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양회 블루’ 대신 진눈깨비… 철통 경비 속 中양회 막 올라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2026. 3. 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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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최대 정치행사 양회 개막
보행자보다 경찰 많은 거리
‘실각설’ 마싱루이, 정협 불참
4일 오후 2시 정협 개막식을 앞두고 인민대회당 앞 도로가 전체 통제된 모습.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4일 오후 2시(현지시각) 베이징 시내.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을 한 시간 앞두고 개막식이 열리는 인민대회당에 가까워지자 교통 경찰들이 수신호를 하며 차량을 멈춰 세웠다. 더 가까이 진입할 수 없다는 안내에 따라 차량에서 내리자, 곧바로 경찰이 다가와 목적지를 묻고 취재증 제시를 요구했다. 차량이 엄격히 통제된 탓에 인민대회당 외곽을 수백미터 빙 둘러가야 했다.

이날 기온이 0도까지 떨어진 가운데 강한 바람을 동반한 진눈깨비가 흩날려 예년 같은 ‘양회 블루’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간 베이징은 양회 기간 파란 하늘을 유지하기 위해 공기질을 철저히 관리해 왔다. 이번 양회 역시 지난 2일부터 베이징 내 화학물질 운반 차량의 도로 운행이 금지됐고 일부 철강 기업들은 감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오후까지도 흐린 하늘이 이어졌다.

4일 오후 2시 정협 개막식을 앞두고 인민대회당에서 직선거리 500m 내 사거리에 들어서자 인도가 가로막힌 모습. 가로등엔 드론 비행 금지 안내판이 붙어있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인민대회당 외부 도로엔 보행자보다 교통경찰이 더 많이 배치됐고, 곳곳에 신분 확인 부스가 꾸려졌다. 인민대회당 내부 역시 경비 분위기가 삼엄했다. 취재진 1명당 휴대전화는 1대까지만 반입이 가능했고 보조배터리는 반입할 수 없었다. 액체류도 반입이 금지돼 현장에서 제공하는 물과 차만 마실 수 있었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 40분 전, 회의장 내부에 들어서자 각 위원들 자리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르는 직원들마저 군대 제식을 하듯 오와 열을 맞춰 움직였다. 가장 중앙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리엔 경호원이 지키고 서있기도 했다.

◇ 견자단 등 참석 눈길… ‘실각설’ 마싱루이 불참

2시 40분쯤 288명의 위원들이 하나둘 착석하기 시작했다. 정협은 국정자문기구로, 민주당파(군소 정당)와 소수민족, 대만·홍콩·마카오 및 해외 동포 등 각계 각층의 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홍콩 영화배우 견자단이 이날 모습을 보였고, 법복을 입거나 머리에 터번을 두른 종교인 위원들도 눈에 띄었다. 여타 정치단체보다 여성 비율도 높아 보였다.

홍콩 배우 견자단이 4일 오후 정협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민대회당에 도착한 모습. 견자단은 2023년 정협 위원으로 선출됐다. /EPA연합뉴스

3시 개막과 동시에 시 주석을 비롯한 지도부들이 입장했다.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정협 주석단이다. 시 주석 왼편에 9명, 오른편에 10명이 앉았다. 이전엔 총 23명이 앉던 자리다. 당적과 군적이 모두 박탈된 허웨이둥(何卫东) 중앙군사위 부주석, 연초부터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장유샤(张又侠) 부주석은 보이지 않았다.

수개월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낙마설이 불거진 마싱루이(马兴瑞) 전 신장위구르자치구 서기 역시 이날 개막식에 불참했다. 마싱루이는 지난해 7월 갑작스레 해임됐고 아직 새 보직 발령이 공개되지 않았다. 정치국 위원 자격으로 지난해 9~10월 행사에서 목격됐으나 이후엔 종적을 감춰 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 ‘하이라이트’ 전인대 내일 개막… 성장률 목표 하향 가능성도

양회의 하이라이트는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다. 전인대는 우리의 국회 격으로, 최대 관심사인 리창 총리 업무보고가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 성장률 목표도 내일 발표된다. 이날 중국 관영 증권시보는 “성장률 목표를 4.5∼5%의 구간 값으로 설정하는 것이 적극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는 데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4일 오후 3시(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협 개막식이 열렸다. 앞에서 두 번째 줄 가운데가 시진핑 주석.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이날 오후 12시엔 사전 기자회견이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다. 러우친젠(娄勤俭) 대변인에 따르면 이번 전인대는 5일 오전부터 12일 오후까지 총 8일간 이어진다. 이 기간 경제, 민생, 외교를 주제로 세 차례의 기자회견과 도어스테핑 인터뷰가 진행된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도 내수 부진에 시달린 만큼 올해 역시 소비 진작을 중심으로 한 계획이 전인대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러우 대변인은 “올해 내수 확대라는 전략적 목표를 견지하고 소비를 적극적으로 촉진해 강력한 내수 시장 건설을 추진할 것”이라며 “국민 생활 수준 향상과 소비 촉진을 긴밀히 연계하는 원칙 아래 양질의 고용을 증진하고, 도시와 농촌 주민의 소비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선 미·중 관계도 언급됐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도 미국과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러우 대변인은 “시 주석은 양국이 동반자이자 친구라는 것은 역사적 교훈이자 현실적 필요라고 지적했으며, 중국과 미국의 공동 번영은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현실“이라며 ”중국은 미국과 협력하며 모든 채널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협력의 폭을 넓히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용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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