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대전환, 미래 지도를 그린다] 2. 한반도 미래를 여는 평화의 물길, 인천이 준비해야

이은경 기자 2026. 3.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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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한강으로 흐를 평화…인천, 토대 마련해야

北, 당 규약서 '민족·통일' 삭제
남북 경색에 '철도·도로' 끊겨
육로 재개는 시간·비용 뒤따라

관계 개선시 협력 통로는 물길
인천~남포, 서해 경제 출발점
한강하구, 민간 선박 항행 보증
동·서독-중·대만 협력 사례도

인천, 공항·항만 갖춘 물류허브
남북기금 확충·항로 복원 숙제
▲ 2010년 인천항에서 남포로 향하기 위해 화물을 선적 중인 트레이드포춘호. 남북 서해 해로 교류의 중추였던 인천은 1998년 인천–남포 정기항로 개설 이후 4500t급과 1만t급 화물선 운항을 통해 남북교역을 견인했으나, 2010년 5·24 조치 이후 2011년 항로가 중단됐다. /사진제공=인천지방해양수산청·인천일보DB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시대에도 협력의 길은 열릴 수 있을까. 서해의 접경도시인 인천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녹록지 않은 한반도 정세 속에서 인천에 주어진 중요한 과제다.

▲북한 민족·통일규약 삭제 - 한반도평화 노력 중단 말아야

2026년 2월 북한은 조선노동당 제9차 당대회를 통해 '민족'과 '통일' 관련 조항을 당 규약에서 삭제하고 한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했다.

과거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었을 때에도 북한이 민족과 통일 담론 자체를 공식적으로 폐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단순한 대남전술 조정을 넘어선 구조적 노선 변화로 평가된다.

그러나 남북공존의 가능성까지 접을 이유는 없다. 1983년 아웅산 테러라는 극단적 긴장 국면 속에서도 2년 뒤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고, 개성공단 폐쇄 이후에도 2018년 정상회담과 군사합의가 성사되었다.

한반도 정세는 언제나 국제질서 변화와 맞물려 예상 밖의 전환을 보여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 북미관계 재편, 중일 갈등 등 동북아 정세 변화는 한반도 환경을 다시 바꿀 수 있다. 단절은 영구적 상태가 아니라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국면일 뿐이다.

▲인천 남북협력 준비 '보통수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중요한 것은 준비다.

특히 접경지역 지방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통일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광역지방정부 가운데 인천은 남북협력 준비도에서 '보통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천은 서해 접경지역이자 국제공항과 항만을 갖춘 한반도의 전략적 중추임에도 남북교류협력기금 규모와 정책 추진 실적은 기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인천이 보유한 잠재력에 비해 전략적 준비가 아쉬운 대목이다.

▲남북을 잇는 '물길'에 주목 필요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가장 먼저 끊긴 것은 남북철도와 도로 등 육로였다. 육상 연결은 정치적 상징성과 군사적 민감성이 크고, 지뢰 제거와 인프라 복구 등 복잡한 조건을 요구한다.

상당한 시간과 비용도 뒤따른다. 반면 해로와 하천은 본질적으로 유동적인 공간이다.

바다와 강은 완전한 물리적 봉쇄가 어렵고, 정세 변화 시 비교적 신속한 재개가 가능하다. 관계 개선 국면에서 가장 먼저 작동할 수 있는 협력 통로는 물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서해 해로는 전략적 가치가 크다. 동해권 개발 구상이 주로 관광 중심 협력에 무게를 두었다면, 서해는 남포와 평양 등 북한의 핵심 거점과 직접 연결되는 산업·물류 축이다.

인천-남포 항로는 단순한 해상 교통로가 아니라 서해 경제권 구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강하구 또한 중요한 전략 공간이다. 정전협정에 따라 민간선박 항행이 보장된 중립수역이며, 2018년 남북 공동수로조사를 통해 안전항로가 확인된 바 있다. 현재 관련 사업은 중단되었지만 법적·물리적 기반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준비 여부에 따라 재개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해외사례가 보여주는 '물길의 힘'

갈등 상황에서도 수역을 매개로 협력이 재개된 사례는 적지 않다.

중국과 대만은 2001년 접경 도서 간 해상 직항을 통해 교류의 물꼬를 텄고,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공유하천 협력을 통해 신뢰 회복의 기반을 마련했다.

동서독 역시 내륙수로를 활용해 경제·사회적 접촉을 축적했다. 물길은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기 이전에도 작동 가능한 협력공간이자 평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략적 물길로 미래 준비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준비까지 멈출 이유는 없다. 변화의 순간이 왔을 때 오늘의 준비가 기회의 문을 연다. 인천은 이미 한반도의 핵심 물류허브로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중요한 것은 미래 변화에 대비한 전략적 준비다.

남북협력기금 확충, 인천-남포항로 복원 준비, 한강하구수역활용구상 수립, 시민참여 초국경협력거버넌스 구축 등을 우선과제로 꼽을 수 있다.

바다와 강의 흐름은 선언으로 막을 수 없다. 인천이 서해와 한강이라는 전략적 물길을 토대로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하는 도시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김지영 통일부 산하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 교수

김지영 교수는

▲ 김지영 통일부 산하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 교수

통일부 산하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 교수로 동아시아 국제질서와 한반도 통일을 연구하는 정치학자다. 인하대 중국어중국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워릭대에서 국제정치경제학 석사와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 <트럼프 2.0시대, 북중러의 전환과 한반도>(2024)를 비롯해 <중국외교담론의 한국적 재구성>, <김정은 시대 정보기술발전의 정치경제적 고찰>, <미중 패권경쟁의 담론과 실제>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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