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이 사망한 중대재해에 대해 삼표산업 회장과 대표이사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

사건의 개요
2022년 1월29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이틀 만에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노동자 3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기존 채석장 인근에 새롭게 채석허가를 받고자 했지만 허가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이에 허가가 아닌 신고로 가능한 '용도변경'으로 본래 채석장이 아니었던 곳을 채석장으로 변경하겠다고 신고했다.
용도변경한 채석장에서 석분토를 걷어내고 지표면에 발파 작업을 해 지하의 골재를 채취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하부의 석분토만 일부 걷어내고 채굴을 시작했고 그대로 적재돼 있던 석분토의 하중으로 붕괴 위험이 상존했다. 그럼에도 삼표산업은 채석량을 늘리기로 결정했고 생산을 계속하던 중 채석장이 무너지면서 30만제곱미터에 이르는 석분토에 매몰돼 노동자가 사망했다.
검찰은 2023년 4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정도원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중대재해치사) 혐의로, 이종신 당시 삼표산업 대표이사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안전보건경영책임자, 양주사업소 현장소장, 삼표산업 등을 포함해 8명이 기소됐고, 약 3년 만인 2026년 2월 1심 판결이 선고됐다.
대상판결의 요지
법원은 정도원 회장과 이종신 전 대표이사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과 입법과정에서의 '경영책임자'에 관한 논의에 비추어 보면, 이 법이 정한 '경영책임자'는 '기본적으로' 대표이사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이사가 아닌 자를 경영책임자로 인정하려면 대표이사가 아닌 자(이 사건에서는 정도원 회장)에게 실질적·구체적으로 법인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다는 점과, 그로 인해 대표이사(이 사건에서는 이종신 전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했다는 점 등이 입증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검찰은 정도원 회장이 부문별로 정례보고를 받고 각 부문별 대표자나 담당 임원 등에게 필요한 지시를 내린 사실과 관련 증거들을 근거로 경영책임자 지위에 있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은 정례보고 및 지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도원 회장이 삼표산업이나 골재 부문의 사업을 총괄했다거나 삼표산업을 운영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로 인해 이종신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종신 전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양주사업소 현장소장과 동일한 정도의 안전조치 의무와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현장소장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양주사업소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임명된 현장소장이 안전보건관리를 총괄했고 채석작업 관련 의사결정도 현장소장이 했으며, 삼표산업의 골재사업장이 10개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대표이사가 개별 사업장의 현장소장과 동일한 정도의 안전조치 의무와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양주사업소 현장소장과 안전담당자, 관리팀 차장 및 발파반장에게만 징역 또는 금고형과 이에 대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상판결에 대한 논평
가. 권한과 책임은 비례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처음 발생한 중대재해이자, 기업 총수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한 1호 사건으로 주목을 받았다.
안전보건에 관한 의사결정의 실질적 권한을 가진 이들이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입법 논의 과정을 살피면서도 오히려 법 취지에 역행하는 해석으로 기업 총수와 대표이사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취지에 따르면 기업 총수에게는 대표이사가 권한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의 권한이 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하고, 대표이사에게는 현장소장과 동일한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결국 중대재해가 발생한 양주사업소의 실무 담당자들만 처벌받았다. 수직적인 의사결정 체계와 정도원 회장, 이종신 전 대표이사가 양주사업소의 위험상황을 인식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묻지 못한 1심 판결은 정보와 의사결정 권한의 크기와 책임의 크기가 비례하지 않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나.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와 목적을 도외시한 판결
법원은 정도원 회장이 부문별로 보고받고 필요한 지시를 해 온 사실을 인정했다. 구체적인 보고 자료와 이를 통해 확인되는 삼표그룹 내 보고 및 결정 체계도 확인했다.
정도원 회장은 삼표그룹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고, 삼표산업 2대 주주인 에스피네이처 지분을 70% 이상 보유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삼표산업에서 정도원 회장의 역할과 권한은 절대적이었다.
그럼에도 법원은 대표이사가 아닌 자를 경영책임자로 인정하려면 더 구체적이고 세밀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봤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경영책임자를 선임하고 안전보건 업무 담당자를 별도로 두는 방식으로 지위상·체계상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증거를 넘어 의사결정 구조 전반을 추가로 증명해야 한다면 명칭이나 지위와 무관하게 실제 경영책임자에게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우겠다는 법 취지가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이 항소한 만큼 항소심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정도원 회장과 이종신 전 대표이사가 이 사건 발생 당시 어떤 권한과 책임이 있었는지 분명하게 밝힐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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