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고등법원 “옛 통일교 해산 명령 정당”…청산 절차 돌입

일본 도쿄고등재판소(법원)이 4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옛 통일교) 일본 본부를 해산하라고 1심과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통일교 쪽이 해산 문제를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추가로 다툴 수 있지만, 2심 판결은 즉시 효력이 발생해 교단 해산과 함께 청산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도쿄고등재판소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해산을 명령한 1심 결정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며 “재판부의 명령은 곧바로 효력이 발생해 헌금 피해 배상 등 청산 절차도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다. 통일교 쪽은 지난 2009년 ‘컴플라이언스(준법) 선언’ 이후 꾸준히 자정 노력을 해왔고, 헌금 피해자 190여명에 39억엔(366억원) 규모 피해 보상 등 노력을 해온 만큼 해산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에서 법원에 의해 해산된 종교법인은 지난 1995년 지하철 화학가스 테러를 일으킨 옴진리교와 2002년 고액 헌금 사기사건을 벌였던 묘카쿠지 등 두 곳뿐이다. 이번 판결로 가정연합은 종교법인 지위를 상실하면서 법적으로 단체가 사라지게 되지만, 임의 종교단체로 존속할 수 있고 신도들의 종교상 행위 자체가 강제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3월 1심 재판부였던 도쿄지방재판소(법원)는 옛 통일교가 1980년대부터 40여년간 헌금 강요 피해자 1560여명에게 204억엔(1915억원) 규모의 불법 이익을 챙겼다는 등의 이유로 통일교 해산을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옛 통일교가 법령 위반 행위를 전국적으로 벌이면서 (종교단체로는) 전례 없이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켰다”며 “법인격을 부여한 채로 두는 건 매우 부적절해 해산 명령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재판부는 “본인이나 가까운 친척들의 생활 유지에 중대한 지장을 빚어 장기간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며 “양상이 악질적이고, 결과도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1심 판결에 반발한 가정연합 쪽은 곧바로 “국가에 의한 명백한 종교의 자유 침해”라며 항소 절차에 돌입해 법정 싸움 ‘2라운드’에 돌입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통일교가 과거 신도들에게 수천억원 규모의 헌금을 강요했던 행위를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불법으로 판단할지 여부였다. 일본에서 통일교의 악질적인 헌금 강요는 이미 잘 알려졌다. 이날 산케이신문이 보도한 피해 사례를 보면, 통일교는 지난 2008년 한 남성 신도에게 집안 가계도를 그리게 한 뒤 아내가 난치병에 걸린 건 “이 사람 때문”이라며 조상 중 한 명을 짚고 “치료하려면 ‘조상 공양’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다. 수정구슬이나 보살상 등을 구입하도록 하면서, 현금 결제를 한 뒤 영수증 등 기록은 일체 남기지 않았다. 이렇게 5년간 1천만엔(9300만원)을 반강제적으로 헌납하게 했다. 지난 2022년 사제 총기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야마가미 데쓰야도 어머니의 1억여엔 규모 통일교 헌금이 사건을 일으킨 동기였다. 종교단체를 관할하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 2023년 법원에 통일교 해산 명령을 청구한 것도 아베 전 총리 살해사건이 직접 계기가 됐다.
법원이 인용한 종교법인법은 교단 쪽이 판결에 불복해 최고재판소로 사건을 가져가도, 해산명령 사건의 경우 2심 결과를 곧바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가정연합 교단의 해산 절차와 함께 보유 자산 청산 절차가 진행된다. 가정연합이 보유한 재산 가운데 일부는 헌금을 강요받았던 이들의 피해 변제에 쓰이고, 남은 금액은 가정연합이 정한 후계 단체에 넘겨지거나 국고로 이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가정연합이 2심 판결에 불복해 3심이 이뤄지고, 최고재판소에서 해산 명령이 뒤집히면 다시 해산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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