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의 여왕 ‘샤인머스켓’의 추락…경기 농가 ‘눈물’

천민형 2026. 3. 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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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에서 약 7천273㎡ 규모의 샤인머스켓 농장을 운영하는 백정선 대표(53)는 4일 한차례 수확을 끝낸 샤인머스켓 나무들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털어놨다.

한국포도협회와 포도 농가 등에 따르면 과잉재배와 조기 출하로 인한 품질 저하 등의 영향으로 한때 2㎏에 3만~4만 원을 호가했던 샤인머스켓의 가격은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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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생산·품질 저하로 가격 폭락
4년새 3만6천 원대→1만1천 원대
한국포도협회, 품종전환 지원 불구
대체품종 부재·실패위험 등 망설여
품질 향상·인식개선 지속 노력 필요
고양시에서 샤인머스켓 농장을 운영하는 백정선 대표가 샤인머스켓 농사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민형기자

"처음 샤인머스켓 농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돈방석에 앉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젠…"

고양시에서 약 7천273㎡ 규모의 샤인머스켓 농장을 운영하는 백정선 대표(53)는 4일 한차례 수확을 끝낸 샤인머스켓 나무들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털어놨다.

백 대표는 학교 급식과 군납, 기업체 납품 등으로 물량을 최대한 소화하고 있음에도 매년 100㎏의 포도를 폐기처분 한다며 "수확량은 해마다 1톤(t)씩 늘고 있는데 수익은 오히려 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때 '포도의 여왕'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구가했던 샤인머스켓이 포도 농가의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경기지역 농가들은 공판장을 벗어나 직거래와 납품 중심으로 판로를 재편하고 있지만 직거래를 찾는 소매 소비자들은 매년 줄어들고 있어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화성시에서 약 1만6천529㎡ 규모의샤인머스켓 농장을 운영하는 이희구 대표가 샤인머스켓 농사를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천민형기자

화성시에서 약 1만6천529㎡ 규모의 포도 농장을 운영하는 이희구 대표(45)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샤인머스켓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깨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17~18브릭스(Brix·당도)를 기준으로 따는데 시중에 풀린 상품들은 15브릭스가 태반"이라며 "소비자들이 '맛없는 포도'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 안타깝다. 매출 정점었던 2023년과 비교하면 최근 수익은 1억 원 이상 줄었다"고 토로했다.

한국포도협회와 포도 농가 등에 따르면 과잉재배와 조기 출하로 인한 품질 저하 등의 영향으로 한때 2㎏에 3만~4만 원을 호가했던 샤인머스켓의 가격은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 종합정보시스템 '농넷'에 등록된 가락시장(2월 24일 기준) 샤인머스켓 2㎏의 평균 가격은 2022년 3만6천439원에서 2023년 1만4천692원으로 떨어졌다.

2024년 2만690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이후 1만 원 이상 하락해 2025년은 1만422원, 올해는 1만1천239원인 수준이다.

한국포도협회는 '2026년 포도 삽목묘 구입비 지원사업'으로 품종 전환을 희망하는 농가를 선정해 샤인머스켓에 편중된 포도 생산 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적 노력 기울이고 있다. 해당 사업은 전국에서 475농가가 신청했고 고양시를 포함한 일부 농가들도 이미 품종 갱신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샤인머스켓만큼 뛰어난 저장성과 상품성을 갖춘 대체 품종을 찾기가 어렵기에 농가의 고민은 여전히 깊다.

포도 농가들은 "샤인머스켓은 저장성이나 식감 등 상품성 면에서 워낙 압도적이라 이를 대체할 품종이 마땅치 않다"면서 "신품종은 자칫 3년을 허송세월로 보낼 가능성도 높아서 전환이나 갱신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포도협회 관계자는 "샤인머스켓 생산량이 일부 감소해 내년에는 상황이 더 나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도 "품질 향상을 위한 농가의 자체적인 노력, 인식 개선 향상을 위한 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천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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