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창모, 세종문화회관서 콘서트 연다···“사장님께 샤라웃”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던 소년은 피아노를 떠나야만 했다. 돈이 없었다. 세상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반항적인 가사들을 써내려갔다. 그렇게 피아니스트가 아닌 래퍼가 됐다. 세월이 흘러 그는 다시 피아노 앞에 앉는다. 가수 창모(본명 구창모) 얘기다.
창모가 오는 5월 9∼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힙합 공연 <창모 : 더 엠퍼러(CHANGMO : THE EMPEROR)>를 연다. 힙합 가수가 세종문화회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창모는 4일 세종문화회관 서클홀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피아노를 치면서 ‘결국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꿔보기도 했다”며 “힙합 아티스트가 되고 나서 (세종문화회관에) 올 줄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 창모는 대표곡들을 라이브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창모의 피아노 연주도 들을 수 있다. 창모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THE EMPEROR)’ 1악장 일부를 연주하고, 자신의 곡도 메들리 형식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최초 공개되는 신곡 무대는 서울시합창단과 협연한다. 창모는 ‘선배’ 베토벤의 기운을 받기 위해 지난 1월 난생 처음 유럽여행도 다녀왔다고 한다. “베토벤 묘지를 가서 설날 인사 드리듯이 인사 한 번 드리고, 거기서 신곡을 만들었어요. 오스트리아 빈에서 음악을 만들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을 한다는 게 생각만 해도 너무 재밌었어요.”
거친 랩 가사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적절하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선 “전국 공연을 다니며 관중이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실험해왔다”며 “불쾌감을 드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분들의 의견을 수용해 특정 단어를 빼거나, 너무 심하다 싶은 부분은 제 선에서 묵음 처리를 하겠다”고 했다.
세종문화회관의 주 관람층에게는 창모가 낯선 아티스트일 확률이 높다. 창모는 “공연에는 저의 팬분들 외에도 이 공간의 팬분들도 오실 것”이라며 “가장 설득시키기 어려운 분들이 저를 모르는 분들인데, 이분들마저도 공연이 끝나면 ‘창모’ 한 번 검색해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창모는 대중음악 공연장보다 차분한 분위기의 세종문화회관에서도 흥겨운 공연을 예고했다. 그는 “제 공연은 한국 힙합 ‘떼창’ 세 손가락 안에 든다”며 “공연장 3층이 위험해서 팬들을 일으켜 세우는 건 못할 거 같고, 그래도 떼창이 뭔지 한번 들려드릴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시간과 돈을 들여 온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절대 들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를 꿈꿔온 만큼 기대와 부담감 모두 크다. 창모는 “클래식 피아노를 치면서 꿈이 한번 좌절됐기 때문에, 아예 이쪽에 미련을 갖지 말자고 생각하며 살아왔다”며 “어렸을 때 꿈꾸던 데를 올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그는 제작발표회에 함께 참석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향해 “샤라웃(Shout-out)”이라고 외쳤다. ‘샤라웃’은 힙합 가수 등이 특정 인물이나 단체의 이름을 외치며 존중을 표하는 말이다.

안 사장은 “세종문화회관이 1년에 한 두번씩은 새로운 예술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세종문화회관에서 한다고 해서 ‘더 고상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창모의 음악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안 사장은 그러면서 “예술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게 제 역할”이라며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는 것에 대해 꾸준히 노력해왔다”고 했다. 그는 특히 가수 지드래곤과 협업하고 싶다며 “콘서트만이 아니라 다른 형식의 예술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오케스트레이션은 이광일 음악감독이 맡았다. 이 감독은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힙합과 클래식이라는) 장르의 만남을 보여주는 무대인 동시에 만남을 구조적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라며 “랩이 독주처럼 전면에 서고 오케스트라가 그 흐름을 확장하고 받쳐주는 방식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그는 SM 클래식 전속 작·편곡가로 활동하며 소녀시대, 에스파 등 유명 K팝 곡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바 있다.
창모는 2014년 데뷔한 힙합 아티스트로 ‘METEOR’ ‘빌었어’ ‘아름다워’ 등으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이번 공연은 총 3000석 규모로, 오는 5월9~10일 양일간 각각 120분씩 열릴 예정이다. 예매는 오는 16일 오후 3시부터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및 주요 예매처를 통해 진행된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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