요 수입국이 동시에 중동 외 지역에서 물량 확보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물량 확보 자체보다 가격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NG는 이미 공급처 다변화
반면 액화천연가스(LNG)는 원유보다 공급구조가 상당 부분 다변화돼 있어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 LNG 도입 중 카타르 등 중동 비중은 약 20%이다. 미국과 호주,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특정 지역 의존도가 낮다는 평가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태식 연구위원은 "LNG는 미국과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공급을 받고 있어 물량 확보 자체는 큰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면 결국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아시아 LNG 현물 가격은 중동 정세불안이 반영되며 하루 만에 약 40% 상승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의 경우 장기계약 물량 비중이 높아 단기충격은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겨울철 난방수요가 끝나가며 국내 가스 수요가 감소하는 시기라는 점도 단기수급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석유는 탈중동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에너지 수입구조의 취약성을 다시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한다.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유승훈 교수는 "LNG는 이미 호주·미국·동남아 등으로 도입처가 상당 부분 다변화돼 있지만 석유는 상황이 다르다"며 "국내 정유설비가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 설계돼 있어 단기간에 탈중동 구조로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산 원유는 대부분 경질유라 정유공정 측면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에너지 전환 정책과 석유 수요 감소 전망 속에서 정유·석화 업계가 새로운 설비투자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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