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전에 과도한 불안감… 개인 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적 활용을”[현안 인터뷰]
전국민이 ‘AI 발달로 일자리 잃을까’ 불안해하는 것 같아
인간의 가치 실현·정당화에 도움된다는 긍정적 시각 필요
전통 철학부터 현대 저작권·인간성 문제까지 AI 통해 탐구
韓, 인프라 구축에만 집중… 서론 없이 본론 튀어나오는 격

인터뷰 = 조해동 경제부 부장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인공지능(AI)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I에 대한 국민 정서의 기본이 불안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AI에 관해 좀 더 긍정적인 희망을 찾아보려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김동우(38) 카이스트 초대 AI철학연구센터장(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이 분석한 오늘날 한국의 AI를 대하는 모습과 그에 대한 처방전이다. 세계적으로 드문 AI철학연구센터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달 23일 대전 유성구 대학로에 있는 카이스트 연구실로 가 김 센터장을 만났다. 온 세상이 걸신스럽게 AI 지식 욱여넣기에 바쁜 시대에 명칭조차 생소한 AI 철학 연구자를 만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AI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AI에 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이 AI에 관해 얘기할 때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종종 대학에서 개최한 교육 워크숍에 가보면, 교수들도 AI 때문에 자신의 일자리가 없어질까 걱정하고, 대학생들은 AI가 일자리를 잠식해 취업을 못 할까봐 전전긍긍한다. 학계뿐 아니다. 한국의 모든 업종에서 일자리가 있는 사람, 일자리가 없는 사람을 막론하고 ‘AI에 대체되지 않을 일자리’를 찾느라 바쁘다. 마치 전 국민이 AI에 관해 얘기할 때 기본적인 정서 상태가 불안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AI에 대체될까봐 위협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현실적으로 AI 때문에 직장을 잃는 사람이 발생하고 있으니까 이해할 수는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하지 않고, AI 때문에 대체될까봐 두려워하면서 대체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을 찾기만 하는 것은 분명히 불행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AI와 관련해 좀 더 희망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불안도 사람을 움직이는 중요한 동인(動因) 중 하나다. 그러나 적극적인 비전도 사람을 움직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AI에 의해서 대체될까봐 불안해하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예를 든다면.
“언젠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방문했는데, 당시 MIT에서 ‘컴퓨팅의 미래(Future of Computing)’와 관련된 공모전이 있었다. 그런데 그 공모전에서 우승한 작품 중 하나가 ‘고래랑 소통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러면 고래랑 소통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만들어서 어디에 쓸 것이냐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바닷속 쓰레기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거나, 고래 서식지를 보호하는 등 해양 환경을 오염으로부터 지키는 데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고래랑 소통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다. 만약 인간이 개발하는 기술이 어떤 가치(價値)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그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도 쓰인다면 이런 것들은 다 ‘철학적인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AI에 대한 철학을 갖고, AI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AI 철학이란 말이 생소한데.
“AI 철학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는 전통적인 철학의 문제를 AI를 통해 풀어보는 것이다. 예컨대 전통적으로 심리철학 등의 분야에서 ‘인간이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같은 문제를 제기해왔는데, 이를 AI에 적용해보면 ‘AI가 컴퓨팅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 같은 문제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롭게 발생한 문제를 탐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AI의 등장에 따라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저작권(著作權)’ 문제도 철학의 영역에서 다뤄볼 수 있을 것이다. AI는 광범위하게 기존 지식을 활용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저작권으로 인정할 것이냐는 풀기 쉽지 않은 난제(難題)다. 이와는 별도로 AI 철학을 ‘AI에 대한 철학’과 ‘AI를 통한(AI 기반의) 철학’으로 나누어 접근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카이스트 AI철학연구센터는 어떤 문제를 다루려고 하는지.
“카이스트 AI철학연구센터는 좀 더 구체적인 사안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우선은 AI 시대의 ‘인간성’ 문제에 천착하려고 한다. AI 시대에는 인간과 기계(로봇)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란 문제에 천착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는 ‘인간과 기계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느냐?’라는 문제다. AI를 통해 기계가 점점 인간과 비슷해지는데, 이런 상황에서 인간과 기계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인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간과 기계가 바람직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나 시스템이 필요한가?’라는 문제도 탐구해 보려고 한다.”
―한국의 AI 철학 수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작년 7월 미국 백악관에서 ‘미국의 AI 실행 계획(Winning the Race-America’s AI Action Plan)’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 보고서를 보면 서문에 AI 기술이 미국에 왜 중요한지, AI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미국 노동자 역량 강화 △특정 정치 이념 배제 및 객관적 사실 추구 △악의적 사용자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 등 3가지 원칙을 서술하고 있다. 한마디로 왜, 무엇을 위해 AI 기술을 발전시키려고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 뒤 본문에서 AI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정부에서 나오는 AI 실행 계획을 보면 왜, 무엇을 위해 AI 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설명 없이 무작정 AI 인프라(AI 하이웨이)를 구축하겠다고 서술된 경우가 있다. 서론 없이 곧바로 본론이 튀어나오는 것 같은 방식이다. 세계 각국의 AI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니까 한국 정부의 이런 일 처리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AI에 대한 철학을 건너뛰고 일을 추진하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AI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AI 시대 한국 사회에 제언할 말이 있다면.
“현재 한국 사회는 AI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갖고 있지만, AI와 관련된 철학이 부재(不在)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AI 철학의 부재는 ‘내 일자리가 AI로 대체되지는 않을까?’ ‘AI 때문에 내가 일자리를 못 얻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등 AI 기술 발전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와 같이 AI 기술 발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과도한 상황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나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지 않으면 AI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배워야 하는 또 하나의 도구나 부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AI 학습 자체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AI에 의해 자신의 일자리가 대체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내는 데 도움이 되고, 자신의 꿈이나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
“청년이여, 꿈을 크게 가져라!”
김동우(38) 카이스트 초대 AI철학연구센터장(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이 카이스트 학생을 포함해 대학생이나 청년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얘기다.
인공지능(AI) 철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대학생·청년층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이 1970∼1980년대에 유행한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와 유사하다는 게 다소 의외이기는 하지만, 김 센터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해가 된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요즘 대학생이나 젊은 층은 ‘AI 때문에 일자리를 못 구하면 어쩌지?’ ‘AI에 대체되지 않을 만한 일자리가 어디 없을까?’ 등 AI 기술 발전에 대한 불안감에 너무 휩싸여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김 센터장은 역으로 “꿈을 크게 가지라”고 조언한다고 말한다.
그는 “예컨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 ‘환경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 등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가치(價値)를 먼저 정하는 게 좋겠다고 젊은 층에 자주 말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일단 꿈을 정한 뒤, 자신이 세운 꿈을 달성하기 위해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김 센터장의 생각이다.
김 센터장은 “특히 카이스트 같은 이공계 대학에서는 AI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그것만을 보고 쫓아가기보다는 먼저 꿈을 정한 뒤 AI를 활용할 방법을 찾을 때야말로 혁신에 성공한 진정한 공학자, 과학자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AI 기술 자체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나 꿈을 정한 뒤 AI를 활용할 방안을 찾게 되면, 그 과정에서 자기 나름의 AI 철학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AI 철학은 한 가지로 정립되는 것이 아니며,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시대에 맞춰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고려대에서 법학·철학을 이중 전공했으며, 미국 미네소타대(철학 석사)를 거쳐 뉴욕시립대(CUNY)에서 논리학과 형이상학 전공으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3년 3월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한 뒤 본격적으로 AI 철학에 대해 연구해 왔다.
△1988년생 △고려대 법학·철학(이중 전공) △미국 미네소타대 철학 석사 △미국 뉴욕시립대(CUNY) 철학 박사 △카이스트 AI철학연구센터장(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
■ 인터뷰 핵심 정리
AI철학이란?= AI철학은 전통적인 철학의 문제를 AI를 통해 풀어보는 것과 AI 기술 발달에 따라 새롭게 발생한 문제를 탐구하는 것 모두를 포함한다.
AI실행계획보고서란?= AI실행계획보고서는 작년 7월 미국 백악관에서 나온 AI를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 차원의 계획이다.
카이스트 AI철학연구센터는?= 카이스트 AI철학연구센터는 AI 시대의 인간성 문제, AI와 인간과의 관계, AI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제도와 시스템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조해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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