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장기보유는 없다’…비트코인 팔아 AI사업 뛰어드는 채굴업체들

이정훈 2026. 3. 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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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사이언티픽, 올들어 1900개 처분 “남은 물량도 기회될 때 매각”
비트코인 처분 자금으로 AI 데이터센터 신사업 중심으로 전환키로
사이퍼디지털·IREN·라이엇플랫폼, AI HPC 사업화에 잇딴 처분
‘5만3800개 최대 보유’ 마라홀딩스도 행동주의 압박에 사업전환 저울질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채굴 이후 비트코인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전략을 취해왔던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새로운 시류에 맞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자로 변신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에 쌓아두고 있던 비트코인을 내다 파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가상자산시장의 대표적인 장기보유 전략(HODL·호들) 투자자들의 시대도 막을 내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주요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의 사상 최대 및 현재 비트코인 보유량 비교
한때는 어떤 상황에서도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이른바 ‘호들(=존버)’ 전략은 비트코인 채굴업계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대부분의 상장 채굴업체들에겐 과거의 일이 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가 전했다.

이들은 자본 집약적이지만 더 매력적인 AI 인프라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고 에너지 비용은 상승했으며 가격은 압박을 받으면서 지난 2021년 강세장 당시 최고 90%에 달했던 비트코인 채굴 수익률은 사실상 사라졌다. 비트코인 채굴에만 의존했던 업체들은 어려움에 직면했고 이미 AI 연산 장비를 수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상당수 채굴업체들은 비트코인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AI 인프라 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그 상징적인 조치는 전날 나왔다. 북미 대표 비트코인 채굴업체이자 디지털 인프라 기업이기도 한 코어 사이언티픽(Core Scientific)이 올 1월에만 1900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시장에서 처분하며 AI 데이터센터를 주력으로 하는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발표한 것.

코어 사이언티픽은 이날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1월 1900개가 조금 넘는 비트코인을 약 1억7500만달러(원화 약 2590억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은 비트코인 1개당 평균 약 9만2100달러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 비트코인 가격인 6만7000달러보다 약 35% 높은 수준이다. 회사는 AI 중심 데이터센터 운영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김 니가드 코어 사이언티픽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는 기회를 포착해 1900개가 조금 넘는 비트코인을 약 1억7500만달러에 매각했다”면서 “이로써 현재 우리는 1000개 미만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지난해 12월31일 기준 2537BTC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번 매각 이후 보유량은 약 630BTC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코어 사이언티픽 경영진은 비트코인 채굴이 더 이상 장기적인 핵심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애덤 설리번 최고경영자(CEO)는 채굴부문을 “사실상 축소 국면(runoff)에 들어간 사업”이라고 표현하며, 기존 채굴 시설은 과거 부지를 AI와 고성능컴퓨팅(HPC)용 코로케이션 시설로 전환하는 동안 최소 전력 사용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수준으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 약 50% 하락한 약 6만6000달러 수준에 머무르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상장 채굴업체 상위 10곳 가운데 많은 기업들이 AI 확장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매각하고 있거나, 매각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IREN(IREN)은 비트코인을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는 이념적 입장을 취한 적이 없으며, 고성능 컴퓨팅(HPC) 사업에 무게를 두면서 인프라 확장과 운영 실행력에 집중해왔다. 현재 보유 비트코인은 0개로, 재무 전략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쌓아두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테라울프(TeraWulf)는 비트코인 보유에 대해 강경한 기조를 취하지 않고, AI 성장에 맞춘 유연한 재무 운용을 유지해왔다. 현재 15 BTC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 최고치와 같은 수준으로, 비트코인 축적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사이퍼 마이닝에서 회사명까지 바꾼 사이퍼 디지털(Cipher Digital)은 작년을 HPC 인프라 전환의 원년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이 회사는 3개의 채굴 합작법인 지분 49%를 약 4000만달러 상당의 주식으로 처분했다. 현재 보유량은 1500 BTC로, 과거 최고치인 2284 BTC에서 줄어들었으며 구조적 전환과 함께 점진적인 축소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이엇 플랫폼스(Riot Platforms)는 비트코인을 수동적 준비자산이 아니라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매달 생산한 비트코인을 전량 매도했고, 데이터센터 부지인 록데일(Rockdale) 인수를 위해 약 1100 BTC를 포함한 보유 물량도 처분했다. 2025년 마지막 두 달 동안에는 2억달러 어치 비트코인을 매각했다. 현재 보유량은 1만8005 BTC로, 최고치였던 1만9368 BTC보다 줄어든 상태다.

헛8(Hut 8)은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비트코인이 더 이상 장기 전략의 핵심이 아니라고 밝혔다. 향후 비트코인 노출도는 점차 줄이고, 6039 BTC를 보유한 어메리칸 비트코인(American Bitcoin)에 대한 지분 투자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헛8 자체 보유량은 1만3696 BTC로, 최고치와 동일하다.

마라 홀딩스(MARA Holdings)는 기존의 강경한 ‘호들’ 정체성을 다소 완화했다. 새로 채굴한 비트코인을 매도하고, 필요에 따라 기회주의적으로 매수·매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현재 보유량의 약 28%는 대출되거나 담보로 제공돼 있다. 현재 5만3822 BTC를 보유하고 있어, 보유량 자체는 사상 최고치와 같은 수준이지만,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로의 전환을 압박하고 있어 언제 매도할 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클린스파크(CleanSpark)는 1만3000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단순 보유 자산이 아니라 ‘생산적 자본’으로 보고 있다. 채굴분을 현금화하고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하며, 희석 없는 자금 조달 수단으로 비트코인 담보 대출도 검토 중이다. 현재 보유량은 1만3513 BTC로, 과거 최고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비트디어 테크놀로지스(Bitdeer Technologies)는 AI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보유 비트코인을 모두 처분했다. 현재 보유량은 0 BTC로, 이는 과거 최고치인 2470 BTC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비트팜스(Bitfarms)는 이 같은 전환 방향을 가장 분명히 밝힌 회사 중 하나다. 벤 개그넌 CEO는 “우리는 더 이상 비트코인 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AI 인프라에 집중하면서 현재 1827 BTC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 최고치인 3301 BTC보다 줄어든 수준이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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