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에 빠진 법원, 시스템 정비 발등의 불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이 격변기를 맞았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법원이 공포에 앞서 마련해야 할 과제를 짚었다.
"헌재로 기록을 어떻게 보내나"
법조에선 재판소원이 청구되면 헌법재판소가 법원에 해당 사건의 재판 기록 송부를 요청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현재 양 기관 사이에는 이와 관련한 실무 규정이나 전산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대법원은 2010년 특허 사건을 시작으로 민사, 행정, 파산 사건 등에 전자소송을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2025년 12월부터 형사사건에도 전자소송을 전면 시행했다. 그러나 법원과 헌재 간의 전자 시스템은 연결돼 있지 않다. 대법원에서 확정되는 수만 건의 사건 중 상당수가 헌재로 향할 경우, 법원은 기록 복사 및 송부 업무만으로 마비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현행 제도상 기록 사본의 인증등본(사본 후 등본이라고 인증한 것)을 받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은 민사와 형사 사건이 모두 전자소송으로 진행되는데, 전자기록을 어떻게 인증등본으로 송부받을 것인지 등 절차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3월 3일 헌재는 재판관회의를 열고 재판소원제도 시행에 필요한 사항(접수,배당, 인력 운용, 사건처리방향 전반)을 논의했다.
헌재는 재판소원 시행 후 적용할 수 있도록 심판규칙과 관련 내규 등에 대한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헌재 관계자는 기록 송부 문제와 관련해 "헌재 내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고, 필요하다면 법원에 기록 전송 방식 등과 관련해 협조를 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정재판부에서 30일 내 각하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 기록을 통째로 요구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판결서와 확정증명원 정도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경우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 구축할지는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기록 송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방지 및 보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울러 헌재가 판결을 취소하면 해당 판결을 법원의 어느 재판부가 심리할지도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상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경우 당해 법원으로 환송한다고 주문에 설시하고 있어, 독일 사례에 따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법왜곡죄 여파… 판결문 짧아질까
'법왜곡죄' 신설은 형사 사건 진행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측이 다양하다. 다만 수사 결과나 판결 결과가 맘에 들지 않는 당사자가 검사와 판사를 고소할 수 있기 때문에 고소·고발이 난무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이에 이른바 '책잡히지 않기 위해' 판사들이 판결문을 간소화하여 작성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판결문이 상세해질수록 오히려 수사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라 고소·고발을 막기 위해 절차를 천천히 진행할 것이어서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법원장 출신의 변호사는 "1심 무죄 판결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힐 경우, 피고인이 항소심 재판부를 고소·고발하는 사태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법관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추후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그 과정에서 실추된 명예나 심리적 타격에 대한 보전이 전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원 안팎에선 사회적으로 민감한 정치적 사건이나 대형 형사 사건에서 소신 있는 판결보다는 무난한 결론을 지향하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소신껏 판결했다가 법왜곡죄로 고소당할 수도 있는데, 누가 어려운 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 사람이라면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판사가 수사기관의 소환 조사를 받을 경우 이를 지원할 전담 변호인단과 법률 지원 체계를 법원이 어떻게 마련할지도 관심이다. 현재 운영 중인 부당소송 지원을 보완해 확대 운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검찰쪽에서도 한 부장검사는 "법왜곡죄의 문제점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선고하거나 기소를 결정한 판사·검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권력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제도를 행사하게 되면 사법부 독립은 침해될 수밖에 없다"면서 "검사 역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파장이나 개인적 책임을 의식하면서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관 '26인 체제' 어떻게 구성될까
공포 2년 뒤부터 매년 4명씩 증원해 시행될 대법관 26명 시대를 앞두고, 소부(대법관 4명으로 구성)와 전원합의체 운영 방식을 어떻게 설계할지도 논의가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제안한 바와 같이 두 개의 연합부(대법관 13명으로 구성)를 두고,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에 대해선 26명 전원이 모이는 전원합의체를 두어야 할지도 정해야 한다.
아울러 대법관들을 보좌할 대법원 재판연구관 인력의 대대적인 확충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안재명 기자 jman@lawtimes.co.kr