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황소' 美 현대미술 메카 첫 나들이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2026. 3. 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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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달궜던 '이건희 컬렉션'
시카고박물관서 7일부터 전시
국보 7건 등 총 257점 선보여
박수근 등 현대 회화들 주목
유홍준 "K컬처 원류 알릴 것"
이중섭 '황소'(1950년대). 국립현대미술관

'국민화가' 이중섭이 1950년대 그린 대표작 '황소'가 처음으로 해외 나들이에 나선다. 전시 장소는 현대미술 메카로 꼽히는 미국 시카고박물관(Art Institute of Chicago) 메인 신축 전시 공간인 '모던 윙'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4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기증품 컬렉션이 워싱턴DC 스미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3대 종합박물관인 시카고박물관에서 오는 7일(현지시간) 개막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국보: 한국 미술 2000년'이라는 제목의 이번 특별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13점과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7건, 보물 15건 등 140건 총 257점이 출품된다. 전시는 삼국시대부터 20세기 후반의 현대 회화까지 한국 미술의 2000년을 총망라한다.

삼국시대 금동불, '천·지·현·황이 새겨진 백자 대접', 고려시대 '천수관음보살도',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는 워싱턴 전시에 이어 시카고 무대에 다시 오른다.

가장 큰 변화는 현대 회화 작품 대부분이 교체됐다는 점이다. 회화는 장시간 빛에 노출되면 변색이나 균열이 발생할 수 있어 통상 3개월 이내로 전시를 제한한다. 이에 따라 김환기의 '산울림'과 백남순의 '낙원'을 제외한 11점이 새롭게 엄선됐다. 특히 이번 전시의 백미는 이건희 컬렉션의 정수로 꼽히는 이중섭 '황소'(1950년대)를 비롯해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7년), 장욱진 '나룻배'(1951년) 등이 처음으로 해외 관객과 만난다는 점이다.

이중섭은 6·25와 극심한 가난으로 고통받던 시기 황소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굵은 선과 강렬한 색채로 표현해 시련을 딛고 일어서려는 우리 민족의 강인한 기상을 화폭에 담았다. 이번 전시는 1950년대 최빈국에서 오늘날 경제·문화대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의 발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한국 근대의 삶과 사람들을 담은 김은호 '간성'(1927), 박래현 '피리'(1956), 이종우 '우인상'과 이응노 '군상'(1988), 김기창 '군마'(1955) 등 명작들도 시카고 관객과 만난다.

이번 전시가 시카고박물관의 핵심 전시 공간인 '모던 윙'에서 열린다는 점 또한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시카고박물관은 2009년 세계적인 건축가 렌초 피아노의 설계로 모던 윙을 증축했으며, 이번 전시는 '모던 윙' 1층 특별 전시실에서 열리는 최초의 아시아 미술 특별전이다.

전시 장소가 갖는 의미는 더욱 깊다. 시카고박물관은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립된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조선은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바로 이 시카고 만국박람회를 통해 국제 사회에 처음으로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한 전시를 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안타깝게도 당시 아시아의 낯선 나라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며 "그로부터 130여 년이 지나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한 전시가 같은 자리에서 다시 열리게 된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케이팝데몬헌터스' 열풍처럼 한국의 문화유산은 더 이상 아시아 변방의 낯선 유물이 아니라 이제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K컬처의 뿌리이자 원류가 됐다는 설명이다.

전시 준비를 위해 시카고를 방문한 류승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모던 윙 2층에는 인상파 대표작이 즐비하게 걸려 있다"며 "바로 그 아래 1층에서 한국 미술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건희 컬렉션'의 최초 해외 기획자인 지연수 시카고박물관 큐레이터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동양 미술에 생소한 관람객에게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값진 기회라 마음이 설렌다"며 "초보자도 한국 미술 2000년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보와 보물 22점을 포함한 말 그대로 '보물'을 보여주는 전시"라며 "고 이건희 회장의 개인 소장품이 유족의 기증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보물이 됐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조선의 문화를 처음 국제사회에 알린 시카고에서 K컬처의 원류로서 한국 전통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한국의 새로운 국격과 위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 관장은 5일 시카고예술대학교와 7일 시카고 한인문화원에서 한국 문화의 독창성을 주제로 강연을 연다. 전시는 7월 5일까지. 폐막 후 대서양을 건너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에서 10월부터 마지막 대장정에 나선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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