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이렇게 빠지는데, 증권가가 말하는 ‘밀리면 사라’의 근거

하나증권 이재만 투자전략실장은 전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기간’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전쟁이 단기전인지 중기전인지 장기전인지에 따라 금융시장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쟁이 2주 이내에 끝나는 단기전이라면 주식시장 충격은 제한적이다. 이런 경우 코스피는 직전 고점 대비 약 5퍼센트 수준의 조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자금도 하루 평균 약 5000억 원 정도 순매도하는 정도에 머무는 패턴이 나타난다. 전쟁이라는 이벤트 자체는 크지만 금융시장은 이를 단기 리스크로 해석하고 빠르게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쟁이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이어지는 중기전으로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강세장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코스피는 약 10퍼센트 내외의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자금 역시 하루 평균 1조 원에서 2조 원 규모의 순매도가 나타날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불확실성을 보다 크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장기전이다. 이재만 실장은 이번 전쟁에서 장기전의 기준을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와 분기 이상 전쟁 지속으로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시장의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코스피는 직전 고점 대비 20퍼센트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동시에 등장할 수 있다.
결국 시장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변수는 유가다. 이재만 실장은 전쟁 상황에서 투자자가 가장 먼저 봐야 할 지표로 유가와 환율을 꼽았다. 외국인 수급은 겉으로 보이는 숫자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전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는 경우다. 이런 경우 국제유가는 최근 상승분을 되돌리면서 WTI 기준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환율 역시 상승 압력이 완화되면서 1400원 초반대로 내려올 수 있다. 금리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코스피 조정 역시 약 5퍼센트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중간 시나리오는 전쟁이 한 달 이상 이어지는 경우다. 이런 경우 유가는 급등세를 보이며 WTI 기준 9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환율은 1470원에서 1480원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금리 역시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코스피는 약 10퍼센트 수준의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다. 이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유가 급등은 곧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고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런 경우 코스피 조정폭은 20퍼센트 이상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증권가의 판단은 아직 강세장이 꺾이지 않았다는 쪽에 가깝다. 하나증권 백인재 부센터장은 이번 상황을 강세장 속 단기 충격으로 해석했다.
그는 특히 시장에 대기 중인 자금 규모에 주목했다. 현재 투자자 예탁금은 약 119조 원 수준으로 매우 높은 상태다. 이는 시장이 하락할 경우 곧바로 매수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시장 참여자들이 이미 조정을 매수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인재 부센터장은 전쟁 자체가 투자 기회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시장 관점에서는 조정이 발생할 경우 매수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군사 작전 방식이 장기전보다는 단기 작전에 가까운 형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장기간 봉쇄하는 선택을 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글로벌 원유 시장뿐 아니라 이란 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이란 내부에서도 경제 상황과 민심 문제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이런 판단의 근거다.
외국인 자금 흐름 역시 단순히 매도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최근 외국인 자금이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ETF를 통한 매수 흐름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현물 매도만 보고 외국인 투자 심리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종 전략 측면에서는 여전히 기존 주도 업종이 핵심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이 이번 상승장의 핵심 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만 실장은 최근 반도체 주가 상승이 밸류에이션 확대가 아니라 실적 증가에 기반한 상승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데이터와 실적 추정치를 보면 반도체 산업의 이익 전망은 여전히 상승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반도체 산업이 주도주 역할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반도체가 상승 동력을 잃는다면 코스피 상승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는 이번 상승장의 시작과 끝을 반도체가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분할 매수가 핵심 전략으로 제시된다. 백인재 부센터장은 시장 방향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대응 전략은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일정 비중을 나눠 단계적으로 매수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버스 상품을 활용해 시장 하락에 베팅하는 전략은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헤지 목적이 아니라 방향성 베팅으로 인버스를 활용할 경우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향후 시장에서는 코스닥 시장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하면서 코스닥 시장의 구조 개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기준 미달 기업과 저가 동전주들이 정리될 경우 시장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
또 ETF 시장 구조 역시 변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액티브 ETF 수가 이미 패시브 ETF를 넘어섰다. 한국 역시 지수 추종 ETF 중심에서 종목 선택형 액티브 ETF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미국 이란 충돌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전쟁 기간과 유가 흐름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 구조를 보면 강세장이 완전히 꺾였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증권가가 제시하는 전략 역시 단순하다. 주도 업종 중심으로 조정 시 분할 매수를 유지하면서 유가와 환율을 핵심 변수로 관찰하는 것이다.
이재만 실장은 마지막으로 투자 전략을 이렇게 정리했다. 지금 시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전략은 복잡하지 않다. 강세장이 유지되는 한 조정은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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