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우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해외입양인이 묻는다 [김수호의 리캐스트]
입양인 뿌리 찾기 돕는 김유경 배냇 대표
“입양 기록물 한 데 모아야”

“한국인들은 해외입양인이 돌아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영화 ‘케이 넘버’ 中)
723915. 1974년 8세(추정) 때 길에서 발견돼 미국으로 입양 간 미오카 밀러(한국명 김미옥) 씨의 ‘케이 넘버’다. 한때 아동 수출국이란 오명을 썼던 우리나라는 입양아 서류에 저마다 고유 번호를 부여했다.
‘케이 넘버’가 붙여진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기도 전에 미국으로, 프랑스로, 덴마크로 내보내졌다. 1950년대부터 70여 년간 해외로 입양 간 아동 수는 약 17만 명. 이들 중 친생가족과 재회한 경우는 3%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개봉한 해외입양 다큐멘터리 영화 ‘케이 넘버’(감독 조세영)에는 미옥 씨의 지난한 ‘가족 찾기’ 여정이 담겼다. 미옥 씨처럼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 땅을 밟는 해외입양인은 매년 수백 명에 달한다. 그들이 한국에 와서 문을 두드리는 곳이 있다. 해외입양인 뿌리 찾기 모임 ‘배냇’이다. 김유경(55) 사회적협동조합 배냇 대표는 9년째 이들을 돕고 있다.

배냇의 시작점은 20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미국에 거주했던 김 대표는 입양인 친구 쥴리를 알게 됐다. 2016년 한국으로 돌아온 김 대표는 쥴리로부터 친모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입양기관, 경찰청, 보육시설 등 이리 뛰고 저리 뛴 그는 3개월 만에 기적적으로 쥴리의 생모를 찾았다. 그 순간 김 대표는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2018년 사회적협동조합 배냇을 세웠다.

현재 25명으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 배냇은 △해외입양인 가족 찾기 실무 지원 △가족 상봉 지원 및 사후 관리 △입양정보기록센터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배냇은 설립 초기 대구지방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과 공조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었다. 당시 이들 수사팀은 1년 6개월간 해외입양인 16명의 친부모 추적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경찰과 함께 제도 개선도 이뤄냈다. 당초 입양인들이 경찰청에 유전자 정보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직접 방문해야만 했다. 이에 김 대표는 2018년 대구지방경찰청에 ‘해외우편 DNA 등록 방식’을 제안했다. 입양인이 한국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게끔 한 것이다. 이듬해 도입된 이 시스템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내 부모는 어떻게 생겼고, 나는 누굴 닮았고, 누구나 이런 걸 알 권리가 있잖아요. 입양인들도 이걸 알아야 뭔가 채워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요.”
김 대표는 “매해 100건 이상 가족 찾기 의뢰가 들어오지만, 서류 조작과 제도적 허점 탓에 찾을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털어놨다. 김 대표에 따르면 가족 찾기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기록의 부재’다. 상당수 입양인은 출생 기록, 친모 정보, 거쳐간 시설 등 관련 자료가 누락되거나 조작된 채 해외로 떠났다.
김 대표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기록들을 모아야만 단서를 얻을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 아동복지시설(고아원·부랑아보호시설·아동상담소 등), 성인부랑아 수용시설 및 장애인시설, 미혼 한부모 출산지원시설 등의 기록물을 빠짐없이 수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양기록물을 수집하는 기관의 범주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작년에 경찰 도움으로 찾은 한 입양인의 친모는 치매였어요. 입양인도, 친생부모도 늙고 있어 한시가 급한 상황이에요.” 김 대표는 경찰 역할 확대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아동관리보장원에 따르면 해외입양인의 입양정보공개청구건수 중 68%가 친생부모의 소재지 확인이 어렵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종결처리된다. 김 대표는 “친생부모의 현 거주지가 확인 불가한 경우, 종결처리 대신 경찰에 수사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했다.

“이제 ‘입양인 가족 찾기’ 일은 시한부나 다름 없어요.” 김 대표는 해외입양인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은 길어야 7~8년이라고 말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는 그는 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해외입양인 친생가족찾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한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 등 관계 부처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이 자리에서 배냇은 △시설 기록물의 중요성 △경찰의 협조 방안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국인들은 우리가 돌아오는 걸 어떻게 생각하나요?” (영화 ‘케이 넘버’ 中) 입양인들의 애타는 물음에 국가가 답할 때다.
<편집자주>

김수호 AX콘텐츠랩 기자 su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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