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담장 너머의 성폭행과 학대’…동네사람 아무도 몰랐던 ‘색동원의 비밀’

이현웅 기자 2026. 3. 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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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 성폭행 의혹 색동원, 어떤 곳이었나
입소 장애인들 외부와 교류차단
주민 “산책할때 몇 번 본게 전부”
구속된 시설장 18년간 운영해와
男 16 · 女 17명 중 22명 무연고
직원 26명, 당직 형태 근무한 듯
지난달 25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 소재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지건태 기자

강화 = 이현웅·지건태·김혜웅 기자

“외부 교류가 거의 없어서 내부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입소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성폭행과 학대 등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인천 강화군 길상면 중증장애인 시설 색동원 인근 주민들은 이같이 전하며 “외딴섬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색동원 건물 뒤편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A 씨는 “입소 장애인들이 봄이나 여름철에 가끔 운동을 하기 위해 산책을 나올 때 몇 번 본 것이 전부”라며 “직원들도 전부 차로 이동해 마주칠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찾아간 색동원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색동원을 둘러싼 3m 높이의 흰색 담장이 시야를 가려 건물 내부와 마당 등도 전혀 볼 수 없었다. 강화군 강화읍에서도 하루 6차례 운행되는 마을버스를 타야 도착할 수 있는 색동원은 성폭행 등 시설 내 여러 범죄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인기척이 아예 끊긴 모습이었다.

시설장 구속 후 폐쇄 수순= 입소한 장애인에게 성폭행·학대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색동원 시설장 김모 씨가 검찰에 구속 송치되면서 색동원의 폐쇄 절차가 본격 진행될 전망이다.

4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색동원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인천 강화군은 경찰 수사 결과를 통보받는 대로 색동원에 대한 폐쇄 절차를 밟기로 했다. 김 씨에 대한 해임 절차도 이뤄지게 된다. 앞서 인천시는 아직 법인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는 김 씨에 대한 해임 명령 사전 통보를 색동원에 보냈다.

서울경찰청 색동원 사건 특별수사단은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피보호자 간음·장애인복지법상 폭행 혐의로 지난달 27일 김 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함께 수사 대상에 오른 시설 종사자 2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은 뒤 인천경찰청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김 씨는 생활지도 등을 빌미로 최소 6명의 여성 장애인들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거나 유사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또 김 씨가 보조금을 유용한 의혹 역시 들여다보고 있다. 국가보조금 명목으로 지원받은 10억여 원을 김 씨가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구속 송치된 김 씨 외에도 색동원 시설종사자들의 학대 혐의를 추가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경찰은 대대적인 학대 및 폭행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색동원을 거쳐 간 장애인 87명과 종사자 240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폭행·감금 등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8명의 장애인을 확인하고,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종사자 4명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색동원을 퇴소한 한 40대 여성 C 씨 가족의 신고를 통해 처음 사건을 인지했다. 2016년 색동원에 입소한 C 씨는 지난해 2월 머리를 다쳐 병원에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C 씨의 가족은 색동원이 입소자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품었고, C 씨를 퇴소시켰다. 이후 C 씨는 가족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놨고, 사건을 접수한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5월부터 수사를 이어왔다. 올해 1월 30일 김민석 국무총리 지시로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범부처 합동대응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활동 중이다.

색동원은 어떤 곳?= 색동원은 지난 2008년 개원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이다. 시설장이자 법인 대표이사를 겸임한 김 씨는 18년 동안 시설을 운영해왔다. 이 과정에서 시설장은 단 한 차례도 바뀌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색동원은 3개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인 색동원과, 색동원 본 건물 바로 뒤편에 위치한 ‘모아 장애인작업장’, 그리고 ‘자립체험홈’이 있다. 색동원은 중증장애인들이 24시간 머물며 사회복지사들의 보살핌을 받는 시설이다. 모아 장애인작업장은 색동원에 입소한 장애인과 출퇴근이 가능한 장애인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자립체험홈은 자립을 희망하는 중증장애인이 집이나 시설을 떠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자립생활 계획을 수립하고, 다양한 사회생활의 경험 및 기술 등을 체험하는 거주공간이다.

성폭행 의혹이 터진 곳은 색동원 주거시설로, 시설 정원은 60명이었다. 지난해 9월까지 남성 입소자 16명, 여성 입소자 17명 등 총 33명이 거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총 4층으로 이뤄진 색동원 건물 1층에는 사무실, 의무실, 자원봉사실 등이 있고, 2층에는 여성 장애인의 거주 공간과 강당, 식당, 카페가 있다. 색동원 건물 3층에는 남성 입소자들의 거주 공간이, 4층에는 휴게실 등이 마련돼 있다. 색동원 관계자에 따르면, 건물 내부에 총 36대의 CCTV가 설치돼 있고, 여성 입소자들이 거주한 2층에는 강당과 복도 등에 6대의 CCTV가 있었다고 한다.

조사 결과, 색동원에는 2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입소자들을 직접 돌보는 사회복지사, 음식을 만드는 조리원, 간호 인력 등이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인권 전문가와 법률가 등 6명으로 구성된 인권지킴이단도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6명이 항시 색동원에 상주하며 입소자들을 돌본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 중증장애인 시설 특성상 야간 근무자도 필요하기 때문에 당직 형태로 돌아가며 근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색동원 수용자 성폭행 의혹을 제기했던 시민단체 측 설명이다.

장종인 색동원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중증장애인을 여러 명 관리하는 과정에서 폭행이나 학대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현웅·지건태·김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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