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종료’ 청년에 대입·취업 교육… “자산운용사·복지사 자격증 땄어요”[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김린아 기자 2026. 3. 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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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초록우산 경북지역본부 ‘자립준비청년 지원’ 사업
성년 돼 양육시설 나온 청년들
자소서 작성 도와주고 모의면접
컨설팅 뒤 ‘구직기술’ 33→94점
반려동물돌봄 등 인턴십도 연계
“나도 베풀겠단 마음 갖게 됐죠”
자립준비청년들이 지난해 8월 경북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취업역량강화프로그램 강의를 듣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스물두 살 정모 씨는 경북의 한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있다. 부모의 이혼 후 조부모 손에서 자란 그는 만 19세가 되던 해 경북가정위탁지원센터로부터 ‘보호종료’라는 말을 들었다. 법적 성인이 됐기에 시설이나 위탁가정의 보호가 끝난 것이다. 정 씨는 보호종료 이후 2025년 8월 초록우산 경북지역본부가 추진한 ‘자립준비청년 자립지원 사업’의 인턴십에 참여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만나 프로그램을 보조하고 생활지도를 하며 보낸 두 달간 그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졸업 후 아동복지 분야 취업을 목표로 봉사와 실습을 이어가겠다는 다짐도 세웠다.

정 씨처럼 아동양육시설·그룹홈·위탁가정 등에서 생활하다 만 19세(희망 시 24세까지 연장) 이후 보호가 종료되는 청년을 ‘자립준비청년’이라 부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전국에서 9970명이 보호가 종료됐다. 매년 약 2000명이 사회로 나오는 셈이다. 법적으로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보호 종료 후 5년간 주거·생활·교육·취업 등 자립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보호 종료 직후 일정 기간 집중되는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장기적인 자립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다.

자립준비청년은 또래 청년보다 학업, 취업, 정서적 지원 등에서 부족함을 겪곤 한다. 2024년 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대학 진학률은 69.7%로 한국 고교 졸업자의 평균 대학 진학률 72.8%보다 낮았다. 취업률도 52.4%로 전체 20대 청년 평균 61.3%에 못 미쳤다. 반면 자립준비청년 경제활동인구 실업률은 15.8%로 조사됐는데, 이는 전체 20∼29세 청년 실업률 5.3% 대비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자립준비청년 10명 중 4명은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했다.

한 자립준비청년이 지난해 7월 애견호텔에서 인턴십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초록우산 경북지역본부는 자립준비청년 자립을 돕기 위해 2025년 4월부터 12월까지 사업을 운영했다. 경북가정위탁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 내 양육시설·그룹홈과 협력해 △진로탐색 프로그램 △전문자격 및 운전면허 취득 지원 △인턴십(직장체험) 연계 등을 단계적으로 지원했다.

우선 초록우산 경북본부는 1인당 8회 개별 컨설팅과 집단 취업역량 강화 교육을 통해 청년들의 진로 탐색을 도왔다. 직업선호도·직업가치관·구직준비도 검사를 통해 자기 이해를 돕고, 자기소개서 작성과 모의면접을 실시했다. 사전·사후 검사 결과, 청년 참여자 평균 점수는 47.8점에서 79.3점으로 65.9% 올랐다. 특히 ‘구직기술’ 항목은 33.5점에서 94.2점으로 크게 뛰었다.

대학 졸업반이었던 보호종료아동 김모(25) 씨는 프로그램을 통해 진로를 설정했다. 김 씨는 조부로부터 권유받은 학과로 진학했었지만, 학과 만족도가 높지 않아 미래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러다 직업가치관 검사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도덕성’이 높게 나타났고, 어릴 적의 관심사를 되새기면서 사회복지 분야를 선택했다. 김 씨는 졸업 후 학점은행제를 통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관련 강의를 수강 중이다.

경북 한 지역의 보호종료아동 권모(22) 씨는 전문자격취득 지원을 받고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을 취득했다.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비용적 부담을 느꼈던 그는 약 한 달간 경북가정위탁지원센터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수시로 확인했다. 그는 “가정위탁 지원이 잠시 중단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흔쾌히 승낙해주셨다”며 “자격증 취득 사업은 다른 사람에게 베풀겠다는 마음가짐과 삶의 새로운 방향성을 잡아줬다”고 전했다.

또한 청년들은 반려동물 케어 시설, 지역아동센터, 세탁업체와 주간보호센터 등 다양한 현장 인턴십을 통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초록우산 관계자는 “자립준비청년은 정보 접근성이 낮고 경험이 부족해 진로 선택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참여자들은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취업 현황을 공유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 지원을 받고 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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