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무과실 배상' 카드 꺼낸 정부…가상자산 규제, 책임 중심으로

송요섭 기자 2026. 3. 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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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오지급 사태 계기 내부통제 대수술
디지털자산기본법 속도…스테이블코인·지배구조도 손본다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무게 중심이 '이용자 보호'에서 '사업자 책임 강화'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가 거래소에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금융위원회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2026년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를 열고 가상자산 오지급 사태 점검 결과와 제도 개선 방향,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 정부 검토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논의의 출발점은 지난달 발생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오지급 사고다. 이벤트 보상 금액을 원화가 아닌 비트코인 단위로 입력하는 실수가 발생해 약 62만 BTC가 이용자 계정에 잘못 지급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론상 수십조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실제 피해는 제한적이었지만 거래소 내부통제와 전산 관리 체계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드러낸 사건이다.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제공=뉴시스
금융위와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는 긴급 대응 체계를 가동해 피해 보상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동시에 거래소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거래소의 전산·보안 관리 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고 발생 시 이용자 피해를 보호하기 위해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과 같은 강한 안전장치를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시장 신뢰를 제도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율 규제에 기대왔던 거래소 통제 체계를 법적 책임 구조로 끌어올리겠다는 신호다.

정부는 단기적 자율규제 강화에 그치지 않고 법제화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자산 예치·분리 보관 등 이용자 보호 장치에 초점을 맞춘 1단계 규제라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사업자 규율 체계와 시장 구조 전반을 포괄하는 2단계 제도다.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 금융 틀 안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의미다.

회의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와 거래소 지배구조 문제도 함께 논의됐다. 은행 중심(지분 50%+1) 발행 구조 필요성, 거래소 소유 분산 기준 마련 등 민감한 쟁점도 테이블에 올랐다.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확산 속도를 감안하면 발행 주체와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금융위는 이번 논의를 토대로 거래소 협의체의 자율규제 개선을 유도하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위한 당정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가상자산 정책은 시장 확대와 리스크 관리라는 두 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정책 속도를 높이면서 가상자산위원회와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송요섭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