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속아 잊히지 않도록… 국립박물관 상설전시실 새단장
주제전시·시즌하이라이트 도입
첫 전시로‘겸재 정선’작품 선봬
부여박물관 7월 리모델링 돌입
춘천박물관 디지털콘텐츠 배치

K헤리티지가 주목받는 가운데 국립박물관들이 박물관의 중추인 상설전시실을 잇달아 개편하거나, 이곳에서의 새로운 전시 운영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간 특별전시실의 화려함에 가려져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곳’으로 인식돼 온 상설전시실들이 ‘새 옷’을 입고 있는 것. 특히 상설전시실 개편은 노후화된 공간을 재정비하는 것을 넘어, 각 박물관의 정체성을 보다 분명하게 하고 대표 유물의 가치를 확산한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올해 상설전시실 개편의 포문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열었다. 신년 주요업무계획에서부터 ‘상설전시실 운영의 전략화’ 목표로 꺼내 들었던 박물관은 지난달 26일 ‘서화실’의 재개관을 알렸다. 약 6개월간의 정비를 거쳐 모습을 드러낸 약 4478㎡(1357평) 공간의 서화실에 대해 박물관 측은 “전시 구성과 운영, 공간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기존 5개실을 4개실로 재편해 1실에는 서예, 2∼4실에는 회화 전시품을 배치했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서예 작품을 위한 실을 따로 두는 한편, 회화실에서는 기능적 성격에 따라 작품을 전시하도록 했다. 순수 감상을 위한 회화와 궁중장식화, 기록화 등으로 나눠 전시한 것. 특히 3실에선 대표 서화가를 집중 조명한 ‘주제전시’와 전시 교체 때마다 봐야 할 작품을 선정한 ‘시즌 하이라이트’를 도입했다는 점이 새로운 시도다. 첫 전시에서는 겸재 정선(鄭敾·1676∼1759)의 ‘신묘년풍악도첩’(보물), ‘박연폭포’ 등 70건의 전시품이 등장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실인 불교조각실 및 불교회화실 개편도 준비 중이다. 1596㎡(약 484평) 규모에 달하는 이들 전시실은 지난 2005년 박물관 용산 이전 당시 조성된 후 큰 개편 없이 유지돼왔다. 박물관은 오는 6월 말부터 이들 노후 전시실에 대한 개편 공사에 착수해 12월 재개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른바 ‘명품 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집중 조명하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면서 “종교 유물이어서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유의 방’ 성공 사례도 있는 만큼 일반 관람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조도, 분위기 연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충남 부여군의 국립부여박물관도 대대적인 상설전시실 개편을 준비 중인 곳이다. 박물관은 지난해 12월 지상 3층 규모의 전시관 ‘백제대향로관’을 개관해 대표 유물인 금동대향로를 이곳으로 옮기면서, 기존 상설전시실을 큰 폭 개편하기 위한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박물관에는 2262㎡(685평) 공간에 4개의 상설전시실이 갖춰져 있는데 이를 리모델링하기 위한 공사를 7월에 시작해 12월 중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 전시실 중 1·2전시실은 ‘사비백제실’로, 3전시실은 ‘송국리문화실’로 연말 재개관하게 된다. 김왕국 학예연구사는 “특정 유물을 위한 단독 전시 공간이 관람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어서, ‘능산리사지 석조사리감’(국보), ‘왕흥사지 사리기 일괄’(국보) 등 주요 유물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조성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이후 12년 만의 전면적인 상설전시실 개편인 만큼 단순 시설 리모델링을 넘어 유물에 최신 연구성과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들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원 춘천시의 국립춘천박물관은 최근 상설전시실을 개편, 신설한 곳이다. 박물관은 상설전시관 ‘금강산과 관동팔경’ 브랜드존과 ‘강원의 근세실’을 새단장해 지난해 12월 선보였다. 브랜드존의 경우에는 조선시대와 근대 금강산, 관동팔경을 찾은 사람들의 글과 그림 등을 전시하면서 디지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배치한 점이 특징이다. 유물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을 위한 몰입형·체험형·지도형 영상 3건을 새로 제작해 실물 전시와 맞물리도록 했다.
박물관은 같은 시기 강원의 불교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상설전시실 ‘브랜드 2실’도 신설했다. 일부만 남은 통일신라시대 금동보살입상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영상 등이 눈에 띈다. 강한라 학예연구사는 “상설전시실은 박물관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을 담아내는 공간이자, 장기적인 전시 방향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며 “특별전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끝나지만, 상설전은 오래도록 남아 관람객들을 만나다 보니 전시실 개편에 많은 정성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인지현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 밤 ‘블러드문’ 뜬다…36년 만에 정월대보름 개기월식
- 50명 수뇌부 모였다 ‘몰살’된 이란의 ‘치명적 오판’
- 신랑이 둘인데 신부는 하나? 태국 마을의 결혼식…법적으로는
- [속보]의류 수거 업체서 의류 더미에 매몰된 50대 여성…끝내 숨져
- [단독]UAE 수출 국산 ‘천궁-Ⅱ’ “이란 미사일·드론 95% 요격에 기여”…美·韓 등 5개국 다중미
- 춤에 빠진 공무원 · 가짜 인생 셀럽녀… 두 여자의 ‘이중생활’
- ‘침묵의 암살자’ B-2폭격기 띄우고, 자폭드론 ‘루카스’ 첫 투입
- 이번에도 스타링크의 위력…“이란인들, 공습 영상 공유”
- 졸음운전 차량에 참변 16세 딸…6명 새 삶 주고 영면
- “장모님 연락돼?” 부자들만 5억 내고 ‘탈출’…발묶인 100만 중동 여행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