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이 갖고 있는 턱은 왜 생겨났을까?

곽노필 기자 2026. 3. 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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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침팬지는 물론 네안데르탈인도 없어
두개골 진화 과정에서 우연히 형성
자연선택 결과 아닌 진화의 부산물
아래턱뼈가 앞니보다 앞쪽으로 튀어나온 턱은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만의 고유한 신체적 특징이다. 버팔로대 제공

턱은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 모양에 따라 주걱턱, 사각턱, 엉덩이턱, 무턱, 이중턱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턱은 인간을 대표하는 외형적 특징이기도 하다. 인간은 턱을 갖고 있는 유일한 영장류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에게도 턱은 없다. 침팬지에게 턱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치아가 박혀 있는 잇몸 뼈와 입 전체가 앞으로 돌출되어 있어서다. 뼈의 구조를 뜯어보면 인간처럼 단단하게 앞으로 튀어나온 '턱 끝' 뼈가 없다. 심지어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등 멸종한 고인류도 턱이 발달하지 않았다.

아래턱뼈가 앞니보다 앞쪽으로 튀어나와 ‘턱끝’(Mental protuberance)'을 형성하는 구조는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에게서만 볼 수 있다. 따라서 턱은 화석 분석에서 호모 사피엔스를 식별하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다.

침팬지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현생 인류의 얼굴 비교. KZfSS Kölner Zeitschrift für Soziologie und Sozialpsychologie

현생 인류를 식별하는 중요한 기준

그렇다면 왜 현생 인류만 턱이 생기도록 진화했을까? 그동안 여러 가설이 나왔다. 예컨대 음식을 씹을 때 턱 앞쪽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든가, 단어를 만드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또는 성 선택의 일환일 수도 있다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미국 버팔로대 연구진이 유인원의 해부학적 구조를 새롭게 분석한 결과, 턱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 두개골의 다른 부위가 진화하면서 나타난 부산물로 우연히 생겨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공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노린 폰 크라몬-타우바델 교수는 “종 간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모든 특징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자연 선택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런 ‘목적론적’ 진화관은 부정확하다”며 “진화는 사람들이 예상하거나 가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방향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분석에 사용한 아래턱뼈의 형질을 보여주는 지점들간의 거리. PLOS One (2026). DOI: 10.1371/journal.pone.0340278

직립 보행과 식습관 변화가 빚어낸 듯

연구진은 여러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인간과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긴팔원숭이를 포함한 14종의 현대 유인원 두개골 532개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특히 이들의 해부학적 특징을 보여주는 46개 지점의 거리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진화 계통도에 표시했다. 46개 중 9개는 인간의 턱을 형성하는 부위에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모든 유인원의 마지막 공통조상의 머리와 턱 모양을 추정한 뒤, 각 계통에서 나타난 변화가 우연히 발생할 확률보다 높은지, 혹은 낮은지 검증했다.

그 결과 인간의 턱과 관련한 9가지 형질 가운데 3가지는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의 결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나머지 6가지 형질은 자연선택에 따른 것이 아니거나, 턱과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형질의 진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인류의 조상들이 점점 더 확실한 직립 자세를 취하게 되면서, 뇌를 떠받치고 있는 두개골 바닥은 평평한 상태에서 앞뒤로 더 꺾인 형태로 바뀌고, 얼굴은 앞으로 돌출되는 대신 두개골 아래쪽으로 들어가게 됐다. 동시에 뇌가 커지고 식품을 익혀 먹게 되면서 큰 앞니와 강한 저작근육이 굳이 필요없게 되자 얼굴과 턱이 작아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윗니와 결합된 위턱뼈는 점점 뒤로 들어가고, 아래턱 끝은 치아보다 앞으로 돌출되면서 사람 특유의 턱 구조가 만들어졌다.

인간만이 갖고 있는 턱은 계단 아래 공간처럼 본래 용도가 있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 구조물 형태로 인해 부수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픽사베이

계단 아래쪽에 생기는 부수적 공간 비슷

폰 크라몬-타우바델 교수는 “이는 신체의 한 부위에 대한 자연선택이 다른 부위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침팬지와의 마지막 공통 조상 이후의 변화는 턱 자체에 대한 자연선택 때문이 아니라 두개골의 다른 부분에 대한 선택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의 알레시오 베네치아노 연구관(생물인류학)은 인간의 턱은 자연선택이 작용하지 않았는데도 나타난, 비적응 형질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진화학자들은 이런 진화적 부산물을 스팬드럴(spandrel)이라고 부른다. 건축 용어인 스팬드럴은 계단 아래쪽 공간처럼 본래 용도가 있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 구조물 형태로 인해 부수적으로 생겨나는 공간을 말한다. 인간의 배꼽도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의 제임스 디프리스코 박사(이론생물학)는 “이번 연구는 두개골과 턱이 하나의 통합체계로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자연선택이 한 부분을 조금만 변화시켜도, 원래 표적이 아니었던 다른 특징들까지 함께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 정보

Is the human chin a spandrel? Insights from an evolutionary analysis of ape craniomandibular form.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340278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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