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K-팝의 울돌목 깨운 빅오션 “장애를 가져 더 치열해야 했다”
세 번째 미니앨범 ‘더 그레이티스트 배틀’
“타인 굴복시키는 전투 아닌 내면의 싸움”
![그룹 빅오션이 3일 서울 마포구 쇼킹케이팝센터에서 열린 세 번째 미니앨범 ‘더 그레이티스트 배틀’ 언론 공개회에서 신곡 ‘콜드 문’을 선보이고 있다. 2024년 데뷔한 빅오션은 청각 장애인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이다. [연합]](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4/ned/20260304093947934ibbm.jpg)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장애를 가졌기에 조금 더 치열하게 살아야 했고, 그 일상이 자연스럽게 ‘전투’라는 음악으로 이어졌어요.”
고작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상대했던 이순신 장군처럼, 빅오션은 K-팝 산업의 거대한 울돌목을 깨웠다. 자본으로 일군 화려한 세계에서 음악이라는 창과 활로 편견에 맞서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빅오션(찬연·PJ·지석)은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쇼킹 케이팝 센터에서 열린 세 번째 미니앨범 ‘더 그레이티스트 배틀’(THE GREATEST BATTLE) 쇼케이스에서 “노력하는 모든 사람을 응원하고 싶다”며 새 앨범을 세상에 내놓은 소감을 밝혔다.
빅오션의 시작은 무모함에 가까웠다. 2024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데뷔한 그룹은 멤버 전원이 청각장애가 있는 그룹이다. 청능사 출신의 찬연, 장애인 알파인 스키 선수였던 지석, 유튜버로 활동하던 PJ까지. 음악과의 접점이라고는 없던 세 사람이 K-팝이라는 정교한 메커니즘 안에 들어오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실험이었다.
셋의 데뷔 과정은 기술의 진보와 함께했다.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사람마다 들리는 속도가 다른 신체적 한계를 메워준 것이 기술과 세 멤버의 근성이었다. 멤버들이 수만 번 녹음한 목소리를 AI 딥러닝 기술로 정교화해 음원을 만들었고, 손목의 진동과 눈앞의 빛으로 박자를 맞추는 ‘시각·촉각 메트로놈’을 몸에 익혔다. 다른 아이돌 그룹에겐 당연한 ‘정박(正拍)’을 맞추기 위해 세 사람은 수천 번씩 거울 속의 자신과 마주하며 눈빛과 입 모양으로 서로의 호흡을 읽어냈다.
![2024년 데뷔한 빅오션은 청각 장애인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이다. [연합]](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4/ned/20260304093948231esgr.jpg)
찬연은 “특별하지 않을 수 있는 연습조차 우리에겐 매 순간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었지만, 멤버들을 의지하며 맞추어 나가는 과정 자체가 행복이었다”고 돌아봤다.
새 앨범은 멤버들이 편견과 싸워온 지난한 전투의 흔적이자 기록이다. 지석은 “청각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그간 ‘음악 활동을 할 수 없을 거야’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며 “타인의 틀 안에서만 꿈꿔야 하는 현실이 무서웠다. 그럼에도 나는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기에 그 틀을 깨부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타이틀곡 ‘원 맨 아미’(One Man Army)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모티브로 삼았다.
찬연은 “명량해전은 12척의 배로 대규모의 적을 무찌른 위대한 전투”라며 “승산 없어 보였지만 승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를 위한 응원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노래를 들은 많은 분이 힘을 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대 위의 빅오션은 비장하게 소리 높이지 않는다. 국악 사운드가 가미된 웅장한 선율 위로 한국 수어(KSL)와 국제 수어(ISL)를 녹여낸 안무는 유려하고 부드럽다. 댄서들과 함께 펼치는 ‘학익진 군무’는 위압적이기보다 조화롭다. PJ는 “명량해전의 분위기에 맞춰 배를 띄우고 바다로 나가는 장면을 묘사했다”며 곡의 의도를 설명했다.
세 사람이 말하는 ‘전투’는 타인을 굴복시키는 싸움이 아니다. 타인이 정한 틀 안에서만 꿈꿔야 했던 현실, 스스로의 한계와 싸우는 내면의 전쟁이다.
찬연은 “승산 없어 보이는 싸움을 하는 모든 ‘나’들을 위한 응원가”라고 이 곡을 정의했다. 장애의 특수성보다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나 겪고 있는 각자의 ‘치열함’에 공감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그룹 빅오션 [연합]](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4/ned/20260304093948546wkxp.jpg)
이번 앨범 ‘더 그레이티스트 배틀’은 수록곡 ‘콜드 문(Cold Moon)’을 통해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스스로를 다스리는 성숙함까지 보여준다. 외적 전투와 내면의 절제를 동시에 다루며, 빅오션은 단순한 퍼포먼스 그룹을 넘어 아티스트로서의 깊이를 더했다.
데뷔 2주년을 앞둔 빅오션은 팬덤 파도를 향한 각별한 마음도 전했다. 지석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은 울돌목에서 ‘파도’의 방향이 바뀌며 승리했다”며 “이 전투처럼 우리도 ‘파도’ 덕분에 활동을 승리로 이끌어 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빅오션의 데뷔는 세계 음악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멤버 전원이 청각 장애가 있는 그룹이 세상에 나오자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BBC 등 유력 외신들은 ”제도적, 문화적 관점을 바꾸며 전 세계에 농인 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며 주목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 리스트에 스트레이 키즈와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빅오션은 데뷔 당시 “‘장애인이어도 잘하네’가 아니라, ‘알고 보니 장애인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젠 그 목표에도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지석은 “그간 우리는 장애라는 편견에 맞서 치열하게 싸워왔다. 근데 생각해 보니 우리만 그렇게 싸워온 것이 아니더라”며 “모든 사람이 각자의 상황에서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었다. 그 모든 사람을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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