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또 사고···조선업 ‘수주 잭팟’ 속 산재 잇따라

노경은 기자 2026. 3. 4. 15:4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루 전 50미터 상공서 발판 80여개 낙하, 두 명 부상
일주일 전에도 크레인과 서비스타워 충돌로 작업자 추락 사고
CPSP 기대감 등 조선업 호황 이면엔 근로자 작업속도 높이고 외주화 증가 등 구조적 문제
올해 들어 조선업계에서 발생한 중대사고 현황 / 표=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부의 산재 근절 기조에도 조선업계 산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조선소 산재사고는 수십 수백톤 구조물을 크레인으로 이동시키면서 낙하나 협착 같은 후진국형 재해 유형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노동계에서는 조선업 수주 호황 속 작업 속도를 높이느라 기본적인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정부는 산재사망이 반복되는 건설사에 대해 영업이익의 일정비율을 과징금으로 내고 건설사 등록 말소 내용의 노동안전종합대책을 발표했던 바 있는데, 조선업도 경각심 차원에서 특별종합안전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일 오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내 1도크에서 크레인으로 발판을 높이 들어 옮기던 중 이를 지탱하던 섬유벨트 형태의 끈인 슬링벨트가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0미터 상공에서 80여개의 발판이 떨어지며 낙하물 아래 있던 작업자 두 명이 맞아 치료 중이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의 중대성 재해는 일주일 앞선 지난달 말에도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크레인과 작업용 계단식 구조물인 서비스타워가 충돌하면서 8미터 상공에 있던 작업자가 추락한 것이다. 해당 재해자 역시 치료를 받고 있다. 한화오션은 앞서 지난해 하반기에도 철제구조물 쓰러짐에 따른 깔림 사고 등으로 한 달 사이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한화오션에서 최근 잇따라 중대성 재해가 발생했지만 여타 조선소도 중대 재해가 잇따르긴 마찬가지다. 대한조선은 지난달 28일 영암조선소에서 선박 블록을 크레인으로 작업하다가 블록에 깔려 근로자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또 24일에는 전남 영암 대불산단 내 선박 구성 부품 제조사인 칸플랜트에서 베트남인 한 명이 사망하는 일도 생겼다. 이 재해자는 금속 제품 표면을 다듬는 작업 중 아르곤 가스에 중독되는 사고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달 초 턴오버하다가 선박이 반으로 접혀버리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다행히 해당 사고에선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저녁 HD현대중공업 현장에서 건조중인 선박이 반으로 접혀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 사진=제보

◇"조선업 호황의 이면, 작업속도 높이는 탓"

조선업은 슈퍼사이클 국면을 맞은 대표적 산업군으로 꼽힌다. 실제 국내 조선 3사(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은 지난해보다 상향된 수주 목표를 내걸었다. 실적도 좋다. 한화오션의 현재까지 수주액은 약 14억1000만 달러 규모다. 2개월도 안 되는 기간 사이에 지난해 전체 수주 실적인 100억5000만 달러의 약 15%를 채운 셈이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도 현재까지 총33억6000만달러어치의 건조계약을 맺으며 연간 수주 목표의 14.4%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76% 늘린 139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16억 달러 곳간 확보로 연간 목표의 10%대를 채웠긴 마찬가지다.

문제는 일감이 늘어나면서 잦아진 이른바 '빨리빨리'다. 조선업 수주 호황 속 작업 속도를 높이다 보니 기본적인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화오션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생산제일주의 강조로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문제와 건설 기반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조선업계 실정에 맞지 않는 점 이 두가지가 중대 사고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따른 위험작업 외주화도 다발성 중대 재해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조선업인권침해대응연대 관계자는 "인력 수급업체로 전락한 대부분의 하청·재하청업체는 독자적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기 어렵다"며 "하청노동자들은 안전보건관리가 미흡한 상태에서 더욱 위험한 일을 수행하고 그 결과 중대 재해 주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조선업에 특별종합안전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한 산업안전 전문가는 "조선업종 종사자의 재해율은 한국 전체 재해율 대비 4배 가량 높지만 수주 호황 속 작업속도 경쟁이 심화하면서 안전관리는 느슨해질 수 있다"며 "경각심 차원에서라도 조선업 전반을 대상으로 한 관리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