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팀장의 세 함정과 전략 [이인재의 리더십 전략]

여론독자부 2026. 3. 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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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재 한국사회적자본연구소 대표(전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팀장 리더십을 묘사한 AI 이미지.


요즘 사무실 공기는 평소보다 조금은 들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수많은 조직이 인사 이동 후 조직 안정화에 바쁜 계절이다. 승진했거나 새로 팀장이 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실망을 잊고 신발끈을 다시 묶고 있는 분들에게도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더라도 올 한 해를 또 잘 이겨내면 분명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

성장을 향한 열망이야말로 조직을 움직이는 가장 거대한 엔진이다. 그러나 이 들뜬 분위기 속에 꼭 필요한 게 있다. 이는 신임 팀장에게는 필수고, 팀장이 아니더라도 일잘러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원리다.

능력도 있고 의욕도 있는 사람이 리더로 역할 할 기회가 왔을 때 갑자기 무능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를 에이스로 만들었던 유능함이 팀을 망가뜨리는 아이러니는 왜 생기는가.

고성과자 출신들은 리더가 되면 일이 꼬이면 자기 손부터 쓰려고 한다. 직접 손을 대야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고 믿는다. 실제로도 대개는 사실이다. 하지만 팀원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계속 이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다. 오히려 리더의 본분으로부터 도망치는 행위에 가깝다. 팀장이 야근하는 이유는 무능해서가 아니다. 너무 유능하지만 달라진 역할에 맞춰 일하는 습관을 고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임 팀장이 경계해야 할 세 가지 함정이 있다.

첫째는 ‘통제형 리더’라는 함정이다. 팀원의 노력을 인정하는 척하지만 보고서를 자기 입맛대로 고치는 ‘빨간펜 팀장’이 대표적이다. 이런 팀 밑에서 팀원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춘다. 오직 팀장의 정답을 맞히는 데만 골몰하게 된다. 또한 이미 결론이 난 사안임에도 폰트나 도표 색상 같은 디테일에 집착하는 ‘미세조정 팀장’도 있다. 이들은 조직의 우선순위를 흐려놓는다. 본인이 바쁘다는 이유로 결재를 미루는 ‘결재 대기 팀장’ 역시 치명적이다. 팀장이 의사결정의 병목이 되면 조직의 속도와 잠재력은 깎여 나간다.

둘째는 ‘실무형 리더’라는 함정이다. 이들은 책임감이라는 미명 아래 임원 보고나 중요 발표를 독점한다. 이를 ‘보고 독점 팀장’이라 부른다. 팀원은 이름 없는 존재가 되고 몰입도는 떨어진다. 이름이 남지 않는 일에 열정을 쏟을 사람은 없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직접 전화를 돌려 해결하는 ‘즉시 해결 팀장’도 문제다. 팀원으로부터 학습의 기회를 빼앗고 결국은 팀원들을 무력감에 빠뜨린다. 여기에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지표만 늘리는 ‘숫자 중독 팀장’까지 가세하면 어떻게 될까. 팀은 일하는 시간보다 증명하는 시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현장 감각과 실질적인 성과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셋째는 ‘단절형 리더’라는 함정이다. 팀 내부 살림에만 매몰되어 외부 흐름을 놓치는 ‘외부 단절 팀장’이 이 부류다. 이들은 팀 안에서는 훌륭한 살림꾼일지 모른다. 하지만 거대한 변화가 닥쳤을 때 팀을 보호할 정보와 자원이 부족하다. 결국 팀 전체를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든다. 심하면 조직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

이 일곱 가지 유형의 공통점은 리더의 뛰어난 개인기가 조직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본인도 지치고 팀원도 성장할 수 없게 되고 만다.

‘태도로 승진합니다’ 책 표지


그렇다면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유능한 조직을 만들 전략은 무엇인가. 나는 리더의 본업은 하드웨어 깔고 소프트웨어 돌리기라고 비유한다. 팀원들을 향한 훈화가 아니라, 그들이 날아다니게 하는 게임의 규칙 세팅이다.

하드웨어는 팀원들이 일을 잘 하고 싶게 만드는 구조다. 자기 일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질 때라야 일에 탄력이 붙는다. 주인의식을 만드는 구조는 간단하다.

주인의식 = 통제감(권한) × 안전감(보호막) × 성취감(보상)

맡은 일에 대한 권한을 확실하게 주어야 통제감이 생긴다. 일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해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리더가 책임진다는 믿음을 주어야 보호막이 생긴다. 안전감을 느껴야 팀원들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보상 기준과 시행은 투명하고 확실해야 한다. 성취감을 충분히 느끼도록 챙겨야 사람들은 몰입한다.

이 세 가지가 조직이 일하게 만드는 핵심 구조다. 아무리 그럴싸해보이는 조직도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엉성하면 생산성이 저하된다.

이렇게 하드웨어를 잘 만든 다음에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깔아야 할까? 바로 성실, 진실, 겸손, 공감, 배려다. 어떤 조직도 이 다섯 가지만 설치하면, 나머지는 옵션이다. 나머지부터 설치해도, 이 다섯 가지 태도가 완비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다. 리더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하드웨어가 차라면, 소프트웨어는 운전 습관이다. 아무리 좋은 차를 줘도 어떤 팀은 사고를 내고, 어떤 팀은 목적지에 도착한다. 운전대를 잡은 리더의 습관 때문이다.

많은 리더가 이러한 설계의 중요성을 놓친다. 그러면서 팀원들의 태도나 주인의식 부족을 탓한다. 하지만 리더는 조직에 필요한 태도를 가로막는 시스템을 고치는 데서 자기 일을 시작해야 한다.

유능한 리더는 직원의 정신력을 개조하려 들지 않는다. 그들에게 좋은 태도를 요구하기 전에, 태도가 좋게 작동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든다. 사랑받는 리더가 되고 싶다면 기억하자. 리더의 본업은 하드웨어 깔고 소프트웨어 돌리기다.

이인재 한국사회적자본연구소 대표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학사-행정학 석사-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 행정학 박사

-(전) 행정자치부 전자정부국장, 기획조정실장, 지방자치인재개발원장,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이사장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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