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격 후폭풍] 중동 전운에 LNG 수급도 문제…갈길 바쁜 AI·반도체 '전력난' 비상
![카타르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사진=로이터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4/552779-26fvic8/20260304180057287rgkp.jpg)
국내 발전에서 LNG가 차지하는 비중이 25~30%에 달하는 만큼 도입 차질이나 가격 급등이 발생하면 발전비 상승과 전기요금 상승 압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한국 산업의 중심축인 반도체·인공지능(AI)를 비롯해 철강·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4일 에너지경제연구원 국가에너지통계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LNG는 4672만t으로 추정된다. 2022년(4639만t)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수입 규모가 커진 만큼 국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국내로 전이되는 충격도 커질 수 있는 구조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중동 생산기지와 운송로 리스크가 동시에 커졌다는 점이다. 세계 2위 LNG 생산국인 카타르가 직간접 타격 가능성에 노출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카타르에너지는 이란의 공격을 받은 라스라판 LNG 시설과 관련해 운영 중단 조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는 미국·호주와 함께 글로벌 핵심 공급국이며 한국에서도 호주와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LNG를 들여오는 주요 수입처다.
운송 측면에서도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겨냥한 공격에 나서면서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 해협이 막히면 중동산 물량 흐름 자체가 크게 제한될 수 있다. LNG는 원유와 달리 액화·냉각 등 처리 과정이 필수여서 대체 경로로 단기간에 전환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LNG 비축량이 의무 비축량인 9일분을 웃도는 만큼 단기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이 막바지에 접어들며 난방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최근 수입처 다변화로 중동 의존도가 예전보다 낮아졌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된다. 실제로 지난해 LNG 수입 지역 비중은 오세아니아가 33%로 가장 높았고 동남아시아 23%, 중동 20%, 북미 11% 순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시장의 불안은 물량보다 가격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중동산 LNG 공급이 줄거나 운송 리스크가 확대되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수 있고 국내 도입 물량 가운데 일부는 국제 가격을 반영하는 구조여서 발전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요금 안정화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전력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한전 적자 확대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졌고 산업용 요금 중심으로 조정이 이뤄졌다. 비슷한 충격이 다시 발생한다면 기업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산업계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크다. 이미 전기요금 부담을 호소해 온 석유화학·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비용 압박이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고 수출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전력비용 상승은 가격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지금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도체는 공정 특성상 전력 사용량이 막대한 대표적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어서 전기요금이 오르면 제조 원가와 투자 비용 모두에 부담이 쌓일 수 있다.
갈 길 바쁜 AI 산업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AI 경쟁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며 전력 가격과 공급 안정성이 산업 성장 속도를 좌우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4년 415TWh 수준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중동발 LNG 수급 불안은 전력 에너지 비상과 전기요금 압박으로 이어지며 산업 전반에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 산업과 미래 성장 동력인 AI 산업까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먹구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러·우 전쟁 당시처럼 LNG 가격이 단기적으로 급격하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분쟁이 장기화하면 일정 부분 전기요금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외부 영향이 작은 발전원인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을 활용해 에너지 자립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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