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비만관리 가시권...치료제 급여와 재원 마련 관건

이재원 기자 2026. 3. 4. 11:4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보 종합계획에 ‘범부처 비만관리 대책’ 포함…여당, 비만 관리법 발의로 입법 추진
비만학회, 비급여 비만치료제 급여화 촉구…“고위험군부터 단계적 적용 필요”
설탕세 등 건강목적세로 재원 마련 제안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른 범부처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 수립이 올해 예정된 가운데, 국회 여당 의원 입법 발의도 나오면서 국가 비만관리 추진에 탄력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 등 현재 비급여인 치료제의 급여 등재와 환자 접근성 확대,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이 실질적인 국가 비만관리 성공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비만의 날 기념 비만치료 관련 미충족 수요 반영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4일 국회에서 열렸다.

4일 세계 비만의 날 기념 비만치료 관련 미충족 수요 반영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과 대한비만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정부가 지난 2월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2026년 시행계획에서는 범부처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 수립이 포함됐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비만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제정안을 지난 3일 대표 발의했다. 비만을 효과적으로 예방 및 관리하기 위해 비만 예방·관리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하며, 복지부장관, 관계 중앙행정기관장 및 시·도지사는 종합계획에 따른 비만 예방·관리시행계획을 매년 수립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날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위원회 이준혁 간사는 비만을 단순한 위험요인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재정의하고, 비만치료제의 단계적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 간사는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 제정 이후 다양한 비만 예방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제1차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이 수립됐지만 치료보다는 예방 중심이었다"며 "그 결과 비만 유병률 감소라는 측면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역 간·소득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제주·강원 지역은 10년 이상 비만율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일수록 비만율은 높지만 치료 접근성은 낮은 구조적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현재 구조는 오히려 취약계층의 치료 접근성을 더 떨어뜨리는 역설적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간사는 "비만은 재발이 잦은 만성질환이며, 약물치료 중단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라며 "현재 국내 비만치료제는 전액 비급여로, 국가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사례를 소개하며 국제적 흐름을 설명했다.

미국은 공적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edicaid)를 중심으로 일부 고위험군에 대해 GLP-1 계열 약물 보험 적용을 시작했으며, 정부가 제약사와 직접 약가 협상을 진행하는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영국은 국가보건서비스(NHS) 체계 아래 NICE(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승인을 거쳐 단계적 처방을 시작했으며, 약물치료 전 9개월 이상 영양·운동 프로그램 참여를 의무화했다.

일본은 2024년부터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되, 전문의 교육 이수, 6개월 이상 생활습관 개선 선행, 2주 단위 처방 제한 등 강력한 오남용 통제장치를 병행하고 있다. 환자 본인부담은 한화로 월 1만원대 수준으로 낮췄다.

호주는 의약품 보조제도(PBS)를 통해 등재를 추진 중이며, 일반 환자와 연금수급자 간 본인부담 차등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캐나다는 아직 공적보험 적용이 제한적이다.

이 간사는 "해외 공통점은 생활습관 개입을 기본으로 하되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표준 모델을 정착시키고, 고위험군부터 단계적으로 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보건당국이 적극적으로 약가 협상과 시장 조절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형 모델로 ▲미국식 약가 협상 ▲영국식 생활습관 병행 의무화 ▲일본식 엄격한 처방 통제를 결합한 혼합형 모델을 제안했다.

아울러 "비만을 총괄하는 종합 법률 제정과 전문가 단체가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비만관리 종합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비만치료제의 단계적 건강보험 적용과 취약계층 중심 지원 확대를 정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비만학회, 설탕세로 비만 치료 재원 마련 제안...비만치료제 급여 범위도 제시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설탕부담금, 이른바 설탕세를 토대로 비만치료 관련 재정지출 재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준혁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위원회 간사, 박정환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이사.

박정환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이사 비만치료제 급여화의 최대 쟁점인 재원 문제와 관련해 우선 담배세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WHO가 권고한 담배세는 흡연율 감소와 국민건강증진기금 조성에 기여한 성공 모델"이라며 "비만 관련 재원도 유사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설탕·나트륨·지방이 많이 함유된 초가공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세의 '건강목적세'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단순 재원 마련을 넘어 식품 산업의 성분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 수단이라는 주장이다.

박 이사는 "영국, 프랑스, 멕시코 등 여러 국가가 설탕세를 도입했고, 특히 영국은 설탕 함량이 낮은 제품 비율이 증가하는 등 산업 구조 변화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보험 적용 범위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는 '공평'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의료보험 정책의 정의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평등이 아니라, 더 취약한 계층에 더 많은 보장을 제공하는 공평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BMI가 높은 고도비만 환자 ▲합병증을 동반한 환자 ▲연령이 낮은 고위험군 등을 대상으로 한 선택적·단계적 급여 적용 방안을 제시했다.

박 이사는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비만 관련 기본법 제정 논의에도 언급하며 "비만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적 비만관리 종합대책 수립, 협의체 구성, 치료와 예방을 아우르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최근 개발된 효과적인 약제를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장기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비만치료는 약 처방에 그치지 않고 식이·운동·행동치료를 포함한 지속 관리 시스템을 국가가 설계해야 한다"며 "비만 문제 해결은 단순 의료정책을 넘어 사회적 기회 격차를 줄이는 핵심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