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민의 AI로운 아빠생활] 아내를 위한 방구석 AI 세레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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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편집자 주
AI로 가족의 일과 삶을 행복으로 채우는 어느 아빠의 실험기. 딸 시우는 여섯 살, 호기심 대마왕. 아내 서윤은 42세, 한 패션 브랜드의, 야근 많은 마케팅 팀장. 그리고 나는 40세 동화작가이자 콘텐츠 기획자. 본 연재 <AI로운 아빠생활>은 AI라는 똘똘한 비서와 함께, 딸의 상상력을 키우고 아내의 하루를 덜어주며, 가족의 일상을 작은 행복으로 채우려는 한 아빠의, 엉뚱하고 다정한 실험 기록이다. 과연 '나' 시우아빠는 AI로 더 좋은 아빠, 더 든든한 남편이 될 수 있을까?

[우먼센스] 대한민국 워킹맘에게 3월은 1년 중 가장 잔인한 달이다. 아내 서윤의 일상도 매일이 전쟁이다. 낮에는 회사 봄 신상 마케팅으로, 퇴근 후엔 '엄마'라는 이름으로 제2의 출근을 한다.
꼼꼼함이 필요한 새 학기 준비물은 엄마 손을 거쳐야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다. 밤 11시, 색연필 낱개마다 시우의 네임 스티커를 붙이는 아내의 얼굴이 푸석했다. 며칠 뒤면 화이트데이. 편의점표 사탕 바구니 하나 안겨준다고 이 묵직한 피로가 풀릴까? 아내 마음을 어루만져 줄 진짜 위로가 필요했다.
나는 조용히 노트북을 열고 '음악 생성 AI'에 접속했다. 키워드만 넣으면 작사, 작곡, 보컬까지 전문가 수준으로 뚝딱 뽑아준다는 마법의 도구. "아내 서윤을 위한 화이트데이 감동 발라드 만들어줘. 가사도 감동적으로 써주고."
잠시 후 그럴싸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10초도 듣지 못하고 정지를 눌렀다. 영혼이라곤 1도 없는 뻔한 가사. 감동은커녕 등짝 맞기 십상이었다.
아내의 지친 일상을 어루만질 '진심의 디테일'은 오롯이 남편인 내 몫이었다. 진심의 재료? 내가 아내를 지켜본 '관찰의 시간'이다. 나는 AI가 지어낸 뻔한 가사 대신 요며칠 아내를 지켜보며 메모해 둔 투박한 단어들을 꺼냈다. 우리의 진짜 이야기를 직접 써 내려갔다.
"아침 8시, 반쯤 녹은 아아(아메리카노) 들고 뛰는 출근길 / 밤 11시, 색연필에 스티커 붙이다 잠든 피곤한 어깨 / 팀장님과 시우 엄마, 두 개의 이름표가 참 무겁지? / 수고했어 나의 서윤, 매일 완벽하지 않아도 돼 / 이번 주말엔 알람 다 끄고 '육아 로그아웃' 해 / 시우 에너지는 내가 밖에서 0%로 방전시켜 올게"
그리고 음악의 분위기를 아주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잔잔한 어쿠스틱 통기타 반주, 짙은 감성의 인디 팝 스타일, 담담하고 따뜻한 30대 남성 보컬."
화이트데이 당일 밤. 시우를 재운 아내가 소파에 깊숙이 파묻혔다. 나는 슬며시 거실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켰다. 부드러운 통기타 선율이 거실을 채웠다. "이거 무슨 노래야? 멜로디 좋네." 이어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담백한 목소리.
"♬~아침 8시, 반쯤 녹은 아아 들고... 수고했어, 나의 서윤..."
"푸흡!" 사레 들린 기침 후, 토끼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아내. "뭐야? 내 이름이 왜 나와? 설마 인디 밴드한테 돈 주고 노래 의뢰했어?" "아니, AI 작곡가한테 시켰지. 가사는 내가 썼고."
처음엔 "으, 오글거려!"라며 웃음을 터뜨리던 아내의 얼굴이, 후렴구에 이르자 묘하게 차분해졌다. 아내는 말없이 스피커를 응시했다. 진솔한 노랫말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노래가 끝날 무렵 아내의 눈시울이 옅게 붉어져 있었다.
"가사 디테일 완전 미쳤다. 이거 완전 워킹맘 눈물 버튼이네." 아내가 코끝을 찡그리며 애써 웃어 보였다. "사탕 백 개보다 낫네. 이거 파일로 보내줘. 내일 출근길에 다시 들어야겠다."
진심을 만드는 건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정성'이다. 화이트데이 사탕은 입안에서 녹아 없어지지만, 남편의 진심이 담긴 이 노래는 아내의 플레이리스트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 시우 아빠의 슬기로운 AI 활용법 '세상 하나뿐인 AI 음원' 제작법
1. '일상의 관찰'로 작사하기: AI에게 자동 작사를 맡기면 뻔하고 느끼해진다. "퇴근길에 사 온 붕어빵", "아픈 허리를 두드리던 모습" 등 가족의 구체적인 일상과 고생한 흔적을 디테일하게 가사로 써라. 투박하더라도 우리 가족만 아는 에피소드가 들어가야 진짜 노래가 된다.
2. 노래 스타일, 구체적으로 지시하기: 가사를 입력할 때 음악의 스타일을 명확히 지정해야 한다. 단순히 "노래 만들어줘" 대신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반주", "위로가 되는 따뜻하고 담백한 여성 보컬", "신나는 케이팝 스타일" 등 원하는 장르와 목소리의 톤을 구체적으로 입력하라.
3. 핵심은 '함께 듣는 시간': AI로 뚝딱 만든 노래 링크만 카톡으로 띡 하니 보내는 건 하수다. 아내가 가장 지쳐있는 밤, 은은한 조명을 켜고 스피커를 통해 직접 노래를 틀어주자. 기술의 지능을 빌려 노래를 만들었더라도, 마음이 전달되는 순간은 결국 눈을 맞추는 아날로그의 시간이다.
시우 아빠가 AI로 만든 음원이 궁금하다면?
https://suno.com/s/fDAbgEpwc6pfxzTm
기획 김지은 기자
글ㆍ사진 안병민(열린비즈랩 대표)
경영을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이라 정의한다. 마케팅과 리더십, 디지털과 AI의 경계를 넘나들며 경영혁신의 본질을 탐구하는 혁신 가이드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에서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 대홍기획과 다음커뮤니케이션,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에서 마케팅을 맡았고, 휴넷에서 최고마케팅리더(CMO), 엔트리움에서 최고혁신리더(CIO)를 지냈다.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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