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편안함에 이른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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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레나>와 화보를 촬영했습니다. 한 4년 만인가요?
확실히 오랜만이네요.(웃음)
화보 촬영할 때 어떤 성향인가요? 가령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거나 하면서 만들어가나요?
예전엔 계획을 많이 세우기도 했어요. 그런데 경험이 쌓이고 보니, 계획대로 되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결국 현장에서 조율하면서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바뀌었죠. 다만 촬영 전에 준비할 때는 많이 고민하죠.
딱 정해놓는 것보다 상황에 맞춰 판단하는 연륜이 생긴 거네요.
그렇죠. 오늘은 자연광이라 오히려 더 부담스러웠어요. 조명만 활용해 촬영하는 것보다 변수가 많잖아요. 그래도 오랜만이라 재미있었어요.
화보를 촬영하다 보면 세월의 흔적이 어느 정도 드러날 수밖에 없잖아요. 그 점에 대해 괜찮다고 여기는 편인가요, 아니면 걱정하나요?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 흔적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좋죠.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럽고요. 하지만 피할 수는 없잖아요. 나이 든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마음은 예전과 똑같은데, 화면에는 달라 보일 수 있는 간극이 있죠.
맞아요. 마음은 10년 전, 20년 전이랑 똑같은데. 그걸 내가 컨트롤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이런 마음이 80대까지 간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아직 어떤 나이대든 그걸 이용해서 보여주는 지점까진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카메라에 잡힌 내 모습을 체크하는 게 중요해요. 예전과 같은 각도여도 느낌이 다르니까요.
화면에서는 변하지 않는 축에 드는 배우로 보입니다. 강점이에요.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진짜 그런 줄 알잖아요.(웃음) 물론 화면에서 그렇게 보이면 고맙죠. 고맙지만 배우로서는 또 숙제이기도 해요. 마음은 옛날 그대로지만, 보이는 건 다를 수 있잖아요. 내가 어떤 캐릭터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더 고민하게 되죠.
바른 생활 청년 이미지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해요. 하지만 그게 영원할 수는 없고, 변화 속에서 다른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계속 고민하죠.
그 말은 곧 연기에 대한 고민이잖아요. 요즘은 연기를 대할 때 어떻게 다가가나요?
지금까지 여러 작품에서 소리도 지르고, 울고, 화도 내보고 하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꼭 터뜨려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꼭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꼭 센 욕을 하지 않아도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내 결을 더 발전시켜서 보여주는 방식을 고민해요. 20대 때 하던 멜로도 지금은 다른 농도와 결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죠.
전략적으로 찾기보다 흐름에 맡기면서 매력을 더 잘 보여주려는 쪽이네요.
맞아요. 한 방향으로 매몰되지 않으려고 여러 갈래로 고민해요.
요즘 미디어 환경이 빨리 바뀌잖아요. 배우도 연기만 하면 끝이던 시대가 아니고요. 이런 변화에 어떻게 잘 적응해 나가는 중인가요?
요즘 정말 빨라요. 변화도 너무 빠르고 새로 나타나는 것도 많죠. 기존의 것도 몇 달 만에 바뀌고요. 그래도 예전부터 여러 가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어요. 쇼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에 나가서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최근 몇 년 사이에 방송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에서 편안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어요. 그 흐름은 본인 의지였나요? 아니면 회사 전략이었나요?
회사 전략인지는 모르겠어요. 우리 회사는 작품이 1순위예요. 작품을 정말 많이 봐요. 배우가 작품을 해야지, 하는 회사죠. 다만 홍보 방식이 바뀌었어요. 예전엔 홍보 프로그램이 정해져 있었다면, 지금은 유튜브 중심으로 바뀌었죠.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하지? 했는데, 작품 홍보는 배우로서 의무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안 보이면 사람들이 궁금해하니까 생존 신고처럼 유튜브 나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거죠. 계속 새로운 세대와 만나고 소통해야 하니까 힘들지만 재미도 있어요.
촬영이 끝나면 전 일상으로 돌아가서 하루하루를 살죠.
어떤 면에서 한 작품은 한 나라를 여행하는 것과 같아요.
그 나라에 머물면서 사람도 만나고 경험하다가 또 다음 나라로 이동하듯이 다음 작품을 준비하죠.
쿠팡플레이 <직장인들>에 나온 모습이 신선했어요. 설정 코미디라는 낯선 상황에서 당황하는 모습이 재밌더라고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죠. 그래도 재미있게 한번 해보고 오지 뭐, 하는 마음으로 임해요. 좋은 사람을 만나면 내 모습도 다르게 나오니까요.
그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을 결정하는 기준도 달라졌나요?
전 작품을 결정한다는 말이 좀 부담스러워요. 작품은 고르는 것보다 인연으로 만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작품을 만났을 땐 어떻게 하면 이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만 봤다면 지금은 작품 안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더 생각하죠. 극 안에서는 물론, 현장에서도요. 전에 비해 지금은 대본 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더 여유로워졌죠.
공개를 앞둔 드라마 <리버스>는 어떤 인연으로 만났나요?
이번 <리버스>도 대본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제가 맡은 준호라는 인물의 방향성에 대해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작품에 출연하게 됐죠.
어느덧 배우로 보낸 시간이 길어요. 경력이 쌓일수록 연기가 성장한다고 느끼나요?
연기는 할수록 어려워요. 매번 어떻게 대중과 잘 소통할까 고민하죠. 트레이닝을 많이 받는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에요. 같은 대사, 같은 표정이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잖아요. 신인 배우의 연기가 사람 가슴을 흔드는 경우도 있고, 오래 한 배우가 특출나게 연기를 잘하지 못할 때도 있어요. 정답이 없어요.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지만 그 순간에 어떤 식으로 전달해야 할지 늘 고민하게 돼요. 자연스러운가, 앞서간 건 아닌가 하면서 늘 되묻죠.
그럼 만족하기는 힘들겠네요.
만족한 적은 없죠. 누구든 그럴 거예요. 하지만 정답이 없어서 오히려 재미있죠. 전 대본 받으면 제가 맡은 인물의 대사를 공책에 써요. 쓰다 보면 내가 자주 사용하는 말투, 나에게 맞는 말투가 보이죠. 계속 보면서 숙지하고 현장에 가도 그게 정답인지는 모르죠.
'고수다운 연기'가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나요?
제게 그런 게 있는지 모르겠어요. 다만 예전에 가슴 아픈 멜로를 많이 해서 제게 그런 이미지가 남아 있죠. 갑자기 확연히 다른 역할을 하면 기존 이미지와 부딪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그래서 대본을 볼 때도 내가 뭘 해야 좋을까 많이 고민하죠.
새로 인연이 닿아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야기가 있나요?
요즘은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요. 학생들과 협업하는 작품을 해보고 싶고, 그들의 고민을 들을 기회도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하는 일은 시대의 생각과 감정을 구현하는 작업이기도 하잖아요. 다른 세대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배우로서 어떤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나요?
현장에서 카메라 앞에 서면 배우로 존재하다가, 컷 소리를 듣고 카메라 밖에 있으면 제 안에서 그 인물이 그냥 사라져요. 촬영이 끝나면 전 일상으로 돌아가서 하루하루를 살죠. 어떤 면에서 한 작품은 한 나라를 여행하는 것과 같아요. 그 나라에 머물면서 사람도 만나고 경험하다가 또 다음 나라로 이동하듯이 다음 작품을 준비하죠.
이제 무척 편안해진 느낌이네요.
처음에는 배우라는 일이 어색하고 힘들었어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일도, 카메라 앞에서 모든 스태프가 보고 있는데 말하고 행동하는 일도 힘들었죠. 어느 날에는 누워 있으면 몸이 막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속에서부터 뜨거워져 힘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모든 게 몸의 일부처럼 스며들었죠.
시간이 흐르며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그럼에도 배우로 활동하면서 붙잡아온 변하지 않는 원칙이나 태도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는 원칙과 약속을 철저하게 세워두고 지키려 했는데, 살다 보면 타협도 하고 유연해지더라고요. 그래도 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건 있어요. 양심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 지점을 오래 고민한 시기가 있었나요?
'세상의 모든 걸 알고 있는 무언가가 우리 마음속에 있다'는 구절이 있어요. 책에서 본 문장인데 오랫동안 고민한 적이 있어요. 그게 뭘까? 몇 년 동안 생각했어요. 제가 찾는 그 무언가는 양심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떳떳한지, 진심인지, 거짓인지 하는 건 결국 본인은 알잖아요. 게다가 배우는 무대 위나 카메라 앞에선 최선을 다해 연기해야 하지만, 밖에서까지 연기하려고 마음먹으면 굉장히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카메라 앞에서처럼 행동하는 건 아닌지 점검하게 됐죠.
한때 산을 즐겨 찾았죠. 지금은 그때처럼 따로 집중하는 대상이 있나요?
이제는 몸 관리가 화두죠. 예전에 무릎이나 허리를 너무 썼나 봐요.(웃음) 젊을 때는 괜찮아 하면서 넘어갔는데 티가 나요. 관리해야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멋진 남자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자기만의 신조를 지키면서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사는 남자가 멋진 남자 아닐까요?





Editor 김종훈
Photographer 김영준
Stylist 허예지
Hair 백혜진(아우라)
Make-up 문해은(애브뉴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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