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혓바닥 자리 / 이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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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혀를 조심하라고 했다.
혀를 함부로 놀리다가 겪는 일이 설화다.
혓바닥 자리는 입안의 혀를 다쳐 꿰매고 있는 사람 이야기다.
음식을 먹다가 혀를 깨무는 일은 더러 있는 일인데 이 시조에서 일어난 사고는 특이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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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의 혀를 다쳐 꿰매고 있는 사람/ 엉덩방아 찧다가 하필이면 이에 찍혀/ 끝없이 흘러나온 피 주체하지 못했네// 허물이 지나쳐도 깨물 수 없는 사이/ 기나긴 막무가내를 호되게 꾸짖어서/ 세 치 혀 가만있으라는 윗니의 일침이네// 믿음을 굳게 지킨 든든한 이와 달리/ 그토록 꿈틀거리며 양날을 치닫더니/ 입천장 다 무너진 듯 넙죽이 엎드렸네
『시조시학』(2025년, 겨울호)
예로부터 혀를 조심하라고 했다. 혀를 함부로 놀리다가 겪는 일이 설화다. 「혓바닥 자리」는 입안의 혀를 다쳐 꿰매고 있는 사람 이야기다. 그는 엉덩방아를 찧다가 하필이면 이에 찍혀 끝없이 흘러나온 피를 주체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음식을 먹다가 혀를 깨무는 일은 더러 있는 일인데 이 시조에서 일어난 사고는 특이한 경우다.
실로 허물이 지나쳐도 깨물 수 없는 사이인데 기나긴 막무가내를 호되게 꾸짖어서 세 치 혀 가만있으라는 윗니의 일침이 매몰차다. 믿음을 굳게 지킨 든든한 이와는 달리 그토록 꿈틀거리며 양날을 치닫곤 했던 평소 혀의 행동거지를 화자는 기억하고 있다. 하여 화자는 입천장 다 무너진 듯 넙죽이 엎드린 혀를 지켜보면서 혓바닥이 있을 자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혀 밑에 도끼 들었다는 말이 기억난다. 오랜 역사 속에서 혀 때문에 비명횡사한 인물이 적지 않다. 그렇기에 「혓바닥 자리」를 새겨 읽을 일이다.
「보통이라는 말의 위안」을 보자.
너무 잘 난 이에게는 하찮을 수 있으나/ 바닥 치는 누구에겐 기대치가 되는 일/ 그 수준 다다를 때까지 더디게 올라서지// 겸손을 지키기에 딱 좋은 위치에서/ 넘치면 나눠주고 부족하면 노력하여/ 위아래 여유로우니 맘 편한 자리이기// 쓸데없는 욕심이 간간이 차오를 때/ 한 번쯤 고개 들어 빈 하늘을 바라봐/ 극한에 오를 수 있는 건 오로지 새뿐이지.
보통에 관한 생각을 여러 가지 예를 들면서 노래하고 있다. 최고와 1등만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보통은 보통일 뿐일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 않다는 것을 시의 화자는 조곤조곤 들려준다. 그때마다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보통은 하찮을 수 있으나, 바닥 치는 누구에겐 기대치가 되는 일이다. 더디게 다다를지라도 끝내 도착한다. 여유로운 자리여서 마음이 편하게 된다. 그리고 화자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볼 것을 권한다. 꿈틀거리는 욕심을 조심스레 제어하고 빈 하늘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곳에서 비상하는 새만 극한에 오를 수 있다고 말하면서 자아가 투영된 새를 우러러보라고 이른다. 이렇듯 보통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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