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트럼프 “쿠르드 지원 검토”… ‘아프간 시즌2’에 중국이 웃는다

이규화 2026. 3. 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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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무장세력 지원 모색 보도
서부지역 중심 1000만명 거주 중
내전유발로 이란군 전력 소모 노려
美 전력 소모할 때 中은 반사이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체제 전환을 위한 ‘플랜 B’로 쿠르드 무장세력 지원 카드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또 다른 아프간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그 사이 중국이 웃을 것”이라는 지정학적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복수의 미국 정부 관료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체제 전복을 위해 쿠르드족 무장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공습 이후 쿠르드 지도자들과 접촉해 무기 및 군사훈련, 정보 지원 가능성을 타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지역 파트너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WSJ가 전했다.

이 같은 구상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을 계기로 이란 권력구조가 흔들리는 틈을 타 이란의 대응력을 약화시키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 국민이 나라를 되찾을 위대한 기회”라며 체제 종식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공습만으로 체제 전환이 어렵다면, 내부 균열을 증폭시켜 내전을 유발하고 정권의 통치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은 인구 9300만명의 다민족 국가다. 페르시아계가 다수를 이루지만, 서부를 중심으로 약 1000만명이 거주하는 쿠르드족은 오랜 기간 자치·독립을 요구해 왔다. 이 외에도 아제르인(약 16%), 루르인(약 6%) 등 다양한 소수민족이 할거중이다. 미국이 쿠르드 반군에 무기와 자원을 공급할 경우, 국지적 충돌을 넘어 다층적 민족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제르인이나 루르인 등 다른 집단까지 동요할 경우, 이란은 전면적 내전 국면으로 빨려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방부 관료를 지낸 빌랄 사브는 WSJ에 “지상군 없이는 정권 교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쿠르드 반군 지원은 미 지상군 투입 이전에 이란군 전력을 소모시키고, 향후 작전 시 우군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아프간 시즌2’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됐다. 미국은 약 2조3000억달러 이상을 투입했고, 미군 2460여명이 전사했으며 2만명 이상이 부상했다. 그럼에도 2021년 8월, 미군은 탈레반의 재집권을 지켜보며 철수해야 했다. 초기 목표였던 알카에다 궤멸 이후 ‘국가 건설’이라는 모호한 목표로 전쟁이 장기화됐다.

그러나 부패한 정부와 민심 이반, 탈레반의 게릴라전, 인접국의 배후 지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정부군은 반군을 막아내지 못했다. 막대한 자원 투입에도 정치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철수한 경험은 미국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쿠르드 무장세력 지원 역시 단기간에 이란 체제를 무너뜨리지 못할 경우, 장기 소모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미군이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무기·정보·자금 지원이 지속되면 미국은 또다시 중동의 복잡한 종파·민족 갈등에 깊숙이 얽힐 수 있다. 미 일각에서는 “쿠르드 내전이 본격화돼 중동이 혼란에 빠지면 미국이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반대론이 나온다.

이 틈을 파고드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미국 전력이 중동에 묶이면서 중국이 전략적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피벗 투 아시아’ 전략을 통해 아시아·태평양에 군사력을 집중하려 했지만, 중동에서 정밀유도무기와 방공미사일 재고가 빠르게 소모될 경우 대만해협 등에서의 억지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쟁 비용과 파병을 둘러싼 국내 반대 여론이 커지면 대중 견제에 필요한 정치적 동력도 약화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자신을 ‘평화의 중재자’로 포지셔닝하며 외교적 공간을 넓히고 있다. 미국의 공습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며 전쟁에 휩쓸린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에너지·인프라 협력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가정이지만,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서방 선박은 봉쇄하고 중국 선박만 통과시킨다면, 이번 사태에서 중국이 입는 손실은 의외로 크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이 중동의 늪에 발이 묶인 사이 중국은 아시아에서의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을 공고히 할 시간을 벌게 되는 셈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쿠르드 카드’는 단기적으로는 이란 군을 약화시키는 지렛대가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소모전의 불씨가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아프간 늪’이 재현되면 중동은 대혼란에 빠지고 미국의 국력 투사는 소용이 없게 되며 패권국으로서 체면을 구길 수 있다. 그 빈틈을 노리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전략적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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