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경기에 백화점만 웃는 이유…‘K쇼핑 랜드마크’ 바로 여기[경제밥도둑]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소비심리 위축으로 유통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지만, 백화점업계 분위기는 다르다. 극심한 내수침체에도 매출이 급증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최근 실적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통계를 보면, 백화점만 4.3% 증가해 전체 오프라인 매출 성장세(0.4%)를 크게 앞질렀다.
상승세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0.6% 줄어든 반면 백화점은 13.4% 증가하는 등 7개월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적자에 허덕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데 백화점만 웃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화점에만 부는 훈풍
백화점은 최근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꼭 들러야 하는 관광명소로 꼽힌다. 단체가 아닌 개인 관광객 위주로 여행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SNS로 실시간 핫플레이스를 공유하는데 K팝과 K드라마, K푸드, K뷰티, K패션 등까지 한번에 즐기기에는 백화점만한 곳이 없는 것이다.
체험형 팝업 행사가 대표적이다. ‘팝업 성지’로 꼽히는 더현대 서울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182개국에서 방문하는 등 K팝·캐릭터 지식재산권(IP) 팝업, 체험형 콘텐츠로 외국인 관광객을 사로잡고 있다. 오는 6일에는 업계 최초로 K뷰티와 쇼핑·관광까지 서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투어패스’도 선보인다.
롯데백화점은 명동과 잠실타운이 지하철 2호선으로 즐기는 ‘K관광’으로 부상하면서 2년 연속으로 합산 매출이 5조원을 넘어섰다. 잠실 롯데월드몰은 지난해 K팝 아이돌인 ‘스트레이키즈’와 ‘EXO’ 도경수 팝업 등 연 400회 행사를 진행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신세계스퀘어로 유명하다. 지난해 지드래곤의 시보영상(시각을 알려주는 영상)에 이어 이달부터는 보이넥스트도어가 등장하는 등 명동을 찾는 외국인들의 인증샷 장소가 됐다.

전국 팔도 한국인의 밥상을 가성비 있게 즐길 수 있는 곳도 백화점이다. 떡볶이 등 매운 음식부터 불고기와 유명 베이커리까지 지역 맛집들만 엄선해 선보이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경우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김밥·떡볶이·만두류이며, 강남점은 100여개 이상 푸드매장이 들어서 있다.
화장품·패션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 본점은 2022년 국내 최대 K뷰티관을 조성, 2023년부터는 앤더슨벨과 렉토 등 브랜드를 잇달아 입점시켰다. 지난해에는 국내 대표 K패션 브랜드를 한데 모은 ‘키네틱 그라운드’를 열었는데, 당시 매출 가운데 70%를 글로벌 MZ들이 채웠다.
백화점업계에서는 외국인 특화 서비스가 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세계의 글로벌 멤버십은 120여개국 고객이 참여해 지난해에만 회원이 92% 늘었다. 업계 단독으로 선보인 외국인 VIP 클럽 회원도 늘고 있다. 연 500만원이상 쇼핑하는 외국인 VIP 수가 2배 증가했으며, 최상위 외국인 S-VIP(3000만원 이상)도 2배나 늘어난 것이다.
롯데 본점은 외국인 전용 투어리스트 쿠폰을 2024년부터 선보였으며, 지난해 12월에는 본점 외국인 전용 멤버십카드를 출시해 현재 4만건 넘게 발급됐다. 현대는 외국인 전용 멤버십 ‘H포인트 글로벌’을 통해 식당 예약·통번역·모바일 택스리펀드 지원 등을 통한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외국인만으로 성장세 이어갈까
백화점들은 올해도 외국인 관광객을 실적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2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는 이를 2030년까지 3000만명으로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만으로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없다. 신세계는 외국인은 물론 국내 고객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본점은 남대문·명동 일대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K팝 콘텐츠와 쇼핑·미식을 결합한 복합 경험으로 외국인을 사로잡고, 전국 지점은 올해도 점포별·상권별 특성에 맞게 리뉴얼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매장 환경을 순차적으로 개선해 인기 IP와 K팝 아티스트 팝업 등 VIP고객은 물론 마니아들까지 아우르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명동 본점과 잠실점을 중심으로 K콘텐츠를 결합한 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으로 만드는 한편 우수 고객인 에비뉴엘(AVENUEL) 혜택 고도화에도 나선다. 쇼핑 차별화는 물론 문화, 미식,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혜택에 올해는 ‘에비뉴엘 큐레이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스테이, 퀴진, 라이프, 웰니스, 스토어 등 6개 영역 포인트로 국내외 럭셔리 호텔, 파인다이닝, 골프 및 레저 등을 즐길 수 있는 것이 골자다.
현대백화점도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판교점 등 명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VIP고도화, 점포별 시그니처 공간 조성과 신규 IP 콘텐츠 발굴 등 핵심 콘텐츠 다변화에 나선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 백화점업계 호황은 고환율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 달러 결제 대신 원화로 상품을 구매하는 영향도 클 것”이라며 “내수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선 외국인 모시기와 함께 소비자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무엇인지도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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