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쇼크에 주식은 물론 원화·채권·금까지 '쿼드러플 약세'(종합)

황철환 2026. 3. 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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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2% 급락해 5,000선 위협…역대 7번째 서킷브레이커 발동
한국형 공포지수 사상 최고치…원/달러 환율도 10.1원 '껑충'
亞증시 전반 하락…닛케이 3.6%↓·대만가권 4.4%↓·상하이종합 1%↓
코스피, 중동 불안에 12% 폭락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코스피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여파로 역대 최대 폭으로 폭락해 5,100선마저 내준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98.37포인트(12.06%) 내린 5,093.54에, 코스닥은 159.26포인트(14.00%) 급락한 978.44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0.1원 오른 1,476.2원이다. 2026.3.4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임지우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과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50% 가까운 급등을 기록했던 한국 증시의 급락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코스피가 불과 이틀 만에 1,000포인트 넘게 떨어지면서 장중 5,000선이 위협받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껑충 뛰어오르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채권과 금 가격까지 내리는 '퍼펙트스톰'이 몰아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98.37포인트(12.06%) 내린 5,093.54로 장을 마감했다.

3.44% 내린 5,592.59로 출발한 지수는 장 초반 5,672.12까지 치솟으며 하락분을 일부 회복하는 듯했으나 얼마 버티지 못하고 하락을 재개했다.

낙폭이 8% 이상으로 벌어지면서 코스닥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오전 11시 16분과 19분 '서킷브레이커'가 연달아 발동됐고, 20분 뒤 거래를 재개한 코스피는 더욱 가파르게 내린 끝에 낮 12시 36분께 5,059.45까지 밀렸다.

유가증권시장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역대 7번째, 코스닥은 11번째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종가가 6,244.13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불과 2거래일 만에 1,200포인트 가까운 낙폭이 나타난 것이다.

기관이 홀로 5천794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729억원과 2천355억원을 순매수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는 전장보다 17.39(27.61%) 급등한 80.37로 마감했고, 장중에는 80.85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존 장중 최고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3월 19일(71.75)이었다.

투매 현상이 나타난 것은 다른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마찬가지였으나, 국내에 비해선 낙폭이 작은 편이었다. 최근 코스피에 비해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까닭에 주가 되돌림도 덜한 모습이다.

[그래픽] 국내외 주요 증시 하락률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4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circlemin@yna.co.kr

이날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3.61% 내린 54,245.54, 대만 가권지수는 4.35% 내린 32,828.88로 거래를 종료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각각 0.98%와 0.53% 떨어졌고, 홍콩 항셍지수는 한국시간 오후 4시 15분 현재 2.52%의 하락률을 보인다.

이번 사태는 외환시장에도 적잖은 충격을 미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이었다. 종가 기준 올해 1월 20일(1,478.1원) 이후 43일 만에 가장 높았다.

환율은 지난달 27일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최대규모 순매도한 영향으로 13.9원 올랐고, 전날엔 중동 사태 발발 충격에 26.4원 뛰었다. 전날 야간거래에선 거래가 많지 않아 변동성이 큰 가운데 1,500원을 넘기도 했다.

이날 환율은 12.9원 오른 1,479.0원으로 출발해 오전 한때 1,484.2원까지 치솟았다. 오후에 상승폭을 줄여 1,470원대에서 마감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달러 수급 불균형으로 환율이 크게 뛰었던 지난해 12월 24일(1,484.9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환율 급등과 관련해 "대외적인 충격 변수가 빨리 안정을 찾으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외환보유고가 4천억달러를 넘는 수준이고, 민간까지 합하면 1조달러가 넘는 외화자산을 한국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이창용 총재 주재로 '중동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현 상황은 과거와 달리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다"며 "우리나라 대외 차입 가산금리와 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 푸자리아 인근 해상에 늘어서 있는 유조선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채권금리도 뛰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3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223%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3.632%로 3.8bp 상승했다. 5년물과 2년물도 각각 5.3bp, 2.8bp씩 올라 연 3.477%, 연 3.001%에 마감했다.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잃은 이란이 세계 에너지 수송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해 유가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물가 상승 우려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도 이날은 국내외 시장 모두에서 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의 국내 금 시세(99.99_1kg)는 이날 2.44% 내린 1g당 24만3천110원으로 장을 마쳤다.

1g당 24만4천370원으로 출발한 금 시세는 한때 3.22% 내린 1g당 24만1천17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간밤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금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간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187.9달러(3.5%) 급락한 온스당 5,123.7달러로 마감했다.

금 선물 가격은 장 중 한때 온스당 5,005달러까지 내리며 5,000달러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국채금리 상승 여파에 귀금속이 크게 하락했다"면서 "1월 30일 대폭락을 겪은 이후 안전자산 지위가 약화하면서 귀금속은 위험회피 재료보다는 통화정책 기대와 달러 강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삼성금거래소에서 골드바를 정리하는 직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금융시장에 미친 충격이 전날과 이날까지 이틀 만에 마무리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대신증권 이경민, 정해창 연구원은 "현 상황의 출구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이후에는 코스피 밸류에이션 매력과 실적 동력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 발발시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지만, 지금 보니 두 가지를 더 고려해야 했던 것 같다"면서 "분쟁을 넘어 전면전 성격을 띠면 예측이 어려워지고, 유가 불안은 종종 침체와 약세장을 야기시키곤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이번 전쟁이 한 달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이란의 우방인 중국도 피해가 크기 때문"이라면서 "중국 원유 수입의 4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는 만큼 가만히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은 전날 9천700만원대까지 하락했다가 이날 새벽에 반등해 1억원대 근방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은 0.15% 오른 1억42만1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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