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2~3척 자동 회피"…'자율운항 탑재' HMM 에메랄드호 타보니

박종홍 기자 2026. 3. 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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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정밀한 엔진 제어 1년에 3억~4억 유류비 절감
HMM '데이터센터·컨트롤타워' 구축…"DX 전환 선제 대응"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에메랄드호' 외관 ⓒ 뉴스1 박종홍 기자

(부산=뉴스1) 박종홍 기자

"미리 설정한 범위 안에 다른 선박이 들어오면 알람이 울립니다. 2~3척 수준으로 많지 않으면 자동으로 회피합니다. 똘똘한 항해사가 1명 더 있는 느낌입니다"
'HMM 에메랄드호' 박상현 선장의 자율운항 설루션에 대한 평가다. 업무 부담이 줄어들어 안전에 대해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HMM(011200)은 지난 1월 40척의 선박에 HD현대(267250) 자회사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설루션 하이나스 컨트롤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에 앞서 실용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024년 11월부터 에메랄드호에 하이나스 컨트롤을 설치해 운용해 왔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기준 1~4단계 중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무인·원격 제어가 이뤄지는 2단계 자율운항 기술이다.

지난달 26일 부산신항 4부두. 110층짜리 아파트를 눕힌 길이의 컨테이너선 'HMM 에메랄드호'는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한창이다.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통해 선박 옥상에 해당하는 최상부 컴퍼스 데크에 오르면 다른 선박에는 없는 자율운항 장비가 눈에 띈다.

내비게이션 카메라 유닛, 정션 박스, 안테나로 구성된 장비로, 카메라 유닛과 박스는 각각 가정용 프린터만 하다. 유닛에 달린 3개의 광학(EO) 카메라는 낮에, 3개의 적외선(IR) 카메라는 밤에 14㎞ 거리의 전방을 살핀다. 정션 박스는 각 카메라 영상을 취합해 하나의 파노라마뷰 영상으로 만든다.

영상은 안테나로 수신한 주변 환경 정보와 함께 한 층 아래 선교 내 해도실에 있는 전용 컴퓨터에 표시된다. 컴퓨터는 자동차의 운전석에 해당하는 선박 내비게이션 콘솔과 연결돼 배의 속도와 방향을 제어한다고 에메랄드호의 박상현 선장은 설명했다.

박 선장은 "실제 운항 시 보통 항해사 1명과 조타수 1명 등 2명이 근무하는데 똘똘한 항해사가 1명 더 있는 느낌"이라며 "업무가 경감되는 부분이 있어 편해졌다"고 말했다.

왼쪽 사진은 HD현대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컨트롤 내비게이션 카메라 유닛(아비커스 제공). 오른쪽은 카메라 유닛 등이 HMM 에메랄드호에 설치된 모습

"원하는 선속에 맞는 엔진 RPM 산출…1년 3억~4억 원 비용 절감"

실제 운항에서 항해사들이 가장 유용하게 쓰는 기능은 엔진의 적정 RPM(분당회전수) 계산을 통한 '선박 속도 조절'이다. 거대한 엔진을 쓰는 선박은 차량과 달리 RPM을 급격히 바꿀 수 없고, 한 번 설정을 바꾸면 선체가 반응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속도가 붙은 배는 엔진을 완전히 꺼도 1시간 이상 운항한다. 여기에 현재와 향후의 해류 방향과 세기 등 주변 환경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이전까지 속도 조절은 선장과 항해사의 경험과 예측에 의지하는 영역이었다.

항로 계획을 수립하는 전태영 이등항해사는 "자율운항 체계가 특정 지역을 지날 때의 기상 환경을 고려해 RPM을 미리 계산해 준다"며 "어느 수준의 RPM을 쓰면 원하는 선속이 나올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얻을 수 있어 유용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선박이 인접해 이를 회피해 항해하는 피항 기능은 선박이 많지 않은 대양에서 주로 쓰인다. 미리 설정한 범위 안에 다른 선박이 들어오면 알람이 울린다. 계획된 항로로 접근하는 선박이 2~3척 수준으로 많지 않으면 항해사 개입 없이 자동으로 피한다.

다만 아직 2단계 자율운항에 해당하는 만큼 항해사는 규정상 운항 중 전방을 주시하며 상황을 살펴야 한다. 박상현 선장은 "배가 주변에 너무 많고 가까워서 위험한 상황이 15분 안에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는 항해사가 직접 피항한다"고 설명했다.

항해 외에도 비용 감소 및 탄소 저감에도 자율운항 체계가 도움을 준다. HMM은 에메랄드호에 하이나스를 도입하면서 2.5~4.5%의 연료 사용을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대형 선박의 연간 연료 비용이 100억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척당 3~4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셈이다. 하이나스 컨트롤 도입 비용은 연료 저감을 통해 1년 안에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HMM 에메랄드호에서 박상현 선장이 자율운항 설루션 하이나스 컨트롤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2026.3.4/뉴스1 ⓒ 뉴스1 박종홍 기자

육상 원격제어·소통 체계 구축…"사고 예방에 기여"

부산신항에서 차로 40분 거리 정도 떨어진 HMM 선박종합상황실. 자율운항 체계를 도입한 에메랄드호 원격 제어가 가능한 곳이다. 내부는 영화 속 정보기관처럼 다수의 항로와 해양 기후, 선박·선적 상황 등 각종 정보를 보여주는 디지털 상황판으로 가득하다.

선박종합상황실에서 만난 변상수 HMM오션서비스 해사디지털팀 팀장은 "아직은 도입 단계라 원격 조종을 여기서 하지는 않는다"라면서도 "하이나스를 통해 속도 조절과 조타까지 가능하게끔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부산 HMM 선박종합상황실 내부 모습 2026.3.4/뉴스1 ⓒ 뉴스1 박종홍 기자

자율운항 도입이 확대할 수록 원격 제어가 가능한 선박도 늘어나는 만큼 선박종합상황실은 미래에 종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도 상황실에는 HMM 소속 선박 130여척 가운데 43척이 연결된 상태로, 자율운항 체계와 무관하게 각종 연료·공기 주입 배관, 모터, 펌프 등의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올해 연말까지 연결 선박을 60척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상황실은 선박의 안정적인 운항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사고 예방에도 기여하고 있다. 소통 효율성이 높아져 위험 상황을 실시간 공유하게 되면서, 상황실이 만들어진 2020년 전후를 비교하면 사고가 30~40%가량 줄었다고 한다.

변 팀장은 "해적 출몰을 선박보다 상황실이 더 빨리 알아채 알린 상황도 있었다"며 "어선이 우리 선박을 받은 뒤 '뺑소니'를 했을 때 역추적해 잡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자율운항 선박을 종합 관리할 데이터센터와 컨트롤타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보를 토대로 가상현실에 실시간으로 선박 상황을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돌발 상황에서도 최적의 운항을 설계한다는 구상이다.

변 팀장은 "이 선박종합상황실은 설립 이후 6년간 데이터센터 역할을 수행할 준비를 마쳤다"며 "AI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HMM 선박종합상황실에서 변상수 HMM오션서비스 해사디지털팀 팀장이 상황실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2026.3.4/뉴스1 ⓒ 뉴스1 박종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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