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조선 미군 호위" 한마디에 뉴욕증시 '기사회생'[뉴욕 is]
트럼프 "호르무즈 유조선 미 해군이 호위"
국제유가 8~9% 급등서 상승폭 축소

(뉴욕=머니투데이방송) 염현석 특파원= 미·이란 충돌이 4일째 이어진 가운데 뉴욕증시는 장중 2%대 급락을 보이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낙폭을 크게 줄이며 마감했다. 전쟁 장기화 우려로 공포 심리가 확산됐지만, 미국이 에너지 수송로를 직접 보호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오자 시장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03.51포인트(0.83%) 하락했다. S&P500 지수는 0.94%, 나스닥지수는 1.02% 내렸다. 그러나 장중 한때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다우지수는 1,200포인트 이상(약 2.6%) 밀렸고, S&P500은 2.5%, 나스닥은 2.7%까지 하락하며 '패닉성 매도'가 나타났다.
시장의 불안은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통과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밝힌 데서 시작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발언도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국제유가는 장 초반 급등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때 8~9% 가까이 치솟으며 공급 차질 우려를 반영했다. 유가 급등은 미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렸고,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을 자극했다. 시장이 기대해 온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하 경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오후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미 해군이 유조선을 호위하겠다"며 "미국은 전 세계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백악관이 유조선 보호를 위한 군사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전해졌다. 사실상 "해상 보험"을 제공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에너지 공급 충격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유가도 고점 대비 상승폭을 줄였다. 장 초반 9% 가까이 뛰었던 유가는 2% 안팎 상승으로 내려왔고, 미 국채 수익률 역시 오름폭을 일부 반납했다. 극단적 시나리오가 일단 진정되면서 주식시장도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긴장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사우디 리야드의 미 대사관이 드론 공격을 받았고, 미국은 사우디와 쿠웨이트 주재 대사관을 폐쇄했다. 중동 주요 지역으로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며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업종별로는 금융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S&P500 섹터가 하락했다. 원자재·산업주는 고유가와 차입 비용 상승 우려에 큰 폭으로 밀렸다. 리튬 생산업체 앨버말은 7% 넘게 하락했고, 구리업체 프리포트맥모란과 금광업체 뉴몬트도 급락했다. 기술주 역시 약세를 보였다. 전날 반등을 이끌었던 엔비디아는 하락 전환했고, 메모리 반도체주들도 동반 압박을 받았다. 블랙스톤은 1분기 사모대출 펀드에서 17억달러 순유출이 발생했다는 보도에 2% 하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에너지 관련 ETF로 몰렸다.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XLE)는 기록적인 자금 유입을 보이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 방향이 유가와 국채 금리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전쟁이 장기화돼 에너지 가격이 고착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살아나며 금리 인하 기대는 더 후퇴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의 해상 보호 조치가 실질적 공급 안정으로 이어질 경우,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염현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