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길거리 캐스팅 소년이 LG의 미래를 짊어지기까지: 최형찬이 ‘불안’을 연료로 삼는 법

김채윤 2026. 3. 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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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1월 초 진행되었으며,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6년 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바스켓코리아=김채윤 기자] 존재감은 커졌지만 마음 한구석의 불안은 여전하다. 그래서 더 달리고, 그래서 더 지독하게 버틴다. 일명 ‘길거리 캐스팅’으로 농구를 시작한 소년은 강팀의 그늘에서 경쟁을 견디며,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찾아냈다.

최형찬(창원 LG)은 데뷔 시즌의 영광을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늘어난 기록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다.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익히며, 완벽한 ‘빛나는 조각’이 되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농구를 시작한 계기부터 이야기해 보죠.

초등학교 4학년 때 길을 걷다가 키가 크다는 이유로, 명진초등학교 선생님께서 먼저 다가오셨어요. 흔히 말하는 ‘길거리 캐스팅’이었고, 그 계기로 농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연세대 4학년 때는 주장까지 맡았어요. 대학 시절을 돌아본다면요?

강팀에 있다 보니, 솔직히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경쟁이라는 걸 제대로 배웠어요. 농구뿐만 아니라, 작은 사회 안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사회적인 요소도 많이 배웠습니다. 농구도 계속 깨지면서 많이 배웠고요.

대학 시절 “몸이 겨울과 안 맞는다”라는 인터뷰가 있네요. 그런데 농구는 겨울 스포츠잖아요.

손이 차가워지고 몸이 빨리 안 풀리는 편이라, 어려움이 있었어요. 하지만 프로에 오니까, 체육관도 확실히 따뜻해요. 그리고 경기 몇 시간 전부터 몸을 풀 수 있어서, 체질을 많이 상쇄하고 있습니다(웃음).

창원 LG 유니폼을 입게 됐어요. 드래프트 당시를 회상해 본다면요?

당시 LG는 명문 팀이었고, 우승을 노리는 팀이었어요. 바로 뛸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드래프트 때 “빛나는 조각이 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지금도 그 조각이 되기 위해, 단련을 하고 있어요. 다만, 제가 생각한 조각은 아직 더 커야 할 것 같아서,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접 와보니, LG는 어떤 팀이었나요?

(유)기상이 형이나 (양)준석이 형, (이)경도같이 아는 선수들이 많아서 편했어요. 다른 형들도 오자마자 불편함 없이 잘 대해주셨고요. 혼자 신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강현이랑 경도까지 있어서 신인이 세 명인 느낌이었어요. 막내 생활을 다 같이 해줘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주장에서 막내가 된 기분은 어땠나요?

막내 생활이 안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제가 주장을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프로에서는 하나하나 배우려고 했습니다. 저도 언젠간 중고참이 된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배우고 있습니다.

LG는 수비를 강조하는 팀인데, 수비는 대학 때부터 최형찬 선수의 강점이었잖아요.

수비가 제 장점이기 때문에, 저는 수비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원래 자신감이 있었고, 다른 선수들을 막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농구 선수로서의 제 이미지도 빠르게 굳혀진 것 같습니다. 덕분에, 다른 점들을 더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도 만든 것 같아요.

데뷔 시즌부터 우승 팀의 일원이 됐어요.

형들이나 많은 분들이 “너는 운 좋은 선수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 자체가 운이 정말 좋았다고 느껴요. 그 분위기와 경험이 계속 몸에 스며드는 느낌이고, 저도 모르게 배운 것들을 경기에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우승은)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소중한 경험이었고,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로에서 처음 맞은 비시즌을 어떻게 보냈나요?

팀 수비에서 최대한 구멍이 나지 않게 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서울에 가서 다양한 트레이너분들께 슛과 피지컬 트레이닝을 받았고, 창원에서는 팀 트레이닝 코치님들과 팀 코치님들께 여러 훈련을 받았습니다. 잔부상을 겪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장에 도움이 된 비시즌이었어요.

이번 시즌에는 ‘전 경기 출장’을 기록 중이에요.

이렇게 기회를 받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중간에 퍼포먼스를 내는 것도 감독님과 코치님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느껴요. 물론, 시즌 종료 후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팀 성적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2024~2025시즌에는 평균 9분 22초를 뛰었는데, 2025~2026시즌에는 경기당 14분을 뛰고 있습니다.

제 장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출전 시간이) 더 길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제 장점에서 벗어나면 오히려 팀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제 역할과 장점만 생각하고 뛰었습니다. 그게 출전 시간 증가로 이어진 것 같아요.

특히, 3점슛 시도가 2.1개로 늘었고, 성공률도 40%가 넘어요.

비시즌 동안 정말 많이 쐈습니다. 노력했던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가 쏘는 슛은 대부분 오픈 찬스라서, 임재현 코치님께서는 “확률 높게 넣어야 한다”라고 계속 말씀해 주셨습니다.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저 역시 그 점에 집중했습니다.

LG 트레이닝 팀도 높은 평가를 받는데, 최형찬 선수는 어떻게 느끼나요?

트레이너 세 분 모두 회복과 치료, 재활과 운동까지 정말 세심하게 신경 쓰십니다. 휴일이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인데도, 항상 편하게 다가와 주셔서 감사해요. 다른 팀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팀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트레이닝 파트는)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코치진에 관한 이야기도 덧붙여 주신다면요?

임재현 코치님은 심리부터 기술까지 세심하게 도와주십니다. 제가 생각하는 걸 정확히 짚어주셔서, 저도 신기할 때도 많아요. 박유진 코치님은 훈련 중 디테일을 계속 강조해 주시고, 제 역할을 명확하게 알려주십니다. 김동우 코치님은 새벽에도 슈팅 훈련을 도와주시고, 경기 후에도 직접 피드백을 주세요. 세 분 모두 선수들한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코치님들은) 저에게 성장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유기상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최형찬이 유기상과 비교될 만큼의 존재감을 보였다”는 평가도 있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기상이 형에게 정신력이나 플레이를 정말 많이 배웠고, 기상이 형은 저보다 몇 단계 위의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비교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저도 기상이 형만큼 성장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따라잡고 싶어요.

그런데도 최형찬 선수는 “항상 불안하다”고 말했어요. 지금 마음은 어떤가요?

확실한 주전은 기상이 형이고, 저는 매 경기 일정한 퍼포먼스를 내는 선수가 아니에요. 다만, 그 불안이 멘탈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해요. 제 플레이가 단순한 만큼, 감독님께서 더 믿고 기용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야 해요. 그렇게 하기 위해, 안주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오는 불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불안함은 필요하다고 봐요.

프로에 와서 ‘이것만은 지키겠다’고 마음먹은 게 있다면요?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입니다. 비교하게 되면 조급해지고, 원하는 결과가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또, ‘어제의 나보다 나은 오늘의 내가 되자’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작은 상황에도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느낄 때가 있나요?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에요. 진중한 편이라 작은 상황 하나에도 신경을 쓰게 돼요. 상대 팀 선수들이나 우리 팀 선수들과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도 신경이 쓰일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그런 감정이 경기로 이어지지 않게, 최대한 조절하려고 합니다.

스스로를 어떻게 지키고 있나요?

심리학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대학 때부터 관심이 많았죠. 농구 연습만큼, 멘탈도 연습과 공부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준비가 경기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불안함이 커질 때,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나요?

무작정 좋은 말을 하기보다는, 빨리 안정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본인만의 방법은?)

저는 긴 호흡을 하면서 제 역할을 정확히 인지할 때, 긴장이 많이 풀려요. 앞으로도 심리적으로 깨지면서, 더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멘탈적으로 가장 흔들렸던 시기를 돌아본다면요?

안양고와 연세대, LG까지. 항상 1~2등을 다투는 팀에 있었어요. (고등학교와 대학교, 프로 모두) 처음 1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고요. 하지만 훌륭한 형들과 함께 농구하면서 버티다 보니, 저도 모르게 많이 성장한 것 같네요.

강팀에서의 경험이 ‘이기는 농구’의 기준을 만들어줬다고 느끼나요?

팀이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이겼을 때 분위기와 각자의 역할, 희생 등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팀은 개인의 생각만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각자의 생각이 조화를 이뤄야 해요. 동시에, 조금씩 양보하고 희생할 때, 좋은 팀이 된다고 생각해요.

농구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기상이 형이 빠졌을 때, 활약했던 경기요. 경기 전에는 의심도 많았고, 자신감도 부족했어요. 그런데 연습했던 게, 저도 모르게 경기 중에 나왔어요. 그때 ‘아, 내가 정말 열심히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형찬 선수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지지하나봐요.

정말, 완전 지지합니다(웃음). t실 이렇게까지 해도 안 되나 싶을 정도로, 답답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같은 동작을 연습해도, 시합에서는 안 나오는 경우도 많았죠.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결국 되고 있더라고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시간이 지난 뒤에는 분명 결과가 온다고 믿습니다.

시즌 목표가 있나요?

매 경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가 제겐 큰 동기 부여예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매 경기 집중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목표고, 팀 목표는 우승입니다. 우승을 위해 ‘빛나는 조각’이 조금 더 커질 수 있도록, 시즌을 보내고 있어요.

앞으로의 목표도 궁금합니다.

팀에서 함께 뛰고 싶은 선수,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얘는 써야 한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선수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기록 또한 성장해서, 프로 생활을 끝내기 전에 개인상도 받아보고 싶습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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