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다주택자는 왜 집값 폭등 주범됐나

2026. 3. 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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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는 선한가, 악한가." 우리의 주택정책 논쟁은 늘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맘 앤드 팝(Mom-and-pop)' 소유주가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상공인으로 인식되는 것과 달리, 한국의 다주택자는 전세보증금을 지렛대 삼아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투자자로 인식된다.

정책의 초점은 보유 주택 수 자체보다 해당 주택이 실제로 임대 공급되고 있는지 아니면 공실로 방치되고 있는지에 맞춰야 한다.

다주택자의 소유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총공급이 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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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 매입 뉴욕·런던 주택
임대하지 않고 공실로 방치
임대료·집값 동반 상승 유발
결국 가격 안정 방법은 공급
오지윤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조교수

"다주택자는 선한가, 악한가." 우리의 주택정책 논쟁은 늘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임대 공급을 늘리면 선, 집값을 올리면 악이라는 구도다. 그러나 선악의 잣대로는 복잡한 주택시장을 설명할 수 없다. 규범적 판단을 잠시 내려놓고, 다주택자와 사회적 후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집을 많이 가진 주체에 대한 반감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금융위기 이후 블랙스톤 등 사모펀드가 단독주택을 대량 매입하면서 "월스트리트가 동네 집을 사들인다"는 비판이 확산됐고,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관투자자의 단독주택 매입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대형 금융자본들이 단독주택의 소유 기회를 빼앗아 임대로 남게 한다는 비판도 한국과 결이 비슷하다. 주거비 부담이 급등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공감대를 얻기 쉬운 조치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의 평가는 신중하다. 도시경제학자 저코는 기관 보유 비중이 전국적으로는 제한적이며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어 이러한 금지가 정치적 공감은 얻을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임대 공급 위축과 임대료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에서 다주택자 규제가 유독 강한 데는 전세와 갭투자라는 독특한 제도적 배경이 있다. 미국의 '맘 앤드 팝(Mom-and-pop)' 소유주가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상공인으로 인식되는 것과 달리, 한국의 다주택자는 전세보증금을 지렛대 삼아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투자자로 인식된다. "내 보증금이 타인의 자산 축적 수단이 됐다"는 정서는 다주택자를 경제적 행위자가 아닌 윤리적 평가의 대상으로 만들기 쉽다. 전세에 대한 인식도 시기에 따라 갈린다. 어떤 때에는 갭투자 종잣돈이 되어 매매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나쁜 제도로, 또 다른 때에는 월세 부담을 줄이고 자산 형성의 발판을 제공하는 주거 사다리로 평가된다. 같은 제도를 놓고도 합의가 어려운 이유는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비거주 투자용 주택은 어떤 경로로 사회적 후생을 저해하는가. 뉴욕, 런던,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외지인의 매입이 꾸준히 증가해 왔고, 이들이 매입한 주택은 상당 부분 빈 상태로 유지된다고 한다. 파빌루키스·반 니우어버그(2021년)의 연구는 외지인이 매입해 공실로 두는 주택이 동네 집값과 월세를 끌어올려 기존 임차인과 미래 진입자에게 상당한 후생 손실을 안긴다는 점을 보였다. 반면 해당 주택이 임대로 공급되면 후생 저하의 효과는 거의 사라진다. 임대료가 오르지 않으니 매매가격 상방 압력도 제한적이다. 결국 사회적 후생을 가르는 것은 '몇 채를 보유했는가'가 아니라 '그 주택이 거주 또는 임대 서비스로 활용되는가'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상황은 다행스럽다. 한국의 다주택자 대부분은 전세 또는 반전세로 주택을 임대시장에 내놓고 있다. 경제적 동기가 자본이득이라 하더라도 주거 서비스의 흐름이 유지된다면, 소유 구조 자체가 후생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정책의 초점은 보유 주택 수 자체보다 해당 주택이 실제로 임대 공급되고 있는지 아니면 공실로 방치되고 있는지에 맞춰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도덕적 논쟁은 감정을 자극하기 쉽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감정보다 수요와 공급에 더 솔직하다. 다주택자의 소유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총공급이 늘지 않는다. 한 채의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더라도 전체 주택 수가 늘어나지 않는 한 가격 압력은 완화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집이 누군가의 주거 수요를 채우도록 사용되는 것, 그리고 단 한 채라도 더 지어지는 것이다.

[오지윤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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